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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물었다.
" ... 행복하세요? ... “
“ ... 행복이요? ... 음 ... 글쎄 ... 흠 ... ”
느닷없는 질문에 순간 말이 막혔다. 행복하냐고? ...
확실한 건 지금 자신의 삶이 행복한 사람은 결코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라는 영화에도 왕년에 밴드를 같이 했던 친구가 술을 마시며 묻는다. 그 역시 별로 행복하지 않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결국 하지 못하고 생을 흘려보냈기 때문에.
“ ... 행복하니? ... ”
나도 이 질문을 언젠가 누군가에게 했고 받기도 했었다.
시끌벅적한 술자리에서 약간은 농담처럼. 그러나 춘자씨는 가볍게 웃으며 질문을 던졌지만 오래된 한숨이 묻어있어서 순간 말문이 막혔다.
마치 말기암 환자를 면회하고 나오면서 말문이 막히는 것처럼 ...
" ... 곧 좋아질거야 ... "라고 말할 수도, 그렇다고 " ... 뭐하고 싶어? ... " 라고 말할 수도 없는 ... "잘 있어" ... "몸 관리 잘하고" ... "뭐 도와줄 건 없어?" ... 이런 말도 어색하다. 그냥 미소 지으며 손을 한 번 흔들어 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
“ ... 음 ... 행복 할 때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을 때도 있고 그렇죠 ... ”
하나마나하지만 또 그것만큼 정직한 답변이 어디 있겠는가. “난 지금 행복해서 돌아버릴 것 같아요” 라거나 “난 불행해서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어요” 라고 하면 그녀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 ... 춘자씨는 어때요? ...”
그녀는 말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아까 자신의 동료의 차를 타지 않고 내 차를 타도 되냐고 물었을 때부터 ... 춘자씨는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그녀를 태우는 게 조금 신경이 쓰이기는 했다. ... 작년 겨울에 까나리 액젓을 싣고 가다 흘린 뒤로 아직 냄새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
“ ... 전, 요즘 ... 제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 갑자기 기분이 좋았다가 화가 났다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지옥과 천당을 오가네요 ... 근데, 이상한건 ...저를 만나는 사람들은 제가 늘 밝게 웃고 있으니까 ... 저를 보면 힘이 난다는 거에요 ... 늘 제가 사람들한테 좋은 에너지를 주니까 너무 좋은가봐요 ... 그러면서 제가 참 행복해보인대요 ...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시끄러! 닥쳐! 나 진짜 미쳐버리겠어' 소리지르고 싶은데 ... 그럴 수도 없고 ... 선생님도 제가 행복해보여요? ... ”
춘자씨에겐 불면증이 있었다.
밤에 잠을 잘 못 이루고, 가끔은 이 생각 저 생각에 뜬 눈으로 밤을 새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친구가 오랜만에 전화를 하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야속하고 서운해서 괜히 가시 돋친 말을 내뱉기도 한다고 ...
의외였다. 그녀는 약간 하이톤인데 늘 옥구슬이 굴러가는 것처럼 경쾌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고, 평판도 좋고, 그녀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나름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정치를 하면 잘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을만큼 사교성도 좋고 에너지가 넘쳤다.
그녀가 얘기하는 도중에 전화가 왔다. 업무관련차 누군가 상의를 해 온 모양인데, 역시나 그녀는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를 내며 밝고 따듯하게 응대를 했다. 흔히 말하는 '똑소리'가 났다.
일처리를 똑부러지고 명쾌하게 정리해내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나는 마트에 물건을 살 때, 뭔가 선택을 해야 할 때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편이다. 내 딸 역시 나를 닮았는지 과자 하나 살 때 마다 수많은 과자들 앞에서 어쩔 줄 모른다. 그러면서 내가 추천해주는 과자는 또 안 산다. 하는 수 없이 지 마음에 드는 걸 고를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 밖에 ... 내가 누굴 탓하겠는가 ... 발가락이 닮은 부녀도 있지만 망설임이 닮은 부녀도 있는거지 ...
그녀는 말문이 한 번 터지자 봇물 터지듯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았다. 개성이 너무 강한 딸과의 불화 ... 남편과 데면데면한 관계 ...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어려움 ... 어느날부터 하고 있는 일이 별 재미가 없어졌고, 때론 의무적으로, 때론 관성적으로 ... 그야말로 꾸역꾸역 일을 하고 있었다. ... 그러면서 때때로 가슴에서 울화증 같은 것이 올라오고 ...
“ ... 도대체 어디서부터 엉켰는지 ... 잘 모르겠어요 ...”
그녀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이런 문제를 털어놓기는 힘들다고 했다. 동료들이 일하면서 그녀의 ‘우울’한 상태를 늘 의식할테니까. 또한 같은 나이 또래가 아니면 공감할 수 없는 문제들도 있기 때문에.
“ ... 정신과 상담을 받아 보는 건 어때요? ...”
말을 해놓고 아차 싶었다. 그게 무슨 하나마나한 소린가. 물론 좋은 정신과 상담의사를 만나서 도움을 얻는 경우도 있지만 ... 그들 역시 남의 얘기나 들어주고 먹고사는 사람들 아닌가 ... 그리고 대게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문제를 정신과 상담을 받을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 만약 그때 내가 108배를 알았더라면 “ ...우선 108배를 해보세요.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 것은 몸이 문제에요 ... ” 라고 권했겠지만, 나는 그때 그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떤 말이나 위로도 해줄 수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그녀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총총히 걸어갔다 ...
그녀가 가고 난 후 마음이 착잡했다.
어려운 얘기를 꺼낸 그녀에게 별 도움이 못된 것도 마음이 쓰이고, 늘 밝은 미소를 짓고 있던 그녀가 마음에 지옥을 품고 사는 것이 안쓰러웠다 ...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 그런가 ... 내 또래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문제는 신경이 많이 쓰인다. 때로는 그게 나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
그녀는 왜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나에게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았을까? ...
생각해보니 오래전 나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늦은밤 완행버스를 타고 가는데 ... 사람이 별로 없었다.
버스 맨 뒷자리에 어떤 여자와 나 둘 뿐 ...
“... 어디가세요?” 이런 질문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생판 모르는 그 여자와 아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참 묘한 경험이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나는 그녀에게 내 고민을 이야기 했고 그녀 역시 내게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 했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아주 편하게 얘기를 했다.
지금은 그녀의 얼굴도 목소리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낯선 사람에게 속 깊은 얘기를 했는데 그게 굉장히 편했다라는 느낌만 남아있다.
아마도 낯선 사람과 속깊은 얘기를 하는 이유는 다시 만날 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에게는 차마 못하는 얘기를 오히려 낯선 사람이나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
아무튼 ... 그녀는 얘기를 나눌 상대가 필요했고, 다행히 나는 그녀와 갑장이어서, 같은 또래의 비슷한 고민이나 정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좀 더 편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오죽이나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고 ...
그 뒤로도 몇 번 그녀와 일 때문에 만났지만 “ ... 잠은 잘 주무세요? ... ” 정도의 하나마나한 인사말만 건넸을 뿐이다. 어쩌면 그녀의 힘든 상황을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그녀에게 불편 할 수도 있고, 더구나 그녀가 자신의 얘기를 스스로 더 하지 않는다면 내가 굳이 그 문제를 들추어낼 이유는 없기 때문에.
“ ... 행복하세요? ... ”
그날 이후 가끔식 ‘행복’에 대해 생각해본다.
행복이라 ...
내가 언제 행복하다고 느꼈을까 ...
딸아이가 까르르 웃으며 내 볼에 얼굴을 부빌 때 ...
따스한 봄볕 아래 벚꽃이 살랑살랑 떨어지는 것을 볼 때 ...
멋진 사람을 만나서 가슴이 설레일 때 ...
어떤 일을 잘 해낸 뒤에 짧지만 강렬한 성취감을 느낄 때 ...
사람들과 아주 힘든 과정을 이겨내며 해 낸 일들이 누군가의 가슴을 울릴 때 ...
우연히 멋진 음악을 발견해서 반복해서 들을 때 ... 뭐 그런 것들 ...
결국 나에게 ‘행복’이란 ... 등산하면서 중간 중간 바위에 걸터앉아 쉴 때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같은 것 ... 가끔씩 아주 짧은 시간동안 머물다 가는 그런 것 ...
물론 인간은 이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때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들, 멋진 사람들, 내 것을 흔쾌히 나눠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하고, 그들과 함께 멋진 일을 해낼 때 ...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니 일상의 행복과는 다른 행복을 생각하게 된다.
벚꽃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느끼는 일상의 행복은 잠깐 짬을 내 벚꽂나무 아래에 있으면 되지만,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삶 전체를 걸지 않으면 안되는 일 아닌가 ... 가만, 나는 내 삶 전체를 걸고 무슨 일을 해왔던가 ...
그녀에게 주려고 책 한권을 샀다.
자신의 인생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한 사내가 어느 날 불행에 빠지고 ... 다시 행복을 찾기 위해 헤매다 ... 결국은 찾게 되는 그런 이야기 ...
그러나 아직 그녀에게 그 책을 건네지는 못했다.
그런 책 나부랭이가 지금 그녀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
그래도 다음에 만나면 건네줄까 생각중이다.
힘들게 자신의 얘기를 들려준 그녀에게 ...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
얘기를 듣고 나니 ... 마치 말기암 환자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쉽지가 않다.
이 책이 그녀에게 산에 오르다 쉬면서 잠깐 맛보는 시원한 바람 한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설마 그럴까마는 ... 글쎄, 그녀의 삶 전체를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 일상의 작은 행복은 줄 수도 있지 않을까 ...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 ...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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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
어.....등수놀이 간만에 하니 재민네...
ㅋㅋㅋㅋㅋ..
[퇴근전 잡설]
대개의 인간은..
순간이나 찰라의 쾌감은 영원하지 않다하여
실체없는 정신적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듸..
(이게 발전(?)하믄 종교와 결합한다)
그런 "사디스틱 만족감"으로 자기를 괴롭히믄서 살게되는거다..
그러니까...
맨날...."나는 졸라 불행햐"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거지.
이옵화는 늘 말한다.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이다"라고......
오늘.지금.찰라를 즐겨라.
모든 행복이 그대덜 것이다.
킁.
P.S. 이걸또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로 받아들이는 휴먼빙은 없것지. 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