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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 부는 어제 엄마와 구로에 갔어.
전철역에서 빠져나와보니 비는 더욱 거세 우산으로 다 가려지지 않더라.
그런데 그 빗속을 뚫고 거리 가득 지글지글 고소한 냄새가 풍겨오는 거야.
겨우내 살이 많이 쪄서 2주째 밀가루음식을 금하고 있는
날 마구 뒤흔드는 검은 그림자였지.... 아흐～
그러나 일을 마치고 전철역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엔
기어이 냄새 진원지인 포장마차를 찾아 들어갔어. 참기 싫었거든
핑계는 아버지 좋아하는 꽈배기 몇 개만 사리라는 거였지만
눈앞에 쫘악 늘어선 온갖 튀김거리.....
도너츠와 핫바, 야채고구마튀김, 김말이, 오징어튀김 등등등....... 으아아악~
정신 잃은 난 꽈배기, 도너츠, 야채고구마튀김 등등을 마구마구 싸달라 했지.
그런데 주인아줌니가 이상했어.
심각한 얘길 하느라 손님은 반기지도 않고 전화통화에 열을 내고 있더라고.
“..우리보고 나가라구요? 며칠 기한도 안주고... 어떻게 그래요?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말도 안 되죠. 시간도 없고 돈도 없는데.. 우리보고 어떻게 하라고요...?”
한참을 더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눈치 없이 들어선 우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던 여인은
벌겋게 열이 오른 얼굴로 화를 삭이지 못해 씩씩 거리면서 전화를 끊더라고
그리곤 주문한 튀김을 기름 냄비에 넣어 뜨겁고 고소하게 튀겨낸 뒤,
알맞게 튀겨진 튀김은 가위로 잘라주는데....
잔뜩 울고 싶은 얼굴로 가위 질 하는 그녀의 손이 부르르 떨리더라.
그녀의 분노와 당혹스러움이 내 심장까지 전달되는 기분이었어.
‘아.. 장사 못하것네.’ 혼잣말을 내뱉는 여인은 얼굴도 들지 못하고
내 몫의 튀김을 싸주더라. 난 자꾸 그 여인이 신경 쓰이고
돈 만원이 넘는 튀김 값에 엄마는 ‘이 미친 것’.....이라는 눈총을 보내왔지만,
코딱지만 한 돈 만원일지라도... 쓰라린 그녀에게 응원이 되길 빌었어.
마음 같아선 그녀 얘기를 들어주고도 싶었고.... 오지랖이라 참았어.
지하철에서 무릎에 올려놓은 뜨근뜨근한 튀김을 손으로 만지작대며 찡해지더라.
그눔의 체면 때문에 튀김 한 개도 미리 먹지 못한 걸 아쉬워하다가
여인의 튀김은 집에 오자마자 우적우적 다 해치워버렸어.
배는 부풀어 올랐지만...... 느끼한 포만감을 오히려 고맙게 느꼈지.
그녀의 튀김만 먹은 거야. 구로동 포장마차 아줌니 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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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