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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할아버지와 냉면
글쓴이 :  망구                   날짜 : 2012-08-12 (일) 01:10 조회 : 5056 추천 : 21 비추천 : 0
망구 기자 (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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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냉면을 끓여 먹다가 ...

몇 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냉면 ...

 

나는 어렸을 적부터 귀가 많이 아팠다.

가장 오래된 기억 중에 하나가 ... 엄니가 나를 업고 있는 장면인데 ...

밤에 귀가 아파서 칭얼대면 엄니가 나를 업고 자장가를 흥얼거리며 마당을

몇 바퀴 돌다가 그래도 안 자면 동구 밖까지 갔다오곤 했다.

 

“자장 자장 우리 애기 ... 얼뚱 애기 잘도 잔다 ...”

 

일곱 살 무렵 ...

귀에서는 여전히 고름이 흘러나왔고 ...

한동안 자전거로 한 시간쯤 걸리는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더운 여름날, 할아버지는 중절모를 쓰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자전거 페달을 밟았고, 나는 할아버지 허리춤을 잡고 자전거 뒤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어느날 ...

치료가 끝나니 점심무렵이 됐다. .

 

“ 너 ... 냉면 안먹어봤지야? ...”

“ 냉면이 머시다요? ...”

 

가정집 같은 식당 마루에 앉아있는데 냉면이 나왔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 국수도 아닌 것이 ... 라면도 아닌 것이 ...

 

... 아, 그 시원한 맛이란 ...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 후루룩 ...

여름에 맹물에 설탕 쳐서 먹던 국수는 쨉도 안됐다.

그렇게 맛있는 냉면을 먹을 수 있다면 평생 귀가 아파도 좋을 것 같았다.

 

그때 딱 한 번 ...  할아버지가 사주신 처음이자 마지막 냉면 ...

 

커가면서 할아버지를 많이 미워했다. 할아버지는 평생 할머니에게 못된 시어머니처럼  굴었다. 입이 짧아 반찬투정을 자주 하셨고 ... 밥 때가 됐는데 칼국수를 썰고 있으면 칼국수를 집어다가 마당에 패대기를 쳤다. 게다가 손이 귀한 집안에 아들이 하나 밖에 없다는 이유로 작은 마누라를 얻어 할머니 가슴에 못을 박았다. 할아버지는 그시절 흔하디 흔한 못된(?) 가부장이었다.

 

언젠가 할머니에게 “할머니 ... 여자로 살아보니 어때? ...” 하고  여쭤봤다.

할머니는 뭔 쓰잘데기 없는 걸 물어본다냐 하는 표정으로 피식 웃더니 ...

 

“긍께 ... 거시기 ... 벌레 ... 벌레만도  ...  나는 ...  벌레만도 못한 ... ”

 

그러고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

 

 


그러나 ... 할머니의 ‘웬수’같은 남편이 나에게는 때로 ‘인자’한 할아버지였다.

어릴적 잠들기 전에 옛날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지네 이야기, 몽달귀신 이야기 ...

그리고 난생 처음 먹어본 냉면도 ...

가끔씩 볏짚 보퉁이에 잔치 이바지 음식을 싸가지고 와서 손주들을 먹였다.

 

할아버지는 5년 전 돌아가셨다.

병원에 누워 계실 때,  간식으로 즐겨 드시던 딸기우유랑 영양갱을

가끔씩 사다드렸다. 문득 그 옛날 ‘냉면’ 생각이 나서 ...

 

“할아버지, 저 어렸을 때 자전거 뒤에 태우고 병원에 간 거 기억하세요?”

“... 응? ... 병원에? ... 그랬냐? ...”

“그때 냉면 한 번 사주셨는데 ... ”

“... 응? ... 냉면? ... 그랬냐? ...”

“퇴원하시면 냉면 한 번 먹으러가요”

“... 응? ... 냉면? ... 오냐 ... 그래 ... 가자 ... 가 ... ”

 

결국 냉면은 못 드시고 돌아가셨다.

좀 더 일찍 서둘렀더라면 냉면 한 그릇쯤은 대접해드릴 수 있었을텐데 ...

 

집에서 인스턴트 냉면을 끓여 먹다가 ...

그 무덥던 여름날 자전거 뒤에 나를 태우고 페달을 밟던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 그날의 시원하고 맛났던 냉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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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망구                   날짜 : 2012-08-12 (일) 01:10 조회 : 5056 추천 : 21 비추천 : 0

 
 
[1/7]   수수꽃 2012-08-12 (일) 02:13
망구! 굿모닝..새벽이니께...
망구 니도 할아버지 스타일과 비슷하나??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는 어떤 느낌일까?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음.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다

그나마 외할머니는 중1때 돌아가셨기에 조금은 안다.
외할머니는 박하사탕을 주셨다.
가제손수건을 손목에 두르셨는데 그 안에 항상 사탕이 있었음.
쪽진 하얀 머리..지금 우리 엄마가 외할머니와 많이 닮으신 듯...

나중에 내가 손자보면 그 느낌을 알런지...빨리 경험해보고 싶지는 않다.
 
 
[2/7]   미나리 2012-08-12 (일) 03:54
어릴 때 외할배 운전하는 자전거 뒤에 타고 가면
돌아가는 뒷발통에 발 넣는게 얼마나 잼있던지
그 다라락 거리는 소리가 너무 좋아서 한 날은
발 집어 넣다가 신발이 벗겨지면서 맨발이
발통살에 꼬이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내가 부렉끼를 잡았는데
머 피도 안 나고 다치지도 않아서
할배가 기분이 좋으셨는가바
시내서 짱께 한 그륵했는데
그 날이 내가 눈뜨고 짱께 첨 먹은 날 아니냐
울 엄마, 아부지는 왜 이거 안 사주셨을까?
잠깐 생각했던게 기억난다 아마 다섯살땐가,,,? 
그러고 그게 할배와의 짱께는 마지막이었고
맛은 기억 안 나는데 그 느낌은 남아있어
망구와 대략 유사한 추억이라
댓글을 아니 달수가 없었다ㅎㅎ
 
 
[3/7]   순수 2012-08-12 (일) 13:05
그래도 할아버지 기억이 있네~~
난 할아버지 기억이 나지를 않네...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신탓에..
대신 할머니 기억은 아주 쬐끔..

이제 내가 몇년 지나면 할아버지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
아이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때는 아주 인자하게 대해 줘야지..
ㅎㅎㅎㅎㅎ

비도 오는데~~~
연리와 그림그려봐라..
이야기 하면서~~
ㅎㅎㅎㅎㅎㅎ
 
 
[4/7]   피안 2012-08-12 (일) 17:59
맘이 쫌 그렇네..
우리 할매 생각도 나고...
 
 
[5/7]   망구 2012-08-13 (월) 00:39
수수꽃 / 외형은 많이 닮았지. 엄니 말씀에 따르면 같은 종자는 아니랴.
        난 할아버지와는 달리 반찬투정을 안하는 개차반이지.
        박하사탕 ... 늘 할머니들은 손주들을 위해 주전부리를 꼬불쳐두시지.
        손주? ... 으아아아악 !!!!!!!!!!
           
미나리 / 원래 귀한 자식은 맛난 거 잘 안사주시는 법이다.
        머 ... 오리들은 눈뜨자마자 처음 본 대상을 즤들 엄마라고 생각하고 졸졸졸
        따라댕긴다던데 ...
        맛도 그런 거 같다 ... 첫맛 ... 잊을 수가 없지.

순수 / 사진설명하는 글을 보면 순수는 정말 손자들한테 자상할 거 같으다.
      며칠을 미루다 ... 오늘 연리 벽화 그림 함께 마무리 했따.
      연리가 촌스럽게 막 글자를 써넣고 ... 색도 촌스럽게 칠하고 해서
      몇 번이나 속으로 "야, 그림 다 버리겄다, 어휴, 촌시런 것" 그랬그덩.
      근데 끝내고 보니 ...
      연리가 그린 부분은 아이 그림이 주는 서투르고 자유로운 맛이 있드라.
      걍 연리는 쓱쓱쓱쓱 지 맘대로 꼴리는대로 막 칠하거든.
      내가 도와주고 덧칠한 부분은 딱 티가 나. 뭔가 잘 그려볼라고 용쓰는 느낌. 

피안 / 시대 잘못 만나 개고생만 하다가 ...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뭘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시절 ...
 
 
[6/7]   다시라기 2012-08-13 (월) 07:44
새벽출근해서 그대 글을 읽네

할배는 기억에 음꼬
할매~

쪽진머리 울 할매는
키가 쭉빠진 외국인같았어
지금도 내기억엔
코끝이 쑥빠진
선 굵은 얼굴
푹꺼진 쌍거플로 나를 바라보셨던

아버지가 할머니를 닮았던가?
큰언니가 아버지를 닮았어
그런가~
가끔 생존해 있는 마지막 코끝을
큰언니 옆모습에서 찾아내곤 하지

시골에서 부산모셔놨더니
티브도 안켜고
불도 안켜고
오두마니 컴컴한 방에
앉아계시니 결국
포항 작은집으로 가셨는데

큰아들 감전사고로 보내고
할머니 집을 반정도 태워먹는
불을 내신 기억으로
결국 전기, 불......모두
겁을 내신 듯~

생각하니 아련하네...
덕분에 잠시
할매생각해따
효녀(?)된 기분이다.


 
 
[7/7]   된장 2012-08-13 (월) 11:44
할매가 마이 힘들었겠당.

할배와의 소중한 기억도 잘 봤구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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