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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마실 나가려다 전화를 받았어.
잊지 않을 만큼만 몇 년에 한 번씩 목소리를 듣는 친구였어.
작정한 듯, 늦은 밤 전화를 걸어와선.. 정작 한참 뜸을 들이더라.
얼른 본론 듣고 나가려는 성질 급한 난.... 안간힘을 썼지.
무슨 일 있구나? 뭔데? 괜찮아... 말해봐.
....................................... 나..... 그간 많이 힘들었었어.
그래? 안 힘든 사람있겠냐? 니가 무슨 얘길해도 놀라지 않을 테니 해봐.
응........ 전쟁이 따로 있지 않더라.
음.. 뭐, 니가 살인만 안저질렀으면 돼. 이혼했대도 안 놀란다니까.
어구, 말 쉽게 한다.. 그래, 나.. 별거 중이고 소송 중이다.
아직도 살고 있었어?... 15년쯤 되지? 징그럽게 살았네.
으하하하핫~ 숨넘어갈 듯 웃어재끼던 친구는
니가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별게 아닌 거 같다. 많이 위로 되네.. 고맙다. 그래, 니 말대로 징그럽게 오래 살았다. 나... 흐흐
그래, 장하다. 도시락 싸가지고 말렸더니 생각보단 오래갔다. 괜찮아.. 후회도 말고.... 충분히는 생각한 거지?......... 그랬다면 니 판단이 옳아. 니가 얼마나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사랑해왔고 잘 살아왔는지 알지.....
............... 그.. 그래......... 흑ㅠㅠㅠㅠㅠㅠ
그 사람과 인연이 여기까지였겠지. 대신 세 아이가 증거로 남았잖아. 보물같은 아이들 얻었으니 됐어.
응......... 실은 내일 마무리하는 날이야. 잠이 안와. 무지 보고싶네. 시월에 갈게.
손목을 그을까, 뛰어내릴까.. 그런 순간 떠오르더라. 그 벼랑 끝에서 니 얼굴이 보이는데, 못 뛰겠더라.......... 절벽에서 울기만 했다.
그랬구나, 잘했어. 내가 필요한 순간엔 그래도 나타나주지? 내가 장난 걸어줄 테니 오래 살아, 니 목숨껏.. 남들은 두세번도 실패하고 다시 시작하기도 해. 또 알아? 뽀샤샤한 총각 만날지? 응?
아하하하하하하~ 알았어. 진짜 오랜만에 웃네. 시월에 보자.
같은 해 태어나서 우연히 같은 학교, 같은 반친구되어
깔 맞춰 옷입기 해가며 자잘한 잔소리해준 것 말고는 내가 해준 게 없다.
딱한번, 잘난 체하며 내가 좋아하는 노래 모아 만든 테잎 두어개 준 것밖에는...
생각보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나때문에 죽고 싶기도 하고 살고 싶어지기도 한다는 거지.
보잘것 없다 주저앉을 때도, 그런 나를 세상 어느 지점에서
어떤 이는 그리워해줄지도 모른다는... 따수운 기운이 밀려오더라.
시월오겠지. 친구 만나면 달싸름한 가을볕 좀 많이 쐬며 싸다녀야겠다.
그러더라. 마음대로 안 되는 삶이지만, 마음가는 데로는 살아갈 수있는 거라고..
마음 가는 데로 살아가자. 목숨줄 굳게 쥐고
가을 햇볕
안도현
가을 햇볕 한마당 고추 말리는 마을 지나가면
가슴이 뛴다
아가야
저렇듯 맵게 살아야 한다.
호호 눈물 빠지며 밥 비벼 먹는
고추장도 되고
그럴 때 속을 달래는 찬물의 빛나는
사랑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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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