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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 할 이야기가 산에 간 이야기 밖에 없네.쩝
3년전 1월 민주지산에 갔드랬다. PD친구하나와 그림그리는 백수 친구하나
역시 그림그리는 후배하나, 내요새 일케 넷이서 영동역에서 만나
근처서 올갱이해장국 한 그릇먹고 수퍼가서 간단히 장을 본 후
물한계곡으로 고고싱~
초입에 차세워두고 오후 5시쯤 올라갔지. 슬슴슬금 올라가도 6시30분엔 도착한다.
벌써 두번이나 가봤던 길이라 야간산행 문제없슴.
무인대피소에서 일박하고 삼도봉, 박석산 찍고 물한계곡으로
원점 회기하는 코스로.
헤드렌턴켜고 눈싸움 하면서 올라가니 벌써 무인대피소가 보인다,
혹시나 먼저온 사람들 있으면 어떡하지? 하는데 대피소에 불빛이 없네. 아싸~
걱정은 이내 기쁨으로 바뀌고, 왜냐면 사람들 있으면 잘때 비좁다.
오붓한 우리의 공간이 훼손되지. 사람들이 있어서 좋은 단 하나의 예외는
여자사람들이 있으면 최고^^
근데 무인대피소에 그런 경우는 백만분의 일 확률이다.
아참 여기서 짚고 갈만 한건, 민주지산 무인대피소는 1998년에 특전사 대원들
훈련중 체력저하와 폭설로 인한 저체온증으로 6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 후 영동군에서 2001년에 대피소와 등산객들을 위한 주변정리를
국립공원 수준으로 정비하였다.
여튼 대피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일단 쓰레기는 없는데 전에 등산객들의
난로땐 흔적들이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보기가 참 안좋다. 이럴줄 알았어.
땟으면 좀 치우고 가지 어이구~
재 다 퍼내서 밖에 재통에 버리고 땔감 좀 줍고 불피우니 공기가 훈훈하다.
짐 널부러 놓으니 호텔이다 호텔ㅋㅋㅋ
얘들아 일단 커피한잔하고 밥부터 해야지? 네에~ 다들 기분좋다.
야 밖에 눈온다~! 그래요!? 직이네 직이~ 올 날 정말 잘 잡았네요^^
하하하 하면서 후배가 좋아 죽을라한다. 이 시간엔 사람도 안 올라올건
확실하고 눈도 오고 올만에 반가운 친구들과 호텔서 하룻밤이라
이 얼마나 좋은가?
난 어묵탕하고 잡채 덥히고 친구늠은 밥,반찬 세팅, 후배는 고기꿉고 냄새가 기냥~ ~~후~ㅠㅜ
후배야 술한잔씩 따라바라^^ 넵!
너 고기양념에 마늘 마이 넣었구나? 냄새 끝내준다야. 맛있겠다.
이 자슥 아무 대답이 없다.
임마 술한잔달라니깐!! 여전히 대답이 없다. 순간 불안한 느낌이,,,
형 차에서 술 안가지고 왔는데요,,,,,,,,,,,,,,,;;;
뭐어~????!!! 세명이 동시에 합창.
이sㄲ야 니가 챙긴다 그랬잖아? 어이구 돌겠다 진짜.
형 어떡하죠? 뭘 어떡하긴 임마 가지고 와야지? 누가요?
당근 니가 가야지이~!! 우와 점마 사고칠줄 알았다.
형 어디 파묻어놓은거 없나요? 없다 임마
도대체 정신을 어따두고 다니는지 술도 없이 이 긴긴밤을
남정네 넷이서 머할래 응? 머할거냐구 응?(회장어록 하나 만들자)
어묵탕 다 퍼지기전에 갔다와. 빨리 갔다오면 3시간 안으로온다.
밤길을 감안한거야.
셋이서 아주 매몰차게 노근궁디같은 궁디를 발로차서 내쫒았다.
서러우면 형하든가?ㅋㅋ
칠흑같은 어둠을 헤치고 갈 후배를 생각하니 쬐끔 안쓰럽긴하던데
뭐 어떡하나 지 잘못인걸,,
휴~ 저거 갔다 올라면 3시간 걸리는데 그때까지 머하나? 이 걱정뿐
일단 하던 요리는 올 스톱하고 진짜가나 안가나 따라가 보기로했다.
헤드랜턴불빛이 보인다. 다행히 내려가고 있는거 처럼 보인다.
야 같이 가줄래? 친구한늠이 박애정신을 발휘하네.
그럼 니가 가라 하와이. 둘이서 동시에 합창. 아무소리 안하고 찌그러짐.
짐 나온김에 산 정상 갔다가 갈까? 그래 세시간 동안 머하겠나.
정상찍고 산장가도 사십분이면 충분하다.
불빛이 사라지는걸 보고 뒤돌아서 정상으로 오른다.
정상까진 20분정도 걸렸다. 눈이 쌓여 있어 길이 그렇게 어둡게 보이진않는다.
정상에서 보는 밤조망이 가히 볼만하다. 검정색 산맥 덩어리들이 꿈틀꿈틀하는게
딴 세상에 온거같다. 한 오분쯤 머물다가 내려갈려는데 뭔가 불빛 하나가
정상쪽으로 올라온다. 잉? 그 sㄲ 안간거야?
근데 산장으로 가지 왜 일루와 길 잘못 들었나?
하여튼 내 안갈줄 알았다. 올라오기만 해봐라 굴리뿐다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어라 후배가 아니네. 휴~ 다행이다.
약간 나이들어보이는 분이 야간산행으로 오신거다.
서로 좀 당황하면서 먼저 안녕하세요 혼자 오셨습니까? 아 네 여기가 정상인가요?
네네^^ 그렇지요 허허허 베낭을 보니 비박베낭은 아닌듯해서 혹시 지금 오시면
다시 내려 가시는건가요?
아니요 대피소가 있다고 들었는데 거기서 자고 아침에 내려 갈겁니다.
아 같이 가시죠. 거기 이미 불피워놓고 세팅이 다 되있습니다.
해서 다시 산장에 들어갔지. 그 분의 첫마디 와~ 좋군요.
사실 블로그 등지에서 보고 꼭 한번 숙박하고 싶었습니다.
응? 숙박 ㅋㅋㅋ 여기 숙박부 적으시죠 할라다 ㅋㅋㅋ
우리: 머 좀 드셨습니까? 안 드셨으면 같이 드시죠. 차린건 없지만ㅋㅋ
그분: 네 저는 라면 끓여먹으면 됩니다.
우리: 어허 그 라면 집어 넣어시게.
그분: 그럴까요 신세 좀 지겠습니다.허허 근데 드시다 만거 같은데,,,?
우리: 넵 사실은 후배늠이 술을 깜빡하고 안갖고 오는 바람에
식사타이밍이 깨졌어요. 짐 갖고 오라고 보냈습니다. 혹시 술 드십니까?
그분: 네 좋아합니다. 근데 이 밤에 술을 어디서 갖고 오신다고?
우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좀 있슴 옵니다. 앉으시죠^^
그 분은 대전에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시고 뒤 늦게 비박에 재미를 붙여보려 하시는
50대 초반의 점잖은 선비같은 분이셨다.
그분: 제가 술을 좀 갖고 왔는데 같이 드시지요. 사실 저 혼자 대피소에서 자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벗들이 계시니 덜 무섭습니다.
덜 무섭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물론 속으로)
하면서 술을 꺼내시는데,, 발렌 17년산을 떡 내놓으신다.
우리: 띠용~ ⊙▽⊙ 무거워서 병으론 안들고 다니는데 이걸 어떻게
들고 오셨습니까? 하하하하 산엔 가끔 이런 고마운? 분들이 계신다^^
산에서 목구멍 좀 씻어내겠구나. 바로 세명이 동시에 후라이팬 불 땡기고
그분: 혹시나 해서 들고 왔는데 잘 갖고 왔네요. 자 드십시다^^
한잔하니 캬~  역시 양주가 좋으네요ㅋㅋㅋ
술만 드시지 말고 고기도 좀 드셔 보세요. 양념이 아주 잘됐어요^^
그 분도 기분이 좋으신 듯 이런 저런 개인사 이야기도 하시고
들어보니 30년동안 초등학교 교사직에 몸 담고 계신분이라,,
어쩌다 쥐새끼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분도 우리와 비슷한 성향이라
죽빨이 착착맞고 발렌도 혀에 착착붙고
근데 시간이 좀 된거 같은데 후배늠이 아직 오질 않네. 시간 계산해보니
넉넉잡아 세시간, 도착예정시간 30분은 지난 시간이다.
뭐 오겠지머 술병 3분의1 쯤 남았을때 그 분은 아침 일찍 삼도봉으로 간다해서
먼저 잔다하시고 인사하고 누우시는데 바로 코를 고시네 ㅋㅋㅋ
남은거 다 비우고 술떨어졌는데도 안오네.
일부러 지 줄라고 고기도 마이 남겨놨는데
아 이자슥 짐 딱와야 되는데. 진짜 애먹인다 야 누가 함 나가봐라
PD친구가 갔다 오겠단다. 오냐 반만 죽여서 델꼬온나.
술도 떨어졌고 할거도 없고 누룽지차 한잔하고 있으니 잠도 좀 오고,,
야 걍 자자 둘이 알아서 오겠지머. 땔감 좀 더 넣고 침낭속에 쏙 들가니
입김은 나오지만 안방에 누운거처럼 편하다. 으음,,,,zzZzzzZ
다음 날 아침(인간극장 버젼)
그 분은 온데 간데 없고,, 아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는데
하면서 둘러보니 불은 불씨만 남았고 PD친구늠은 옆에 자고 있고
어라 후배늠이 안보이네 못찾고 걍 돌아왔나. 깨워서 물으니, 밖에 나가봐~zz
밤새 눈이 얼만큼 왔나 체크도 할겸 담배하나 땡겨서 나가보니
어디서 많이 보던 텐트가 위에 하나 쳐져있다. 후배늠 텐트네. 저 sㄲ 저기서 머하지? 집놔두고 미쳤나
여긴 다 경사라 텐트 칠데도 마땅찮은데,,
텐트문열고 야! 하고 부르니 대답이 없다. 야!! 여전히 대답이 없다. 얼어 죽었나?
약간 뒤척하길래 야 임마! 일나바. 다시 꿈쩍도 안한다.
내려가서 친구늠 깨우고 물어보니 한 시간쯤 내려가 찾으러 갔는데 못 만났데.
아니 길이 하나밖에 없는데 뭘 못만나? 물으니 아무래도 올라오는길 잘못 들어서
삼도봉쪽으로 올라온거 같다고,, 차마 다시 삼도봉으로 찾으러 가기도 뭣하고
막연히 오겠지 생각하고 자기도 들와서 잤데.
좀 자다 보니 옆에서 뒤적거리는 소리 들려서
보니 후배늠이래. 임마 머하다 이제왔어? 너 찾으러 갔잖아. 물으니
밖에서 잘래요 하고 나가더래 온거 봤으니 됐다싶어 걍 잤지.
어이구~ 내가 몬산다. 일단 후배를 위해서 따끈한 밥과 김치찌게를 준비하고
누룽지탕도 준비하면서 보니 아직도 텐트 해체 안하고있다.
에잇 머리나쁘고 게으른놈아
등산객들 지나가는 길가에 텐트 쳐놓고 잘하는짓이다.
누가 깨워서 댈꼬와 밥먹자. 한 십분쯤 지나니 꾸역꾸역 들온다.
어젯밤엔 머하다가 온거야? 술은 가져왔어?
형 어제 길 잘못들었어요. 삼도봉 지나서 왔어요. 미안해요.
내 그럴줄 알았다. 아니다 우리가 더 미안하다.
미안주 한잔씩들하게 어제 가져온 소주가져와바.
후배:...................
소주 가져오라니깐?
후배:.............. 다 마셨어요.
세명이 동시에 뭐어?!?!?
저 어제 완전 삐져서 소주 세병먹고 울었어요.
지랄한다. 안주는 머 해서 먹었는데?
후배: 라면에 비엔나 쏘세지 넣어서,,,
쩝 미안쿠나,,, 그럼 남은거 가져와.
후배: 버렸어요
헐,,,,,,,, 어이가 없다. 왜 버렸는데?
후배: 짜증나서,, 형들 먹지 말라고ㅋㅋㅋㅋㅋㅋㅋ
할말이 없다;;ㅋㅋㅋㅋㅋㅋ황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ㅋㅋㅋㅋ
하긴 애먹고 들고 왔는데 더 좋은거 먹고 늘부러져 자고 있었으니
오죽했겠나ㅋㅋ
그래서 후배는 꿀밤세대 맞고 아침밥을 맛있게 먹고 뒷정리 후
삼도봉으로 힘차게 출발을 하였습니다.
-끝-
뱀발: 그 뒤론 산에서 먹는 양주맛이 들려서 각자 수통에 양주 넣어 다닌다는,,ㅋ
사진은 담날 민주지산 정상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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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구리
2012-01-10 (화) 22:32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