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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쪽 팔린 이야길 하겠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 다음 날이 영문학사 시험날이었다. 괜시리 잘난 체, 어렵다는 타꽈 영문과, 그것도 전공선택 과목을 들어서 걱정이 태산이었다. 교재는 노턴 앤솔로지! 1000 페이지가 훨 넘는 원서였다. 흐미!
본디 이를데 없이 순진무구정광다라니한 영문과 여학생을 수소문하여 족보를 입수한 것이 화근이었다. 영문학사를 가르치는 본토 유학파 여교수가 쬐메 웃겨서리 매년 같은 문제가 있다는 풍문이 있었거니와 거 하나만 써제껴도 B-는 준다는 데에다 불안함을 맡기고 음주가무를 즐겼던 시절이었다.
수소문한 거와 달리 이쁨쟁이생기발랄 요조가 나왔다. 짱개집에서 만날 껀 또 뭐냐? 요조를 앞에 두고 어색함을 묻어 버릴라고 동행들과 이바구를 털다가 탕수에 술을 한 잔 섞을까? 비파 없는 노래가락에 춤이라도 한뺑뺑이 돌릴까? 수작을 건넸다.
술은 입술이고, 노래가락은 금슬 부비기, 춤은 입맞춤이나 배꼽맞춤을 지덜끼리 지칭하던 불한당들이었거니와 하여간 그러한 돌또라이 덜미들을 떼로 몰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근데, 순진무구정광다라니로 알던 이 영문과 요조가 이 소리를 알아 먹는 거였다. 그동안 봉추가 풀었던 이바구가 영문과 여학생들에게까정 전염된 모냥인데, 야가, 글씨 이 아해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 요조가 치닫는 말뽄새를 따라가믄, 술달라니곱빼기따따블로따르니 괄목상대가 피안을 너머 진경산수에까지 펼쳐지는 거시었다.
봉추: 춤 한 번 출깝숑? 요조: 여적 라브샷도 부끄럴 나이롱! 봉추: 빼갈 아니 괜찮갰슴둥? 요조: 빨아먹을 건건이만 주신담! 봉추: 낼 셤 끝난 후 맥주집이 황천길? 요조: 아니 가 본 서역길이 더할롱!
요조와 치고 빼고 내닫는 사이 빼갈이 돌고, 낭청낭청 노랫가락이 교정 뒤안에 황무지에까지 울려 퍼졌으리라. 담날 아침 족보는 간 곳 없이 두통만 자욱해서 못 왼 부분을 페이퍼로 만들었다. 외워 쓰나 보고 쓰나 그게 그거 아님감! 여하튼,
내는 대강 외운 게 있어서 20행이 넘는 시를 행 제일 앞 두운 시어만 손바닥에 적었다. 함께 통음한 한 놈은 아예 대리셤을 부탁해서 F를 면하려 동분서주했다.
드디어 시험장, 뺑글뺑글 도수 안경을 걸친 영문과 교수가 여자 조교 하나를 대동해서는 칠판에 문제를 빡빡 적고는 나갔다. 시험문제를 적어 나가는 중 칠판에 백묵 삑사리 나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 슥슥, 악마가 젖빠는 소리와 같은 공포는 다들 경험해 보았으리라.
1. 노턴 앤쏠로지에 나오는 영시 하나를 써라. 2. 세익스피어와 벤 존슨 시대에 관해 써라. 3. 밀턴의 아레오파지티카에 대해 써라, 는 세 문제였다.
이제버텀 조교의 시간. 복학생 봉추 나이로 보였다. 흐미, 근데 이 여자사람을 어디서 본 듯하였다. 누구지? 누구더라? 누구였더라, 어서 봤더라...
2번 3번 문제를 쑹얼쑹얼 적고 나서, 이거 횡재했네, A+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근데 1번 문제 영시 문제를 쓰려 손바닥을 펴고는 퍼뜩 깼다. 이런 옘병, 볼펜으로 쓴 게 땀에 번진 거였다. 두운 각운 외운 거처럼 정렬해야 하거늘 뼘에 번진 글자를 해독하느라 몰두하는데, 조교 슨상께서 내를 불렀다.
조교: 거 손바닥 편 거기 학생! 봉추: 네? 조교: 화장실 가서 손닦고 오세요! 봉추: 네? 아, 네 (아, 쪽!)
쪽 팔리지만 외운 만큼은 쓰고 나왔다. 그럭저럭 B 잘하면 A- 정도 나올 듯 셤을 끝냈으니 엇저녘의 요조를 만나러 맥주집으로 갔다.
야! 근 데 조교가 어디서 본 여자 같잖슴둥! 우리 수업에 들어 온 적 있었나? 이럭 저런 이바구를 푸는 데 옆에 대리셤 보아 주고 난 놈이 얼굴이 사색이다. 어~ 어! 이거 클났네! 어쩌지. 왜? 왜? 다들 궁금 끝에 불안이 엄습하였다. 그 때 등장하는 여자사람이 있었으니,
조교 여자 시험감독, 이 맥주집으로 들어섰다. 뭐야 이 시츄에이션 이거슨?
불현듯 이 조교 여자 시험감독이 눈에 익었던 이유를 알아채게 된 것, 어제 그 영문과 요조가 평소 입던 옷을 입고 있던 거였다. 거기까지만 해도 아찔한 데, 그 뒤 요조가 따라 들어 온다. 여기야 언니! 일루 앉아! 어제 이 형들하고 술먹었거든. 조교의 친동생이었던 것이다. 으앙!
조교: 어제 얘 술먹였어요? 돈 안내고 갔다믄서요! 작작들하시지, 집에는 델다 줘야 할 거 아니예요! 글고 어제 술값, 얘 금반지 맡긴 거 찾아 내요!
쏘아 부치는 지청구 쯤이야 씹다만 껌 벽에 붙이듯 멀뚱멀뚱하는데, 아까 불안해 했던 대리셤 보아 준 놈이 따라 나오라는 눈치다. 들어본 즉, 셤지에 자기 이름을 쓰고 나왔다는 거였다. 당근 빵점 처리 학사경고 쁘라스 정학 깜이었다!
이런 건 어찌 해결해야 쓰나? 자금이 필요했다. 돈이 드는 일이었다. 물량공세로 시간을 끌고 사건을 만들어 진창에 같이 뒹구는 방법을 찾을 밖에, 어제 대강 꼬셔 놓은 어린 요조가 있으니 엊찌젖찌해 볼양이었다.
그래 긴급 펀드 조성, 모두들 방학 특강 수강료를 허물어 요조와 조교에게 푸짐하게 쏘아 대는 방식으로, 좌우당간 그날 모두 집에 가지 못하고 학교 앞 여관에서 잤다. 요조 서껀 조교 슨상 포함! 둘 다 순진무구정광술따라니 자매였다.
윤색렬이 정경심 1차 공소장에 다른 이름을 써서 냈대서 적어 본 옛일이다! 색렬아, 너를 보면 러시안룰렛하는 디어헌터 주인공처럼 아슬아슬하다. 자 결자해지! 자결해야지! 자, 쌍권총, 탕탕 F F 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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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