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고 습도 높은 일요일 한낮 친척아줌니 방문에 차린 밥상이다.

제법 푸짐하지? 몇 개의 밑반찬이 빠진 상태에서 밥 묵기 전 얼른 찍었다.

고등어김치찌게와 병어회, 우무무침, 파김치, 열무김치, 오이물김치 등등

이렇게 차려놓고 잡곡밥에 한 끼 밥을 묵었다........ 맛있겠지?...... 

엄니와 나의 정성과 땀으로 만든 점심식사... 이런 노고 뒤에 얻어지는 밥상이

진짜 살맛을 주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특별요리로 ‘우무콩물’을 해묵었다.

거제도 숙모가 한 상자 보내온 우뭇가사리가 어제오늘 우리집 메뉴가 되셨다.

 

묵 만들기:

우뭇가사리를 깨끗이 씻어서 햇볕에 몇 번이고 말리면 자연 표백이 되어

검은황갈색에서 금발 빛 누르끼리한 색으로 바뀐다.

엄만 그걸 큰 통에 물을 붓고 3시간 넘게 약한 불에 흐믈거릴 때까지 푸욱 삶으셨어.

그러면 우뭇가사리가 거의 녹아버리지.

그걸 통째로 소쿠리에 부어서 물을 확실히 빼낸다.

3,4시간 찬데서 식히면 투명한 묵이 완성된다.

생수를 톡톡히 부어서 보관하면 사나흘은 꼬들꼬들한 투명묵을 맛볼 수 있다.

우무콩물 만들기:

재료- 우무(묵)1모, 오이, 콩물, 콩가루, 노란설탕, 소금, 얼음, 검은깨

쉽게 말해서 우무를 동결 건조한 것을 한천이라 부르는데,

한천은 끓는 물에 녹여서 양갱의 원료로 많이 사용해.

여름에 먹는 우묵콩국은 배도 든든하게 해주고,

숙변도 해결되는 최고의 다이어트 식품으로 뜬다네.

 

울엄니 얘기로는, 가난한 예전에는 여기저기 떠돌며 장사하던 사람들이

끼니를 우무묵으로 때웠다고 해. 그만큼 바닷가에선 흔한 게 우뭇가사리였고,

돈도 안 들고 한 두끼를 넉넉히 채울 수 있을 만큼 포만감을 주었기 때문이래.

우무묵을 만들어 그걸 콩물이나 간장 등에 무쳐서 식사 대신 후다닥 먹고

하루 종일 발품 팔아 먹고살던 사람들 얘기를 듣고 나니,

우묵이 후루룩 목구멍으로 넘어가지지 않더라. 애틋하고 고마운 음식이라서...

 

 

 

 

 

 

 

 

 

 

자, 이번엔 니들한테 시식 후 그 평을 듣고 싶다.

 

난 씹히는 식감을 생각해서(칼질 몬해서 그런 것만은 아녀..)

손가락 크기 두께로 썰어서 콩물에 넣는데,

울 엄닌 가늘게 채 썰어서 후루룩 먹는 게 최고라셨다.

내가 크게 썬 걸 먹어본 아부진 니가 최고다! 하셨지만,

내걸 맛본 울엄닌 이렇게 뻣뻣한 우무는 첨이라며 사정없이 혹평을 하셨어. 췌~

 

니들이 가늘게, 두껍게 썰어서 해먹어보고 어느 것이 나은지..

그 냉정한 평가를 해달라.

 

 

 

 

 

 

 

                     요거이 울엄니표 채썬 우무무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