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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리 ... 딸 이름이다.
연리지(連理枝) 나무 할 때의 그 연리다.
자식 이름 짓는 건 ... 조금 과장하자면 ... 머리를 한 천 번쯤 긁적이다가 ... 입술도 한 백 번쯤 깨물다가 ... 글자의 미로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가 ... 글자에 질려서 무감각해지다가 ... 무능함을 자책하다가 ... 아, 끝날 것 같지 않은 숙제 ...
존경하는 분이나 부모님께 이름을 받자니 혹시 마음에 안 들어 “아... 그건 쫌 ...” 하면 실례가 될 것 같고, 훌륭한 위인의 이름을 따자니 짝퉁인 같고, 작명소에서 짓자니 안 내키고 ... 결국 부부가 짓기로 했다.
친구들한테 놀림 받지 않아야 하고, 삼순이처럼 마음에 안 들어 이름을 바꾸고 싶지 않아야 하고, 부를 때 편하고, 좋은 의미가 들어 있으면 좋겠고, 너무 흔해서 동시에 여기저기서 “...녜!” 안했으면 좋겠고, 성이랑 어울려야 하고 ...
뭐가 좋을까? ... 음 ... 아 ... 에 ... 흠 ... 어 ... 참 ... 허 ... 하 ... 야 ... 캬 ...
... 이름은 부를 때 편한, 어감 좋은 이름이 장땡! ... 의미까지 좋으면 삼팔광땡!
거실에 전지를 붙여놓고 반으로 줄을 그어 딸일 경우와 아들일 경우를 대비해서 이름을 적어나갔다. 주변에서는 신생아용품 미리 준비해야 한다면서 의사한테 아가 성별을 물어보란다. 불법이지만 대게는 넌지시 알려준다고. 이를테면 “아가가 참 튼튼하네요!” 혹은 “아가가 참 이쁘네요” ... 그러나 뜸도 들여야 맛! ... 결말을 알면 영화가 뭔 재미가 있겄어? ... 태어나는 그 순간, 삼신할미가 점지해 준 선물이 무엇인지 보고 싶었다.
어찌 하다보니 애를 낳기 전 한 달 동안을 타지에 나가 있게 되고 ... 애 낳고 다음날 도착해서 ... 이틀인가 애 얼굴 좀 보다가 ... 또 삼주 가까이 타지에 나가 있게 됐다.
애엄마 혼자 갓난애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동안 나는 타지에서 이름 짓기에 몰두했다. 어느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불현듯 ‘연리’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혼자 몇 번 불러봤다 ... 연리 ... 연리 ... 입에 착 감겼다 ... 왔다!
돌아와서 애엄마한테 말했더니 시큰둥 ... 내 입에 감긴다고 남의 입에 감기는 건 아니구나 .... 그 후로 부지런히 깜지 쓰듯 전지에 이름 후보를 적어나갔다.
옆에 한 장 더 있는데 찍힌 사진이 없다.
어느날은 “ ... 아, 다정함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 했던 우리는 스스로 다정할 수 없었다 ... “ 라는 싯구절에 꽂혔다. ... 누군가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면 좋지 ... ‘다정’이가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 그런데 결정적으로 애엄마가 '다정'이라는 이름이 좀 흔하다고 테클을 걸었다.
내가 좋다는 이름은 애 엄마가 시큰둥 ... 애엄마가 좋다는 이름은 내가 시큰둥 ...
날짜는 흘러가고 ... 출생신고마감 기한 하루 전까지 결론을 못냈다.
당시는 출생일로부터 한 달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렸다. 출생신고를 하려면 당근 이름이 있어야 하고. 벌금을 물면서까지 출생신고를 늦추기는 뭐하고 ...
아가한테 이름을 불러보기로 했다. 어떤 이름을 부를 때 가장 좋아하는지 ... 돌잡이 하듯 ... 다정아! .... 연리야! ... 명랑아! ... 올라야! ...
... 부를 때 마다 눈만 꿈뻑 ... 꿈뻑 ... 반응이 별 차이가 없었다 ...
사실, 지하철에서 처음 ‘연리’라고 입 밖으로 내뱉었을 때부터 ‘운명’이라고 내 마음대로 생각했다. 애엄마를 설득하자! 연리라는 이름에 좋은 의미가 있으면 ... 인터넷을 뒤졌다. ‘연리’를 클릭하자 ... 연리지가 떴다. 사랑나무라 ... 밤낮으로 애한테 시달려 그로기 상태에 놓인 애엄마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
“... 그렇게 좋으면 ... 아이고 ... 뭐 ... 그렇게 해! ...”
연리지
출생신고를 하고 얼마 후, 홍콩 친구를 만나 이바구를 까다가 딸 얘기가 나왔다. 이름을 연리지라는 사랑나무에서 따왔다고 했더니 종이에 뭘 적어준다.
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연리지)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네
比翼鳥(비익조)는 중국 전설에 나오는 눈과 날개가 하나뿐인 상상의 새로 암수가 한 쌍이 되어 몸을 합쳐야만 멋지고 아름다운 온전한 새로 변신해 날 수 있고
連理枝(연리지)는 두 그루 나무의 가지가 합쳐져 함께 자라는 희귀한 나무라서 둘 다 사랑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말이라고 설명했다.
비익조 (比翼鳥)
그러면서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지극한 사랑을 고백할 때, 연인에게 청혼 할 때 그 싯구절을 써먹는다고 ... 우리로 치면 “이녁의 눈은 맑은 호수여! ... 초롱초롱한 그 눈 속에 퐁당 빠져 헤엄치고 자퍼요” 와 같은 꼬시는 말이다.
언젠가 딸이 자기 이름이 무슨 말(뜻)이냐고 물었다.
‘사랑나무’ 연리지에서 따왔다고 말하니 배시시 웃는다.
...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
아빠 : ... 근데, 너 줃어왔다. 사랑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거 따왔어.
딸 : ... 아니야 ... 연리는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어 ...
아빠 : ... 사랑나무에 매달려 있었다니까 ... 대롱대롱! ... 대롱대롱! ...
딸 : ... 아니야 ... 거짓말이야 ... (살짝 울먹이며) ... 그 나무 ... 어딨는데? ...
아빠 : ... 아빠랑 지금 가볼래? ...
딸 : ... 아니야 ... 나 ... 엄마 ... 뱃속에서 ... 태어났어 ... 으아아아앙!
“ ... 너,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
어릴 적 아버지가 그렇게 나를 울렸듯이 나 역시 딸을 울렸다.
물론 지금은 ... 씨알도 안 먹힌다.
아빠 : ... 너, 나무에서 줃어왔어.
딸 : ... 알아! ... 그래서 뭐?
아빠 : ... 안 슬프냐?
딸 : ... 과자나 사줘!
비익조, 연리지가 들어있는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노래한 장한가<長恨歌>의 원 내용은 이렇다.
七月七日張牲專(칠월칠일장생전) 7월7일 장생전에서
夜半無人和語時(야반무인화어시) 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한 맹세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하늘에서는 비익조 되기를 원했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땅에서는 연리지 되기를 원했네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높은 하늘 넓은 땅도 다할 때 있는데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이 가슴속 한은 끝없이 계속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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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
연리야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다오~~~
충북 영동 영국사에 가면 연리지가 있다.
사진 올릴께..
난 딸이 없어서..
ㅋㅋ
나도 울 아들 이름 모두 나와 아내가 생각하여 만들었다.
특히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의 돌림자를 써야 했다.
조카(사촌,육촌 포함)들이 무척 많아서 중복되지 않게 지어야 했다..
이름의 중간에 한글자 만드는데도 힘들었다...
한문의 뜻도 생각하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