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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 나물 얘기 들으니 벌써 봄인가? ...
요 며칠 춥다 ... 그럼 나는 아직도 겨울이다.
좀 늦었지만 작년 크리스마스 얘기를 해볼라고 ...
겨울이 가기 전에 받고 싶은 편지가 하나 있어서 ...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
딸이 3살 때 ... 크리스마스 전날 밤 ...
딸이 양말 한 짝을 방바닥에 놨다가 베게위에 놨다가
핑크색을 꺼냈다가 빨강색을 꺼냈다가 난리도 아니다.
아빠 : 너, 맨날 울고, 엄마 말도 잘 안 듣고, 별로 착하지도 않는데,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갖다 주실 거 같냐?
딸 : ... 아니야! ... 나 안 울었어! ... 엄마 말 잘 들을거야! ...
아빠 : 돌아다니면서 밥 먹고, 어린이집에 갔다 오면 옷도 안 갈아입고
씻지도 않고 노는데 그게 착한거냐?
딸 : ... 아니야 ... 잘 할 때도 있었어! ...
물론 선물은 몰래 사뒀다. 쿠키 ... 첫 크리스마스 선물.
산타할아버지 같은 거 없다고 확 까발릴까 하다가 ... 딸하고 놀고 싶어졌다.
딸이 자고 있는 동안, 편지와 제과점에서 산 쿠키를 양말에 매달아 놓았다.
잠을 자면서 딸은 빠드득 빠드득 이빨을 간다 ... 잠버릇이다.
꿈속에서 선물을 못 받아 이를 갈고 있는 모양이다 ...
아침에 딸이 흥분한 목소리로 깨운다.
"아빠! ... 아빠! ...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갖다 주셨어! ...”
"야, 그럴 리가 없어! ... "
" ... 아빠! ... 진짜야! "
선물을 들고 방안을 방방 뛰어다닌다.
아직 글자를 못 읽으니 산타할아버지 편지까지 읽어줬다.
내용은 뭐 뻔한 생활지도 ...
딸 : 와, 쿠키다! 쿠키! 산타할아버지는 아셔!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 히히히 ...
무분별한 선물이 이렇게 애를 버리는구나 ... 연리야 ... 솔직히 그건 아니잖아 ...
4살 때는 ... 선물 받고 방방 뛰던 기억밖에 안 나고 ...
5살 때는 지 주제 파악을 했는지 ...
올해는 선물을 안주실 거 같단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
자기는 착한 아이는 아닌 것 같다, 울기도 좀 했다, 엄마한테 야단도 많이 맞았다 ... 잘못한 일들을 띄엄띄엄 늘어놓는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코가 석자나 빠져 있길래 ...
23일 날 밤에 편지를 써서 우편함에 미리 넣어놓았다.
크리스마스 이브 편지 ...
“나 ... 산타할아버진데 ... 달을 보고 춤춰라 ... 너 잘못한 거 용서하고 ...
선물 줄지도 모른다 ...”
그랬더니 베란다에서 음악 틀어놓고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춘다
... 미안하다 ...
25일 날 아침의 달뜬 목소리 ...
선물 받고 방방뛰고 ... 며칠간 산타할아버지 편지를 읽고 또 읽고 ...
드디어 ... 작년 크리스마스.
냉이아빠가 쿠기판매를 할 때 나도 하나 주문했었다.
그런데 좀 늦게 올 줄 알았더니 크리스마스보다 일주일이나 먼저 도착한 거다.
수제품이라 오래두면 맛없어진다는데 ...
며칠 고민하다 22일 밤 편지를 써서 쿠키와 함께 머리맡에 놓아두었다.
“할아버지가 쿠키를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 ... 선물배달이 밀려서 ... 특별히 ... 너한테만 미리 갖다 준다 ... 루돌프 사슴 감기 걸렸다 ... 나 누구랑 배달하냐? ... 편지 쓰면 답장해준다 ... 편지는 아파트 우편함에 ...”
23일 아침 ...
눈을 뜬 딸은 어리둥절 ... 이게 뭐야? ... 이게 뭐야? ...
편지를 읽어보더니 선물을 들고 방방 뛴다.
그러더니 편지를 쓴다. 보여달라고 해도 절대 안보여주면서.
어린이집 가는 길에 아파트 우편함에 함께 편지를 넣고 ... 돌아와서 ...
편지를 꺼내 읽었다.
“쿠키 맛있었다 ... 집에 약 없으면 루돌프 쉬게 해라 ... 어디로 들어왔느냐 ...”
굴뚝이 없는데 어디로 들어왔냐는 질문이다.
편지를 책속에 꽂아 책장 깊숙한 곳에 숨겨놓고 또 편지를 썼다.
그날 어린이집에 데리러 갔더니 하는 말 ...
“아빠, 산타할아버지가 배달이 밀려서 나한테 먼저 선물 주셨다고 했더니 ... 친구들이 엄청 부러워했어 ... 근데 선생님은 막 웃었어 ... 왜 웃었을까? ...”
집에 들어가는 길에 우편함을 열어본다. 나는 화들짝 놀라서 연리에게 ...
“연리야, 산타할아버지가 또 연리한테 편지보내셨네 ...”
 
“쿠키 맛있었냐? ... 요즘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서 쿠키요리 연습중이다 ... 함박눈쿠키 ... 구름쿠키 ... 보슬비쿠키 ... 안개쿠키 ... 성공하면 내년엔 신상 쿠키다 ... 루돌프 거의 다 나았다 ... 흰 수염을 뽑아서 주문을 외우면 몸이 가늘어져서 창문 틈으로 들어갈 수 있다 ... 비밀이다 ... 생활 좀 똑바로 해라! ... 치카치카! ... 밥! ... 장난감 정리! ... 또 편지해라 ”
연리는 몇 자 안되는데 읽기가 서툴러 한참 걸린다. 까르르 웃다가 ... 주문을 따라하다가 ... 나한테 읽어달라고 했다가 ... 엄마한테도 읽어달라고 했다가 ... 또 지가 읽었다가 ...
밤에 연리가 또 편지를 쓰고 ...
“구름쿠키 맛있겠다 ... 어떻게 몸이 가늘어지는지 주문을 가르쳐 달라 ... 감기는 다 나았느냐 ...”
나는 또 답장을 쓰고 ...
 
“추위에 선물 배달하느라 감기 안 떨어졌다 ... 주문은 오직 너한테만 가르쳐준다 ... 호이호이 갈비씨 갈비씨 쭈욱쭈욱 가늘게 가늘게 뽀잉뽀잉 수염처럼 가늘어져라 .... 얍! ... 하얀수염 대신 엄마 머리카락 뽑아서 흰색물감 칠해서 해도 무방하다 ... 눈이 다 녹으면 나 겨울나라로 떠난다 ... 그때까지는 답장해준다 ... 써비스로 겨울나라 인사말 하나 알려준다 ... 호뜨호뜨 활랑호뜨 ...”
한동안 애엄마 머리카락 뽑아서 주문을 외우고 ... 좌절하고 ... 주문을 외우다가 좌절하고 ... 자기는 왜 안돼냐고 나를 볶아댄다.
... 미안하다 ...
그렇게 두 번 편지를 쓰고 나서 ...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이제 더 이상 선물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주문을 엉터리로 가르쳐줬다고 생각해서 삐졌는지 ... 편지를 안 쓴다. 가끔씩 넌지시 물어본다.
“산타할아버지가 편지 기다리시겠다 .... 겨울 지나면 추운나라로 가셔야 하는데 ...”
“ ... 쓸거야 ... ”
애엄마한테 들으니 딸이 가끔씩 “산타할아버지한테 편지 써야 하는데 ... 편지써야 하는데 ... ” 중얼거리더란다. 그러면서도 편지는 안쓴다. ... 약빨이 다했어 ...
며칠 전 마지막으로 물어보았다.
“눈 다 녹는다 ... 겨울이 끝나면 ... 산타할아버지 곧 추운나라로 가시겠다...”
“ ... 아직도 안가셨어? ... 왜? ... ”
" ... 흠 ..."
날이 따뜻해지기 전에 연리가 한 번 더 편지를 썼으면 좋겠다 ...
* 이글을 빌어 작년에 쿠키를 구워 보내준 냉이아빠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덕분에 잘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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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
연리도 너무 사랑스럽고
그건그렇고 냉이아빠도 보고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