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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명절날 벌어진 일 (2)
60을 넘어서자 급격히 시력이 나빠진 바위씨는 평소 작은아들이 사준 안경을 끼고 다녔지만 이날은 미처 챙기지 못한 채 집을 나섰었다.
4층을 오르던 중, 계단통로가 너무 어둡다고 느낀 바위씨는 좀 더 환하게 밝히겠다는 의지로 벽에 붙은 붉은 등을 굳세게 눌러버렸다.
갑자기 온 동네를 흔들어대는 비상벨소리에 뒤따라오던 마나님과 큰아들부부, 손녀까지 놀라서 뛰어 올라왔고, 바위씨 스스로도 놀라 어쩔 줄을 몰라 서있는 모습을 보고서야 사태파악이 되었다. 가족들을 발견한 바위씨는 눈 깜짝할 새에 후다닥 집으로 숨고, 식구들도 따라서 집으로 들어와서는 뒷수습을 해야 할지 안절부절 못하였다.
그리곤 문을 잠근 채 숨죽이고 있던 가족들은 째지는 비상벨소리에 혼쭐난 옆집 일본인이 뭐라뭐라하며 밑으로 내달리는 소리만 듣고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일층 할머니의 ‘아이고 불났네!’하는 외침소리가 터져 나왔고, 마나님은 그 사태에 직접 끼어들지 않았던 작은아들을 상황탐색 차 내려 보냈다.
"할아버지,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예요, 시끄러워 죽겠는데 왜 벨을 누르냐구요? 할아버지가 아기예요? 벨도 모르게."
그렇잖아도 겁이 잔뜩 난 바위씨는 손녀의 째지는 말 폭격이 시작되자 이불 속으로 숨어버렸고 나머지 가족들은 창문으로 바깥 상황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에구에구 내가 못 살아, 대체 애도 아니고, 정신이 있소 읍소? 등하고 벨도 구분 못하고 이 난리를 쳐놨으니, 이젠 이 동네에서 못 살것네... 우리가 그랬다고 소문나면 창피해서 얼굴도 못 들 거고, 6살짜리 손녀보다 못하니.., 내가 참말로 미친다 미쳐!"
다행스럽게 명절 쇠러 대부분의 아파트 주민들이 집을 비웠기 때문에 평소보다 동네는 한산했고, 비상근무 중이던 관리실직원과 경비가 와서 고장난(?) 벨을 고치는 걸로 소동 수습이 되었다.
"아버지 덕분에 명절날 온 동네가 한바탕 요란스런 홍역을 치렀네. 다행히 사람들이 명절 쇠러 다들 집을 비웠으니 망정이지, 옆집 일본아저씨는 그 상황에서도 가방은 챙겨 나왔는데 아래는 맨발 슬리퍼로 나왔더라니까. 얼마나 놀랬겠어, 말도 안 통하는 한국에서 혼쭐 난 표정이더라니까."
"야, 니가 우리 아버지가 범인이라고 말했냐?"
"내가 미쳤어요? 그렇게 사실대로 말했다간 무슨 봉변을 당할라구, 난 모르는 체 했어요. 아무래도 벨이 오래되어서 고장난 것 같다고만 운을 뗐고, 놀라서 달려 나온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행동했지 뭐,"
그제 서야 한 숨을 돌린 가족들은 이불 속에서 눈만 빠끔히 내보이고 있는 바위씨를 향해 일제히 원망의 레이저광선을 쏘아냈다.
그 뒤, 집안어른으로서 바위씨의 위신이 어찌되었는지는 상상에 맡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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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