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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내가 좋아하는 모자
새벽 5시에 일어나 신문 훑고 몸에 좋다는 생수한잔을 마신 바위씨. '아침에 먹으면 금사과'라는 철석같이 믿음으로, 딸이 내놓은 사과를 정성껏 깎아서 빈속에 채워 넣는다. 그리고는 6시가 되면 가벼운 스틱 지팡이와 모자장갑을 준비하여 공원길을 시작으로 약수터까지 한 바퀴 돌아온다.
그렇게 한 시간 반 정도를 걷고 오는 길에 바위씨는 예의 그 날카로운 눈매로 새벽운동 하는 사람들의 옷차림과 여러 가지 행동들을 자세히 관찰하며 나름의 즐거움에 도취되어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자신이 몰랐거나 발견하지 못했던 도시사람들의 차림과 습성에서 절대로 빠지거나 도드라지고 싶지 않은 열망으로 그들을 나직이 탐색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가끔 세련된 도시인이 고픈 바위씨의 열망과는 반대로 돌발적인 행동이 튀어나와 버린다.
그날도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만난 몇몇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던 바위씨에게 욕심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노부부가 사이좋게 아침운동을 나서는 길이었다. 슬쩍 스쳐가는 영감 머리를 덮은 초록색 모자가 색깔과 모양새도 근사해 보여 그만 욕심이 났던 거다.
바위씨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지나쳐가는 그들에게 다짜고짜 다가가 '이 모자 어디서 사셨소?'하고 물었던 것, 놀란 영감은 뜨악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그저 떠듬떠듬 '시내에서 샀지요.' 대답했다. 그러나 우리의 바위씨는 그대로는 물러설 수 없었다. 집요하게 '시내 어디에서 얼마에 샀느냐'며 더 정확한 대답을 들어야 했던 것.
결국 그마저도 성에 차지 않아 답답했던지 급기야 그 노인에게서 모자를 벗겨서는 이리저리 뒤집어보고 써보고 호기심 많은 철부지 아이처럼 꼼꼼하게도 살펴대는 것이었다. 그러고도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쩝쩝 다셔가며 하는 말이,
"모자, 참 잘 샀네요. 아주 맘에 드는 모자인디……. 난 이런 모자 사려고 해도 당최 살수가 없든디, 참 눈이 밝으십니다. 좋은 모자 부럽습니다. 잘 봤습니다."
그리곤 오던 길을 돌아 휘적휘적 가버리는 바위씨에게서 그제야 놓여난 노부부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멀뚱히 그의 뒷모습만 한동안 바라보고 서있을 수밖에.
"아침에 조깅을 하다가 좋은 모자를 발견했는디, 참말로 맘에 들드라. 니가 한 번 어디에서 파는지 알아봐라. 겨울에는 귀까지 덮을 수 있어서 따숩고 봄가을에는 근사하게 보일 것 같든디, 아주 적당하드라. 꼭 찾아서 사놔라."
"아부지, 모자가 두개나 있으면서 뭘 그런 걸 욕심내요? 등산장비 백 만 원도 모자라세요? 우리 아부지는 애하고 똑 같어, 아니지, 애는 저렇게 통은 안 크지.. 흐유~"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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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씨가 대체 누구야??
현재 경기도의 70대(2남1녀) 꼿꼿 가장으로서, 남쪽 바닷가출신 특유의 고집과 버럭질 대마왕.
십여년 전부터 서울 자식들 집으로 꾸준히 발걸음 이어오다가 7년 전부턴 경기도에 정착해버림.
바위씨이야기는 십여 년 전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오늘 올린 것까지 과거 6편이 이어지고 있고,
현재이야기는 ‘춤추는 아침’을 시작으로 하여 총 3편 올렸다. 앞으로도 과거·현재는 오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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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자..(이건 함 써문긴데.. ㅡ.ㅡ) 
이거일거임.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
모잘 많이 쓰면 대머리가 된다는 전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