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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홀로 있는 밤.
거실에 티브이 틀어놓고 작은 방 컴뿌따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무슨 소린가가 창문 너머 어렴풋이 내 귀를 잡더라.
“찹쌀~떡~ 망개~떡~
흐미... 이게 뭔 군침 도는 소리냐.. 싶어 놓칠세라 숨도 안 쉬고
슬리퍼 끌고 달려 내려갔지만.....
환청이었던 것 마냥..... 떡장수는 흔적도 없었다.
아....! 이런~ 안돼!... 안돼... 분명 어딘 가엔 있을 거야.
나 같은 사람한테 붙잡혀서 떡 파느라 안 보이는 걸 거야.
머무는 곳 그 어딘지는 몰라도.... 난 신념을 가지고 골목을 샅샅이 뒤졌다.
이 아저씨 저 아저씨.... 나타나는 아저씨마다 군침도는 눈빛으로 바라보다
저만치서 무언가를 내려놓고 주섬주섬 챙기는 사람이 보여 황급히 다가갔다.
목소리와 심장이 떨려왔다.
“호, 혹시 아..아저씨... 망개떡 파세요?”
“아, 네!! 그럼요... 사실려구요?”
“아저씰 얼마나 찾았다구요..... 배고파서 환청이었나 했어요. 진짜 다행이다!”
“아, 이곳이 장사가 안 돼서 딴 데 가려는 중입니다.”
일명 맹감나무, 명감나무, 망게나무라고도 하는 이 나뭇잎을 떼어내어
팥고물 듬뿍 넣어 그 잎 두 장을 덮어 솥에 쪄 먹는 떡.
어릴 적, 가게 일 하시느라 바쁘셨던 엄마는 1년에 한 번씩은 이 떡을 꼭 해주셨다.
솥에 찌고 나면 누런 명감 잎을 떼어 내고 먹는 떡은
일단은 그 향(도무지 부족한 언어로는 설명이 안 되는.. 그런 향)에 한 번 넘어간다.
졸깃졸깃한 하얀 떡에 달콤한 팥이 어우러져 그냥 찹쌀떡보다 질리지 않고 향긋해서
난 미치도록 이 떡을 좋아했다.
우짜든, 십여 년 만에 일명 망개떡이라는 이 떡을
비정한 도심에서 패퇴한 장수처럼 쓸쓸히 돌아서는 떡장수를 붙잡아
기어이 사들고는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들어와 포장을 풀었다.
..................................... 아무런 냄새가 없었다.
어릴 적 그 향, 나를 미치게 만들던 그 특유의 향이 전혀 나지 않는 거다.
떡 맛은 어떨까?
흠냐리............. 팥은 콩알만큼만 절약형으로 넣어주시고
떡은 그나마 졸깃했지만.... 실체를 확인하곤 진짜 눈물 날 뻔했다.
이튿날 엄마한테 떡을 들이밀며 물었다. 울 엄만 먹기도 전에,
“아이고 향이 없네, 이건 이파리를 소금에 담갔다가 찌니까 이러지.
떡도 찹쌀은 안 돼, 맵쌀이어야 맛있지. 이 떡은 찹쌀을 새알처럼 빚어서
익히고 나중에 이 잎사귀를 싼 거다. 그러니 냄새가 전혀 없지. 끌끌끌~”
“엄마 그러면 어릴 적에 그 맹감잎 떡은 어떻게 했어?”
“그거야, 내가 산에 가서 일일이 잎사귀를 따와서 맵쌀을 갈아 떡을 빚고
두장 잎사귀로 감싼 뒤, 떡을 찐 거지. 그래야 향이 살아있지.”
“정성이 담겨 더 맛있었던 거네. 그런데 이 떡이 건강에 좋대. 그거 알았어?”
“으응...... 어릴 적 일본사람들이 이 잎사귀를 그렇게 좋아하더라고...
산 지천에 있었지만 우린 잘 몰랐지...
저것들이 좋아하니 분명 좋은 잎사귀구나 싶어서 해먹어 본거지.....”
...어릴 적 그토록 맛있게 먹었던 떡에도 우리역사의 그림자가 숨어 있었던 거다.
“아이구, 그래도 난 엄마가 해주는 그 맹감잎 떡을 한번만이라도 다시 먹어봤으면 좋겠다.”
찾아보니, 이 떡의 주재료가 되는
명감나무, 맹감나무, 종가시덩굴은 전라도 지방에서 부르는 이름이고,
황해도와 경상도에서는 망개나무, 매발톱가시, 강원도에서는 참열매덩굴,
경기도에서는 청미래덩굴이라 부르는 등 수많은 이름을 갖고 있더라.
요즘 꽃가게에서는 흔히 멍개나무, 또는 망개나무로 부르기도 하고 말이지.
이 망개나무 즉, 청미래덩굴이라는 이 식물은 수은중독을 풀고
간병을 고치는데 효과가 있대.
청미래덩굴은 우리나라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덩굴성 떨기나무로 5월이 개화기이다. 늦가을엔 붉게 익는 열매가 아름다워 요즘은 꽃꽂이 재료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옛날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흉년이 들었을 때 구황식품으로 흔히 먹었다는데,
녹말이 많이 들어 있어서 충분히 식량 대용으로 쓸 만하다는 구나.
* 토복령(土茯笭)- 청미래 덩굴의 뿌리. 중국에서는 산귀래라 하여 매독치료제로 썼다. 산귀래의 유래가 재밌다. 옛날 중국의 어떤 사람이 아내 몰래 바람피우다 매독에 걸려 죽어가게 되었다. 아내는 남편이 미워서 산에다 버렸는데 이 사람은 허기져서 풀숲을 헤매다 청미래 뿌리를 발견하였다. 배고플 때마다 그 뿌리를 캐 먹었는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병이 나아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고 하여 산귀래라 부른다.
망개떡은 요즘 의령에서 특산품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주문해서 어릴 적 엄마의 맹감잎 떡 추억의 맛과 비교해볼 셈이다.
-망개떡의 유래-
망개떡은 가야시대에 백제와 적대관계를 해소하고자 서로 혼인을 맺었는데 이때 신부 측인 가야에서 이바지 음식 중의 하나로 망개떡을 백제에 보낸 것이 최초의 유래이다. 그 후 임진왜란 때 적군을 피해 산속으로 피해 다닐 때 끼니 대신 먹던 떡으로 전래되었다.
* 더 자세한 이야기와 자료는 여기로-->
[산야초]백가지 독을 풀어주는 청미래 덩굴 http://www.cancerline.co.kr/html/24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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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러고 다녔구나.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