그동안 카테고리 분류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문제가 끊임없이 있었다. 최근에 봉팔닷컴에 획기적인(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시도가 있었다. 같은 글을 여러 개의 방에 동시에 올리는 (것을 허용하는) 방법이다. 보는 이에 따라 좀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봉회장이 방향을 지대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쯤에서 그간 논란이 된 카테고리 분류가 무슨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는지, 하나의 글을 여러 방에 올리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왜 좋은 방법인지 살펴보자. :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분류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틀이다. 같은/비슷한 것들끼리 묶어서 하나로 분류하면 우리는 세상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타인과 좀 더 쉽게 소통할 수 있다. 덩달아, 하나하나 따로 이해해갈 때의 에너지도 많이 절약되고.
카테고리(다르게는 범주 또는 유목)는 개념적으로 매우 쉽고 편리하지만 막상 카테고리로 뭘 분류할 때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카테고리는 이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대상을 분류하는 틀이다. 분류틀이 먼저 있고 그에 맞게 대상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카테고리 분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1) 카테고리가 명백하게 정의(definition)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2) 어떤 한 카테고리는 다른 카테고리와 질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3) 같은 카테고리에 속하는 개체들끼리는 정의의 측면에서 서로 전혀 차이가 없고, 4) 다른 카테고리에 속하는 개체들 간에는 공통점이 전혀 없다는 전제도 필요하다. 또한, 5) 한 개체는 한 카테고리의 정의에만 해당되어야 하며, 따라서, 한 개체가 동시에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6) 두 카테고리의 경계에 위치하는 모호한 개체는 존재하지 않거나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만 존재해야 한다. 5)와 6)은 2), 3), 4)에서 파생되는 전제(또는 속성)이다.
이러한 정의와 전제가 충족될 때 카테고리 분류틀은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매우 편리한 수단이 된다. 일단은, 각 카테고리의 정의가 있어야 한다. 봉회장의 설명은 바로 여기서 막힌다. 봉회장의 주장은 이렇다: 놀이글은 놀이방에, 정치글은 정치방에 !! 이 선언은 봉팔러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 놀이글, 정치글에 대한 정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정의가 사실 매우 어렵기 때문에 봉회장이 지 생각을 봉팔러들에게 전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봉회장도 그게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글의 주제, 소재, 형식을 보고 판단하라는 것은 하나의 요령이지 정의는 아니어서(이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다른 형식으로 본 글 한 번 쓸 생각이다. 먼 미래의 일이다)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서 사례와 실천으로 정의를 대신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필경 한 곳에 분류하기가 난처한 사례가 나타난다.
카테고리로 분류하기에 가장 적합한 대상 중의 하나인 생물학적인 남성/여성 구분을 생각해보자. 우리가 만나는 어떤 사람에게는 남성이라는 카테고리를 붙이고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여성이라는 카테고리를 붙인다.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개개인에 대해 이러한 이름을 붙이는 것일까 ?
개인의 성은 성염색체(XX, XY)에 의해 결정된다. 과학자들은 성염색체로 성을 정의할 것이다. 그러나 성염색체에도 변종이 많다. 누가 여성이 아닌 남성을, 남성이 아닌 여성을 완벽하게 정의할 수 있을까? 장담하건데, 이 두 카테고리 중 어느 한 쪽에 분류되지 않는 개체들을 위한 새로운 카테고리를 사용하지 않는 한 성에 대한 정의와 분류를 완벽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염색체는 접어두고, 관찰 가능한 특징을 가지고 얘기해보자. 뭐, 남성은 이러저러한 신체적 특징이 있고, 여성은 이러저러한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들을 남성/여성의 정의로 사용할 수 있다. 이건 뭐 긴 말 하지 말자.
남성/여성 카테고리 분류가 위에서 말한 전제 또는 속성을 만족시키는지 따져보자. 남성과 여성은 생물학적 성에 있어서 질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된다. 또한, 모든 남성은 남성이라는 점에서 개체 간에 차이가 없다. 여성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고, 남성 카테고리에 속하는 개체와 여성 카테고리에 속하는 개체 간에는 생물학적인 성에 관한 한 어떤 공통점도 없다. 맞나?
그러나, 가장 좋은 예에 해당되는 남성/여성 카테고리 분류도 완벽하지는 않다. 뭐 야동에서 보면 가슴이 여자만큼 불룩한 남성도 있고, 심지어 거시기 달린 여성도 있다. (우웩). 이 경우는 남성/여성 카테고리로 완벽하게 분류할 방법이 없다. 뭐 굳이 하자면 신체적으로 여자의 속성을 일부 가지고 있는 남자, 신체적으로 남자의 속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여자 .... 참 난감해진다. 예외적인 사례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분류해 넣을 수 있는 별도의 카테고리를 만들지 않는 한 논란이 발생한다. 잠지달린 여자는 어떤 이가 보기엔 여자고 어떤 이가 보기엔 남자다. 그러니 보는 이에 따라 다른 카테고리에 분류해 넣는 현상이 발생한다.
척추동물을 어류,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 조류로 분류하는 것도 카테고리 분류의 예다. 자, 어류의 정의는 무엇일까? (누가 이 질문에 답댓글을 좀 달아주면 다음 글을 풀어가는데 도움이 되시겠다). 이 정의는 양서류나 포유류에서는 관찰할 수 없는 특징일까?
카테고리 분류의 이러한 결점을 알고 있다면 이게 왜 정치방이냐, 이건 생활방이 맞다, 와 같은 주장은 의미가 없다. 맞다-틀리다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누구 한 사람(봉팔닷컴에서는 운영진)의 판단에 맡겨 버리면 나름대로 일관성 있는 분류가 될 수 있기는 하다. 아, 그렇게 보자는 것이구나, 그려 그러자 하면 끝날 일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최선의 판단을 해서 분류하더라도 분류대상이 그렇게 생겨먹지 않았다. 분류의 비일관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글이 더 길어지기 전에 결론만 말하자. 카테고리 분류는 완벽할 수 없다. 분류틀에 맞게 개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개체를 효과적으로 분류하기 위해 분류틀이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 점을 먼저 이해하자.
하편에서는 대안을 제시한다. 뭐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봉팔닷컴의 최근 시도(한 글을 여러 방에 동시에 넣는 방법)에 대한 분류학적 뒷받침 정도로 보면 되시겠다. 하편에서는 이 변화가 왜 진일보한 방법인지 살펴보겠다. 물론, 봉팔러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그냥 조용히 깨갱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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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