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모처럼 일찍 일을 끝내고 동네 아는 여인과 산책을 나갔었다. 한 바퀴 돌고 공원 자판기 근처에 앉아 보온병 보리차물을 따라 마셨어. 사람들이 뜸한 자판기 앞엔 트럭이 대기 중이었는데, 자판기는 열려있더라.
얘기를 한참 하다 보니 트럭 주인이 와서 자판기를 점검하더라고. 커피도 넣고 청소도 좀 하고... 아저씨 점검이 끝나자, 유난히 커피 좋아하는 여인이 벌떡 일어서는 거야.
한참 자판기 아저씨와 무슨 얘길 주고 받던 그녀가 달뜬 목소리로 날 부르는 거야. 돌아보니, 내가 본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손에 잔뜩 무얼 들고 오더라고. 무려 3잔의 종이컵에 찰랑찰랑한 커피물이 흘릴까봐 조심조심하며
"뭐야?, 왜 이렇게 많아? 난 커피 안 마셔.." "이거 공짜다!.. 저 아저씨가 새 커피 넣다가 테스트용으로 뺀 거라며 다 먹으래." "그래서 그렇게 입 찢어지게 웃은 거야? 그럼 우리가 실험용 쥐네?" "생각지도 않았는데... 세잔이나 생기니 넘 좋잖아, 공짜면 실험용 쥐가 되어주지 뭐.. 그렇잖아도 고맙고 미안해서 쪼금 마셔보며 하난 싱겁고 하난 쫌 찐하다 평을 해줬어."
트럭 아저씨와 나눈 바람같은 설렘에 그 웃음 짓는 줄 알았던 난 좀 실망했고, 공짜 자판기 커피 세잔이 그토록 여인을 짜릿하게 만들었다는 것에 웃겼다.
뭐가 그리 행복할까. 중국에서 출시된다는 황금 나오는 자판기도 아니거늘.... 늦은 밤 공원 불 죄다 꺼지고... 유일하게 자판기 불빛에만 의존하여 수다 떨면서도 왜 그런지 자판기 앞에만 있으면....기분이 따뜻해져.
아래는 짤방사진 찾다 굴러들어온 노래다. 자판기커피 한잔 마신다 생각하고 달달하게 들어봐~
팔할이/ 아무리 풍족하고 화려해도... 당시의 소박함이 채워주던 충족감엔 못미치는 거 같더라. 그래서 요즘 컨셉이 회귀, 복고..그런가봐. 지난 것은 그래서 아름답다.. 휑한 가심 잘 다독여...
아스/ 주거써!!! 팔할이 올만에 휑한 가심 부여잡고 무드잡고 있는디.... 흑흑흑...... 그래도 진실을 말해주어 고, 고맙다... 난 안 마셨고 커피에 미친 그 여인만 들입다 마셔떠~ 잘했지?
어텐션/ 머뎅? 노!!... 오뎅.... 예쓰~ 아적도 내 정체성에 흔들리는 자기야... 푹자~
..으갸~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