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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충은 항문과 성기에 기생하는 기생충의 일종이다.
요충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딸이 네 살 때.
밤에 애엄마가 딸이 가려워서 잠을 못잔다고 잠깐 와보란다.
딸은 선잠이 들었다가 잠깐씩 감전된 것처럼 온몸을 파르르 떨면서 잠이 깬다.
딸아이는 울음반 짜증반 칭얼대며 엄마한테 매달렸다.
“똥꼬 가려워 ... 꼬추 가려워”
다리를 꼬다가 긁다가 엉덩이에 힘을 주고 활처럼 허리를 들어올렸다가 난리도 아니다. 애엄마가 옷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긁지 말라고 하니까 옷위로 손을 비볐다가 긁었다가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가려움에 맞서 싸우고 있었다. 애 엄마는 안 씻어서 그런 줄 알고 가렵다고 할 때 마다 화장실에서 물로 씻겼는데 별 효과가 없다고 ...
전조가 있긴 했다. 그날 낮에 놀다가 몇 번 똥꼬가 가렵다고 했었다. 왕년에 똥꼬 가렵지 않은 사람도 있나? 무심히 그냥 넘겼다.
“음식 알레르긴가? ...” “아토핀가?...” 애엄마는 “왜 그러지? 왜 그러지?” 나한테 묻는데 내가 뭘 알아야지... 똥꼬가 가렵니? 꼬추가 가렵니? 물으니 똥꼬가 가렵다고 했다가 또 꼬추가 가렵다고 했다가 딸도 긴가민가 ... 눈물은 그렁그렁 ...
처음에는 변비 때문에 똥꼬가 약간 찢어져서 그 상처 때문에 쓰린가보다 생각하고 약을 발라줬다. 그래도 가려운 증상은 여전했다. 잠은 쏟아지는데 가려워서 잠은 못자고 얼굴은 달아오르고 딸은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옷을 벗기고 엉덩이랑 꼬추를 보니 너무 긁어서 엉덩이까지 빨갰다. 부채를 부치기도 하고, 물로 씻기기도 하고, ... 열이라도 펄펄 끓으면 병원 응급실에라도 데려가겠는데 똥꼬 가렵다고 응급실에 갈 수도 없고 ... 도대체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막막했다.
<삐뽀삐뽀 119> 책도 뒤지고 인터넷도 검색해 본 결과, 밤에 특히 딸아이가 똥꼬나 꼬추가 가려운 경우는 1) 기생충(요충) 때문 2) 항문에 상처가 있거나 염증이 있을때 3) 팬티가 축축하거나 습기가 많을때 ... 등등.
요충에 대해 좀 더 검색해보니 이렇게 나온다.
1) 원래 장에 서식하나 알을 까러 밤에 항문으로 기어나오는 경우가 많다.
2) 하얀 실모양인데 크기는 1.5cm 보다 작다.
3) 항문이나 성기를 잘 관찰하면 보인다.
구충제를 사러가자니 밤 12시가 지나서 약국문은 이미 닫았을테고...
“아, 니미럴, 24시간 문 여는 약국은 왜 없냐고!!!!”
혹시 요충 때문일까? ... 어쩌면, 요충 때문일거야 ... 그래, 요충 때문이겠지 ... 맞아, 요충 때문이야 ... 음, 요충을 잡자! ...
애엄마는 무섭다고 나보다 하란다.
애엄마는 딸 손톱 깎는 거, 귀지 파내는 거 무서워서 잘 못한다.
못하는 건지, 일부러 안하는 건지 ...
랜턴을 입에 물고 요충 수색을 시작했다.
똥꼬와 꼬추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는데 ... 헉! ... 진짜 가느다란 하얀 실같이 생긴 것이 꼬물거리는게 보였다. 반가움과 놀람과 안쓰러움과 안도감과 분노가 뒤섞여 소리를 질렀다 ... 있다!!!
신속하게 요충 제거작전에 돌입해 .... 그날 밤 요충 두 마리를 잡았다.
그 작고 가느다란 것이 딸을 그토록 괴롭혔다니 ... 그제서야 딸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잠들었다. 부모가 된 후로 가장 무력하고 답답했지만 또한 가장 보람을 느낀 밤이었다.
다음날 온가족이 구충제를 복용하고 집안에 있는 이불과 옷을 모조리 세탁해서 쨍쨍 내려쬐는 햇볕에 며칠을 말렸다. 애 엄마가 주변에 물어보니 딸 가진 엄마들 몇명이 비슷한 경험을 했던 모양이다. 처음이라 가려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몰라서 다들 아주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고. 아무튼 그 후로 딸은 잠을 잘 잤고 요충은 서서히 잊혀져갔다.
요충의 번식방법은 이렇다.
산란기가 되면 밤에 장에서 빠져나와 똥꼬 주위에 알을 낳는다. 꼬물꼬물 기어다니면서 가렵게 한다. 아이들이 자다가 손으로 똥꼬를 긁는다. 요충알이 손톱이나 손에 묻는다. 나중에 아이가 손을 입으로 빨거나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먹는 순간 입속으로 들어간다. 요충의 알은 몸속에서 부화해서 장 속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추측컨대, 산란을 한 요충의 어미는 종족번식을 위해 “우리 새끼 알들을 데려가세요” 그러면서 간지럼을 태우는 것 같다. 자신이 발각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간지럼을 태우는 요충 어미의 숭고함은 내 자식에게는 고통의 씨앗 ... "...사정은 딱하지만 살려드리기는 그렇고 ... 아무튼 같은 부모 입장에서 참 드릴 말씀이 없네요 ... "
조류들 중에 꼬마 물떼새는 '의상(擬傷)'이라는 특이한 행동을 한다고 한다. 알이나 새끼가 있는 둥지 가까이로 침입자가 다가오면 어미 새가 갑자기 상처를 입고 날지 못하는 것처럼 땅바닥에서 푸드덕 푸드덕 몸부림을 친다. 마치 불구가 된 것처럼 일종의 ‘미친 척’을 해서 침입자의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는 것인데 - 그 미친 척에 놀라 침입자가 도망가는 것인지, 아니면 안전한 곳까지 유인을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 알과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표적이 되는 지극히 처절한 몸짓이다. ...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어떤 순간에 한없이 거룩해진다.
요충을 첫 대면하고 몇 년이 흘렀다.
며칠 전, 애 엄마가 졸린 눈으로 방문을 열었다.
“꼴리 아빠, 또 꼴리가 꼬추가 가렵대 ...”
... 그날밤 한 분의 어미 요충을 뵙고 ... 보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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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
기생충들은 모두다 천연기념물이 된 줄 알았는데...
놀랍다.
예전에 산길을 가는데 풀숲에서 꿩이 갑자기 후다닥 튀어나오더라구.
이거시 머시여??
그라고 놀라고 있는 사이.
쬐깐한 꺼병이(꿩새끼를 이렇게 말한다지)들이 졸졸졸 다른 방향으로 튀어 달아나더라구.
야. 이. 멍청한 꿩시뀌들아~~
내가 설마하니 니덜을 잡을 사람으로 보이냣!!!
하고 혼내줬었어. 히히.
그닝깐 에미들은 이 넘이나 저 넘이나 글케 숭고하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