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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천지 -3
“다음 주 어머님과 집사람 생일축하 겸해서 삼촌네 식구들까지 함께 스키장에 갈까합니다.”
“니들이야 좋겠지만 우리가 거기 가서 뭐하겠냐? 쓸데없이 돈 쓰지 마라, 난 그 먼데까지 안 갈란다.”
“아부지, 요즘 길이 좋아서 강원도라도 아주 가까워요. 친구가 있어서 직원용 할인권을 구해서 숙소도 아주 쌉니다.”
마나님의 부탁과 눈총을 피할 수 없어 그렇게 1박2일 스키장행을 따라가게 된 바위씨에게 1시간 20분 만에 도착한 스키장 풍경은 별천지였다.
울긋불긋한 옷차림의 젊은이들이 경쾌하게 들어오고 나가는 모습들이 이어지는 즐거운 세상. 그 한 귀퉁이 주차장에서 예약한 숙소가 열릴 때까지 컵라면으로 한 끼를 때운 바위씨는 백설기처럼 하얀 산을 휘돌아 곡예 하듯 내려오는 스키어들 모습에 그저 감탄만 해댔다.
“이야! 멋지네. 저게 뭐냐?”
“요즘 젊은 애들은 저렇게 보드를 타며 놀아요.”
“야, 신나는 세상이다. 사람들 돈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네. 난 난생처음 오는 곳인데,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냐?”
숙소 오픈 소식을 듣고 올라간 10층 방에서 숙박요금표를 본 바위씨는 기절초풍할 뻔했다.
“아들놈 친구 덕을 봤으니 망정이지, 아이구, 한번 자는데 뭐 이리 비싸냐?”
그런데 아이들 스키강습에 따라 갔던 바위씨는 거기서 또 한 번 놀랐다. 강습료에 리프트, 곤돌라 이용료 등을 알고선 다리에 힘이 빠져버렸다. 스키를 배우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로 마누라 만류도 뿌리치고, 숙소를 나섰던 70대 열혈청년 바위씨의 기가 돈 앞에서 한없이 약해져버린 거였다.
“아이구 비싸서 난 돈 줘도 못하것다. 애들이나 강습 받게 해라. 이 나이에 배워서 또 뭐하겠냐!”
나이가 많아 스키강습받긴 어려울 거라는 말엔, 듣는 체도 안하던 바위씨가 시간당 십 만원돈 한다는 비싼 강습료엔 쓴 입맛만 다시게 되었던 것.
그리곤 아이들이 리프트를 타고 가는 그 뒤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기를 몇 번씩 눈밭을 활보하던 바위씨도 지쳐갔다.
땀에 젖은 육신을 쉬어보겠다고 숙소로 돌아와 보니, 마나님은 곤한 낮잠에 빠져있었다. 전망 좋은 10층을 골라준 덕에 방안에서 스키를 타는 젊은이들의 끝없는 유희를 바라볼 수 있는 것만도 바위씨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세상 참 좋다. 내가 좀 더 늦게 태어났으면 이런 것도 즐기며 살았을까? 요즘 젊은 것들은 참말 좋것네. 벌써 우리 손주놈들만 봐도 우리완 삶이 다르니, 안 그렇소 마누라?”
바위씨의 푸념을 잠귀 밝은 마나님이 들었는지 부스스 일어나 대꾸한다.
“맞소. 요즘 애들과 우린 하늘과 땅 차이요. 그래도 당신은 나보단 더 복 받은 사람이잖아요. 그 나이에도 스키 배운다고 애들 따라 나설 정도로 체력이 좋지만, 난 몸 여기저기 삐걱대지 않은 데가 없소. 휴～”
두어번의 다리 수술을 해야 했던 풍자씨가 무릎을 쓸어내리며 덧붙인다.
“그래도, 이런 델 구경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티비 드라마에서나 본 스키장 불빛들을 이렇게 직접 보니 참말 멋지네. 별천지야, 별천지!”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스키어들로 잠들지 않은 창밖을 늦도록 바라보던 바위씨는, 이 재미난 세상을 더 누리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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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씨가 대체 누구야??
현재 경기도의 70대(2남1녀) 꼿꼿 가장으로서, 남쪽 바닷가출신 특유의 고집과 버럭질 대마왕.
십여년 전부터 서울 자식들 집으로 꾸준히 발걸음 이어오다가 6,7년 전부턴 경기도에 정착해버림.
현재 바위씨이야기는 십여년 전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4편까지 이어졌고, ‘춤추는 아침’에 이어
오늘 올린 이야기는 현재모습 3편이다. 앞으로도 과거와 현재이야기가 왔다 갔다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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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