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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명절날 벌어진 일(1)
명절이라고 처갓집 사는 큰아들, 작은아들네까지 모두 모였다. 오랜만에 만나는 손자들 앞에서 바위씨가 얼마나 다정다감해지는지 가족들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일찍 저녁식사를 끝낸 바위씨가 6살 손녀의 손을 이끌고 마나님과 함께 공원 놀이터로 나왔다. 저녁 반주로 마신 술이 차츰 알딸딸한 취기로 오르자, 갈증이 심해진 바위씨는 손녀가 먹을 과자 사러가자며 마나님을 꼬드기었다.
"시내야, 할아버지하고 할머닌 저기 슈퍼에 잠깐 다녀 올 테니까 꼼짝 말고 여기서 놀고 있어라, 알았지?"
"응, 빨리 갔다 와, 나 여기서 놀고 있을 게. 할아버지 제리뽀도 사다 줘, 꼭!"
제리뽀를 찾아 슈퍼를 빙빙 돌다가 겨우 그 비슷한 젤리푸딩을 사들고 와보니, 웬걸! 시내가 안 보였다. 여기저기 미끄럼틀과 그네, 자전거보관대까지 다 뒤져봐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 기막힐 노릇.
마나님도 얼굴이 노래져선 '아이구, 그러게 내가 안 간다니까 자꾸 우겨서 따라갔더니 시내를 잃어버릴 라고 그랬네, 아이구, 큰일났어.'하며 우는소리를 해댔다. 곁에서 입술이 바싹바싹 타들어 갔지만 겉으론 아무 일 아니라는 듯 통 크게 마나님을 구박해대는 바위씨.
"뭔 소리여! 재수 읍게, 우리 손녀는 똑똑해서 집에 갔던지 어디 있을 거여. 쓸데없는 소리 말어!"
아무리 찾아도 이미 어둑해진 놀이터에 손녀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고, 겁이 난 바위씨 대신 마나님이 큰아들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애비야, 어떡하냐? 시내가 안 보이는 디, 거기 갔냐?
전화를 받은 큰아들과 며느리가 사색이 되어 뛰어오고 네 사람은 공원과 놀이터 주위를 샅샅이 뒤져가며 아이를 찾아 헤맸다.
그때였다. '할아버지'하며 시내가 뛰어오는 거다, 신발과 옷이 더러워졌다며 공원화장실에 들어갔던 아이는 용변까지 보고 나오느라 늦어졌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으러 지나름 헤매다 이산가족 될 뻔했던 거다.
"아이구, 내 이쁜 자식, 너 잃어버린 줄 알고 얼마나 놀랬는지 아냐? 우리 시내가 그렇게 깔끔 떠는 줄도 모르고 우린 애가 다 탔었네. 그래도 앞으론 절대로 혼자 다니지 말어라, 알것냐?"
고물고물한 것이 손안에 뭉클하게 만져지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시내의 손을 잡은 바위씨 발길에 힘이 넘친다.
그런데 그 공원길에서 바위씨가 눈을 치켜뜨며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공원분위기조성을 위해 땅과 밀착시켜 설치한 조명등 앞에서 발길을 멈춘 거였다.
"이렇게 쓸모 읍는 등을 왜 달았어? 시민의 세금으로 등을 달았으면 제대로 크게 달아야지, 쓸데없이 발이나 비추는 등을 달아서 우리 손녀도 못 찾을 뻔한 거 아녀. 이게 말이나 돼? 돈 아깝게 이런 등을 단 내 이놈의 시장을 쫓아가서 가만두나봐라."
조명등 앞에서 소리질러가며 버럭대는 바위씨에게 시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는다.
"할아버지, 난 잘만 보이고 예쁜데……, 왜 화내고 그래요? 엄마도 이 등 예쁘지?"
"그래도 너무 낮고 작어, 봐라, 발만 비치고 있잖냐. 이런 등은 쓸모가 읍지. 이건 심각한 낭비니까 시장한테 당장 바꾸라고 해야지."
이해 못할 표정을 짓던 시내가 지 엄마한테 붙어 쫑알대었다.
"엄마, 할아버진 참 이상해. 왜 그래요? 난 이 등이 예뻐서 좋은데……."
할아버지를 마치 우주인 보듯 하는 손녀의 말에 자존심 한 귀퉁이가 조금 허물어졌지만, 바위씨는 무시한 채 성큼성큼 앞장서서 집을 향해갔다.
그런데 시장한테 분풀이를 못한 게 맺혔던 건지, 결국 얼마 못가 바위씨의 분노가 엉뚱한 데서 터지고 말았다.
(곧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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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