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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한 기억으로 국민학교 5학년때쯤 죽음에 대해 생각했던 듯 하다.
그때까지 내가 목도했던 죽음은
자전거 훔쳐치려던 도둑이 던져준 쥐약먹고 죽은 어미개와 강아지
그후 우리집에 왔던 아기강아지는 병에 걸려 시름 시름 앓다 죽고
국민학교 1학년때 돌아가신(혹은 자살이라고도 하더라만) 네째고모부와
5학년때 돌아가신 둘째고모님이 전부다.
죽음에 대한 걱정은 뜨거운 뙤약볕으로 종일 시달리고 잠자리에 든 그밤에
노크도 없이 스며들었다.
... 죽음이 뭘까?
내가, 이렇게 살아있는 내가, 아무것도 아닌걸로 돌아가는 걸까?
그래서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고 그런 세상에서 난 잊혀지고
너무나 두려워서 그때쯤부터 책을 읽은 걸로 기억한다.
"생의 한가운데" "데미안" "유리알유희"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책이란 책은 무조건 읽었던 듯 하다.
가끔 심심한 밤이면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 두려워했고 아침이면 잊었다.
어느날은 편지를 쓰고 어느날은 시랍시고 써 보기도 하고
어느날부터인가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결혼할 때 그 일기를 다 태웠다.
다섯권은 족히 넘었고 사진이랑 편지도 태웠던 것 같다.
결혼 날짜를 잡아놓고 이틀이 멀다하고 산엘 다녔다.
도봉산.
도봉동으로 올라 우이동으로 내려오는 길을 숱하게 걸었다.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일 잡고 내려오기도 하고
바위를 뜯으며 걸어보기도 했다.
왜 그렇게 산을 다녔는지 지금와 생각해보면 아마도 결혼하면 산 다니기가
만만치않으리라는 짐작에서 였던 것 같다.
짝꿍되는이는 늘상 내려올 걸 머하러 올라가느냐는 주의였기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기르고 그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취미라는 걸 갖기 시작했다.
컴퓨터, 독서, 음악듣기, 볼링
다시 시작한 등산은 지금으로부터 십여년이 채 안되는데
처음엔 걷기 동호회에 들어 국도 걷기와 서울 주변 걷기를 하다가
시골까지 깔려있는 아스팔트에 질려 지인의 동호회로
흡수된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시 돌아가서 죽음은 아이를 키우고 아이들에게 신경쓸 즈음엔
아주 먼 명사였다가 작은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아주 잠깐
~ 지도 모른다로 놀래키고는 한동안 기억에서 멀어졌다.
물론 그 사이 사이 고모부, 고모님들이 차례와 상관없이 가시고
이뻐하던 친구의 아들도 보냈지만
바쁜만큼 죽음은 생각의 골 어딘가로 숨어버렸다.
아이들이 제법 컸고 엄마손이 조금씩 덜 필요해지면서
죽음이 슬며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이제는 죽음이 두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친근하기까지하며 내 삶의 한 부분임을 인정한다.
아니 오히려 늘 내일 올 죽음을 생각하며 오늘 저녁을 마무리한다.
그럼에도...
십오년을 열심히 일한 내게 일이란 것이 사라지고
하루를 이유없이 일어나 목적없이 산다는 것이
죽음보다 더 한 고통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뭘할까? 뭘 할 수 있지?
하루를 이틀을 삼일을 생각하다
무료하게 티비 채널만 돌리는 나를 발견한다.
티비는 잘 보지도 않던 내가 수사 시리즈물을 챙겨보고
"보이스코리아"에 환호한다.
허망하다.
왜 이러고 살지?
평소 누구보다 부지런하고(일할 때만), 말하지 않아도 일을 찾아하던 내가
의욕이 사라진다. 갑자기 주눅이 들고 자신도 없어진다.
밖을 나가기 싫고 며칠을 이만 닦는다.
이게 우울증인가? 아님 공항장애?
혼자 벼라별 생각을 다 한다.
.........................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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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