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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집을 안국역에서 첫집이라 부른다.
그만큼 내 마음의 거리가 가깝다는 거다.
라면 먹고 떡 먹고 과자 먹고 과일 먹고도 또 다시 입이 궁금해진다는 건,
내 안에 채우지 못한 욕구가 빈방처럼 도사리고 있다는 거다.
더는 자잘한 요깃거리로 채울 수 없을 때....
왠지 허기진 마음일 때 솥밥집을 찾아간다.
후배랑 둘이서 광화문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날은 매섭고 배는 고프고.... 광화문에 닿기 전에 인사동으로 꺾었다.
먼저 도착한 난 주저 없이 2인분 솥밥을 시켜서 기다린다.
20여분 넘게 뜸들이는 시간을 기다려야 만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이 나온다.
오로지 솥으로 지은 밥으로만 승부를 거는 밥집.
미처 도착하지 못한 후배는 숨 가쁘게 전화를 해 와선
지금 바람을 가르며 가고 있으니 그동안 밥 시켜놓으라 한다.
이미 불 위에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는 걸 안 후배의 목소리가 하하하 째지고.
외국인과 두 명의 여인, 그리고 내 옆 테이블에 앉은 대학생 커플
“나꼼수 들었어? 안철수는 어떻게 생각해? 야, 시청광장에 나가자.”
“싫어, 관심 없어”
참여를 이끌며 적극성을 띠는 건, 여자아이였고,
싫다며 퉁명스레 나 몰라라 하는 건 멀대같이 키가 큰 안경잡이 남자아이였다.
요즘은 어딜 가나 유행처럼 나꼼수와 아직도 안철수 얘기다.........
춥다며 배고프다며 얼굴 빨개져서 달려온 후배도
보자마자 첫 마디가 나꼼수 재밌지? 였다...
이런~!..내 맘이 요상하다. 아무렇잖게 웃을 수만은 없는 찝찝함..........
항상 일치하던 후배와 나 사이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대화가 시들하여 맹숭거릴 때, 시켜 둔 따끈한 정종과 어묵, 닭구이꼬치가 나온다.
뜨거운 알콜 기운이 목을 타고 내려가더니 마음이 조금 느슨해진다.
그리고 기다렸던 밥이 나온다.
악악~ 소리가 나오는 걸 꿀꺽 참고 송이, 새우, 게맛살, 은행, 대추, 밤 등을 섞어서
얼른 한 입 넣는다.
온 입안에 퍼지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
비로소 배 안에 뜨끈한 밥이 들어가는 기분.......
아~ 살 것 같다...........!
아무 말 없어도 어색하지 않은 뚝배기 밥에 코 박고 먹어대는 행복한 시간.
밥을 안칠 때 다시마와 해물을 포함하여 총 37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이 집만의 일본식 솥밥이 별미이다.
다 좋은데, 우유에도 김치를 목매이게 찾는 내게
김치 한 종지가 아쉽다. 다만......... 그뿐이다.
허기진 배를 그득하게 채워주고
시린 바람도 녹여줄 것만 같은 밥 한 그릇을 먹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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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