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하기 (2011년)
서울 처남집에 김장 한다고 마님이 준비해서 나섭니다.
손아래 처남댁이 절임배추를 주문 했는데 주문 받는 쪽에서
주문량이 잘못된거 아닌가 하는 확인 전화가 왔답니다.
도시생활하는 가정에서 30킬로가 아니고 300킬로 주문을 했으니!!
그것도 여기 저기 나눠 주고 나면 그것도 부족하다고 하네요!
지방에 있어서 전력에 도움이 안되는 남편, 아들넘들 셋을 학교
보내고, 직장생활 하면서 혼자서 김장을 해 왔답니다.
마님은 도우러 갔는지 배우러 갔는지 조금 애매모호 합니다.

큰 대야에다 김치 속을 버무리기 위해 준비를 했습니다.
배추속에 넣을 채소와 액젓 포함한 젓갈류를 넣고
청각 및 굴, 새우젓 등등 여러가지를 넣습니다.
새우를 갈아서 넣는데 새우만 넣고 믹서기를 돌리면 잘 갈리지
않기 때문에 새우 갈때는 무우를 같이 넣고 갈야야 됩니다...
새우갈기는 초보 알바가 했습니다.

배추속에 야채를 썰어 넣으면 나중에 김치가 지져분해 보인다고
무우, 양파, 새우 등등은 갈아서 넣어 주더군요!
찹쌀로 죽을 써 넣고, 고추가루를 넣고 잘 버무립니다.
김치속에 넣을 양념류를 제조하는 것과
절임배추에 양념을 치대는 일은 정규직 여성들이 합니다.

김치 담그는 현장에서는 나이 이런거 없더군요!
절임배추 나르기, 허드렛일등 초보 알바의 역활은 정해져 있습니다.
내년에 오면 승급시켜 준다고 했습니다.

우리 마님은 신혼초에 주위 동료들로 부터 요리 실력이 대단 하다는
평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광주고속에서 만들어준 실력이었습니다.
그당시 우리집의 모든 반찬은 광주고속버스 화물칸에서 나왔거든요!
직장을 서산으로 옮기면서 광주에서 서산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없어서 김치, 반찬등등은 자급자족의 힘든 과정을 견디어 내면서
나름대로 마님의 요리 실력은 괜찮다는 평을 받아 왔습니다.
그렇지만 김장 만큼은 끈질기게 이십오년여를 타인의존형으로
버티어 왔는데 이제 홀로 서기를 결심하게 되었나 봅니다.

마님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만 내가 옆에서 보니 전문가들하고
조금 틀린점이 있어서 슬쩍 꼰질렀는데 한 두번 정도 지적을
받고도 엄청 착하게 일을 하더군요!

김치통에 담아 놓고 나니 엄청납니다.
언니 김치통은 어디있어 한 통 담아 가라는 말이 떨어지자
김치통이 차 트렁크에 하나 더 있다면서 기민한 순발력을 보입니다.
마님은 두 통을 얻어 왔습니다.

보쌈에 소주 한 잔으로 오늘 김장은 마감을 하는군요!
어렵게 보이던 김장도 이제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다음달에 우리집의 김장을 하게 되는데 이번에 눈여겨 보았
던 여러가지 잔기술을 적용하여 눈대중으로 적당히 섞는것
같은 배합기술들을 정량화,계량화,표준화,수치화 해서
쏼라쏼라 해대면 이장은 김장담그는 업계에서는 단순노동형
알바가 아닌 김장김치 전문가로 행세하게 될것 같습니다.
입으로 김장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입니다.
다음달엔 입으로 김장하는 이야기를 또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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