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봄바람

“거기 바위씨 댁이죠?”

토요일 아침,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려댄다.

수화기 너머 포실포실한 살집이 잡힐 것만 같은 제법 기름진 목소리의 여인네가 전화기 너머로 다짜고짜 물어온다.

“네?……. 누구신지?”

“저 수락산과 광덕산에서도 뵈었잖아요. 기억안나세요?”

오호호호~ 하세요. 네 꼭 오셔야 해요~ 등등 밝은 여인네 목소리가 귓전을 통통 튕긴다.

수락산 이후로도 사돈영감 등산모임에 여러 번 함께 한 바위씨는 차츰 그 사람들과 친해져갔고, 각자의 배낭엔 필수품으로 술과 안주거리가 한두 가지 들어있기 마련이었다.

모이면 산에 오르고 올라서는 편평하고 쫌은 으슥한 곳을 골라 화투를 만지작대다가, 정치 얘기부터 가정사까지 안주거리가 되어 슬슬 술판이 익어갔다.

그러다 민감한 정치의 계절엔 울그락푸르락 싸우기 바쁘고, 점 10원짜리 화투장에 속 뒤집어지기 일쑤지만, 그만한 친구도 없었고 봄날을 즐길 더 마땅한 여흥거리도 찾기 어려웠다.

“사돈영감은 나한테 직접 전화하지, 뭐할라고 저 여편네를 시켜서 전화하게 맹그는지 몰 것네.”

바위씨 기분이 이상해진다. 뭔지 불편하고 어색한 기운이 올라오는 걸 애써 무시해버린다.

‘아이구 또 시작이네……. 제발 목소리를 낮추시지, 못살아!’

고함지르듯 전화 받는 소리에 얼핏 잠이 깨었던 뿌리는, 처음과는 조금씩 달라지는 바위씨 목소리에 부스스 자리를 털고 일어나버렸다.

“엄마, 아부지 바람나려나봐. 어떤 아줌마가 전화를 해선 호호호호 거리고 아부지 목소리도 낮게 깔리면서, 약속 잡고 난리네.”

“아하하하하하하~ 그러디?? 아이고 니 아부진 좋것다. 아부지 감시 말고 자유롭게 살라고 내비둬라. 근디.................................. 어떤 아줌마디?”

“난 잘 모르지, 저번에 엄마 병원에 오셨을 때 사돈어르신과 등산가셨잖아요. 그때 장미 준 아줌마 아닐까요?”

“으응............... 냅둬. 니 아부지가 그렇게만 살면 난 오히려 편하다. 으흐흐흐”

자신감인지, 아니면 진짜 해방으로 생각하는 건지……. 풍자씨 복잡다단한 속내를 헤아리기에 뿌리는 아직도 얄팍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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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씨가 대체 누구야??

현재 경기도의 70대(2남1녀) 꼿꼿 가장으로서, 남쪽 바닷가출신 특유의 고집과 버럭질 대마왕.

십여 년 전 서울 자식들 집으로 꾸준히 발걸음 이어오다가 7년 전부턴 경기도에 정착해버림.

바위씨이야기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과거이야기가 오늘 올린 것까지 총 8편이 이어지고 있고,

현재이야기는 총 4편째 올려졌다. 앞으로도 과거·현재는 쉼 없이 오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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