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놀아줘”
7살 먹은 딸이 나만 보면 하는 말이다.
밥 먹고 숟가락 놓자마자 어깨위로 기어오르며 “아빠, 놀아줘!”, 컴퓨터 좀 할라치면 등에 엉겨붙어서 “아빠, 놀아줘!” ... 거머리가 따로 없다.
몸집도 커져서 몸으로 놀아주기도 이제 살짝 후달린다.
몸을 혹사하지 않고 놀만한 게 뭐 없나 짱구를 굴리다가 뱀주사위놀이가 떠올랐다.
뱀에 걸리면 쪼르르 미끄러져 내려오고 재수좋으면 고속도로 타고 쓩 올라가던 ...
달력을 한 장 뜯어 뒷면에 칸을 나누고 ... 뱀을 매직으로 그리면 지저분해질 것 같고
물감 꺼내 색칠까지 하자니 어우, 귀찮어!
이런 저런 규칙들을 생각나는대로 만들었다.
:namespace prefix = v ns = "urn:schemas-microsoft-com:vml" />: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 다이아몬드 - 일명, 꽝! 처음부터 다시.
* 하트 - 위에 있는 하트로 점프. (고속도로와 유사)
* 연 - 위에 있는 연으로 점프. 위에 있는 연에 걸리면 아래 연으로 추락 (뱀 & 고속도로)
* 엑스 - 밑에 가장 가까운 엑스로 추락
* 입술 - 뽀뽀해주기.
* 달팽이 - 한번 쉬기.
* 기타
: 주사위 두 개를 던져 합한 수 만큼 전진. 6이 두 개 나오면 한 번 더.
: ‘도착’ 칸에 들어가면 게임 끝. (도착 전 마지막 칸에서는 주사위 하나만 던진다)
주사위는 딸이 쓰던 지우개를 칼로 잘라서 만들고 점은 딸이 찍었다.
말은 지가 만들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더니 곰 세 마리를 그렸다.
딸에게 룰을 설명하고 게임 시작!
딸은 덧셈이 느리다. 점을 일일이 세야한다. 6과 6이 나오면 하나, 둘, 셋 ... 열둘까지 센다. 다이아몬드(꽝!)이 나오면 괴성을 지르며 방바닥을 떼굴떼굴 구른다.
딸이 가장 좋아하는 건 입술칸에 걸려서 뽀뽀하는 것. 아주 환장을 한다.
낙지 빨판처럼 내 뺨을 ...
게임에 지면 딸은 땅바닥을 구르며 떼를 쓰고 거의 지랄발광(?)을 한다. “계속 발광하면 더 이상 게임을 안할거임”하고 으름장을 놓았더니 발광까지는 안가고 분하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소심한 괴성을 지른다.
처음에는 하나하나 세면서 더하기를 하더니 어느날은 3과 3이 나오자 바로 6이라고 한다. 무식한 무한 반복의 힘!
뱀주사위놀이가 쫌 시들해질 무렵, 작년에 사다가 처박아둔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라는 책을 뒤적이는데 옛날 네팔과 인도의 뱀주사위 놀이판 그림이 보였다. 오잉? 다른 나라에도 뱀주사위놀이가 있구나.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범세계적인 놀이였다. 뱀주사위놀이는 다른나라에서 <Snakes & Ladder> 라고도 불리는 모양이다. 기원은 고대 인도라고 추정되고 그때에도 윤리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한다. 종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다리가 고속도로로 바뀐 이유는 70년대 고속도로 건설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서라는데 일리있는 얘기다. 옛날 뱀주사위 놀이판들을 다시 보니 올라가고 떨어지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공부 안하고 잠만 자면 뱀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와 거지가 된다.>
<닭에게 모이를 주면 고속도로 타고 올라가 달걀을 얻게 된다>
권선징악, 충효, 노인공경, 위험한 장난금지, 반공 이데올로기 같은 것들 ... 간첩을 신고하면 고속도로 타고 높이 올라가 표창장을 받는 것도 있다. ... 예전에 할 때 이런 게 있었던가? ... 하긴 나도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북한사람들 머리에 시뻘겋게 뿔을 그렸었지 ... 반공표어 숙제하면서 운 맞추느라고 쌩지랄도 하고 ...
뱀주사위 놀이판 맨 위에 적힌 <놀이법> 문구는 이렇다.
“... 나쁜일을 하면 벌을 받아 후퇴하며 착한 일을 하면 고속도로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지요. 여러분은 언제나 착한일만 하세요.”
2009년 추석특집으로 판매한 뱀주사위 놀이판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 나쁜일을 하면 길이 후퇴되고 착한 일을 하면 고속도로를 타는 그런 고정관념을 버려!!! 세상엔 나쁜일이 착한일일 수도 착한일이 나쁜일일 수도 있다”
옛날 판 “철길에서 여자친구와 놀면 기차에 치어 병원에 입원한다(뱀)”가 2009년 판에서는 이렇게 바뀐다. “철길에서 여자친구와 놀면 사랑이 싹튼다(고속도로)”
또 하나,
옛날판 : 친구를 때리면 경찰아저씨한테 빌게 된다 (뱀)
2009년판 : 친구를 때리면 나중에 커서 권투 챔피언이 된다. (고속도로)
뱀주사위 놀이판을 하나 더 만들어야겠다.
“돌아다니지 않고 밥을 먹으면 고속도로를 타고 쓩 올라가고, 아빠한테 놀아달라고 떼쓰면 뱀을 타고 쭈루루 미끄러진다.”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
몇년 전에 뱀주사위놀이판을 알게 되어서 당시 구하려고 별 짓을 다했는디..
인쇄상태가 불량이어서 맘에 안들었어... 2009년도 추석특집판이 나왔다는 거네??
지금도 구할 수 있을까??....... 인쇄상태는 좋아? 어디서? 답을 주라구~
우짜든 딸아이랑 놀줄 아는 아부지의 모습... 아주 훈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