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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진통 끝에 산모가 아이를 낳았어. 아들이라는 소릴 들었는데,
정작 산모에게 아이를 보여주질 않았지.
태어난 아이는 열개의 손가락 중 총 3개밖에 없는 장애를 가졌던 거야.
그때부터 마음을 단단히 다잡은 여인은 아이를 위해 강해져갔지.
식구들은 아이가 상처받을까봐 한 번도 손가락장갑을 끼지 않았고
아이 앞에선 할아버지도 언제나 벙어리장갑이었지.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자, 성당엘 나가게 되었고
신부님은 아이에게 잘 왔다며 다정하게 손을 잡아주었어.
그런데 그 순간, 신부님은 그만 깜짝 놀라며 장갑 낀 아이 손을 놓아버렸지.
아이엄마도 신부님도 할 말을 잃고 당혹스러워했는데,
그 작은 아이가 글쎄, 한마디 하는 거야.
“신부님, 제가 급히 나오느라 손가락 몇 개를 집에 놔두고 나왔어요.”
그렇게 어쩔 줄 몰라 하는 신부님을 재치 있게 배려하며 웃더라는 거야.
그 아이는 열심히 성장했지.
커오면서 수많은 놀림을 당해왔지만 가족들의 사랑을 등에 업고 버텨왔어.
아이가 청년이 되었고, 열심히 공부하여 취직을 했으나
장애를 평가기준으로 삼은 못난 직장 상사한테 수모를 당하기 일쑤였어.
그런 청년이 드디어 장가를 간대.
살아온 세월 몰래 눈물지으면서도 아이 앞에선 당당했던
어머니한테 청년이 위로를 건너드래.
어머니 저 때문에 힘드셨죠? 전 괜찮아요.
살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니 제겐 꼭 필요한 손가락만 있어요.
제게 엄지손가락이 없는 건,
‘내가 최고다’라는 자만심을 없애기 위해서 주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만약 검지손가락이 있었다면, 전 남 손가락질 하는 데 썼을지도 몰라요.
또 중지손가락이 없는 것은, 욕하지 말라는 뜻이었을 거예요.
제가 가지고 있는 손가락 약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결혼반지를 낄 수 있게 해주신 거고,
새끼손가락은,
남과 약속을 잘 지키라는 뜻으로 함께 남겨주신 거 같아요.
그러니 전 꼭 필요한 손가락만 가졌어요.
얼마나 자유롭고 기쁜 일이에요...
...............
아는 사람의 실화라며 후배에게 전해 들었지만,
어느 교회 주보에나 실릴만한 약간은 작의적인 얘기라 생각했다.
십여 일이 지난 오늘밤 갑자기 떠오르는데..... 코끝이 찡해지는 거야.
쉽지 않았을 그 우여곡절의 시간들을 보내고 말할 수 있는
눈물을 저렇게 아름다운 긍정으로 바꾸어낸.. 그 청년이 너무 멋있었거든.
난 솔직히 코 파고 머리 긁고 젓가락질 하는 등의 가장 필요한 손가락이 검지이고
엄지가 그와 더불어 무언가를 집을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해.
동네친구는 엄지손가락을 다쳐서... 반 깁스를 했는데.
그것때문에 삶이 불편한 것 투성이라며... 며칠을 투덜대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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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