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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더위 먹고 심하게 걸은 후유증으로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가는 지라, 오늘은 쉬어야 했어. 아직은 길 가운데 있으니 움직이긴 해야겠고.. 욕심 없이 어느 계곡에 가서 발만 담그다가 오자 그랬어. 만리포수목원 등등 다 물리치고 우리가 선택한 곳은 용천계곡. “아저씨, 용천계곡으로 가주세요!” “안돼요, 저 어제 거기 갔다가 빠져나오는데 4시간 넘게 걸렸어요. 어이구 징그러..” 그래도 우린 어제 너무 힘들었고 오늘은 계곡 가서 발담그며 쉬어야 한다고 우겨댔고, 택시는 계곡 근처 다리에 퍼주고 쌩하니 도망가더라고. 근디 계곡 초입이면 뭐하냐고... 우리같은 설마족들이 떼로 몰려든 그곳은 그야말로 불판 위 여름처럼 지글지글 끓었어. 천근같은 배낭을 다시 메고 드러운 계곡물이 안 보이는 좀 더 깊은 곳으로 아슬아슬 비좁은 도로를 걸어 올라갔지. 이미 자가용으로 꽉 막혀 주차장이 되어버린 계곡 길엔 매연과 흙먼지, 그리고 사람들 아우성까지 도가니였다. 20여분을 걷다가 더 올라가봐야 달라질 것 같지 않아 우린 주저앉았어. 더 이상 지체할 시간도 아까워서 개심사를 가기로 했어. 용천계곡에서 산길로 4킬로미터 정도 걸으면 닿는다는데.... 어제 학을 뗀 이후라 4킬로미터가 4시간으로 보이더라고. 우짜든 우린 거리에서 1시간 여 기다린 끝에 렌트카를 타고 개심사로 개심사로 마구 달렸지. 참 이상하지? 태양 볕에 목마르게 타는 온도는 같았으나, 거기에 도착한 마음은 어찌나 고요해지는지.... 잘 왔다...... 고생 많았다.... 뭐 그런 위로를 배롱나무 아래서, 약수 한 모금으로도 넘치게 받는 기분이더라.
더위 속 절 구석구석을 한참 뒤져몬 뒤, 먼지 풀풀 날리는 흙길을 걸어 일주문을 빠져나왔어. 그리고 5년 전 한끼 식사를 했던 그집을 찾아갔어. 변함없는 주인의 정갈한 손맛을 오랜만에 만나며 산나물에 두어잔 동동주를 달달하게 들이켰던가.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우리 갈길은 멀기만 한데.... 몸은 천근만근 무너지고 마음은 한없이 편안해서 일어서고 싶지 않았지만, 서산에 볼 일이 있다는 주인집 부부의 차를 얻어 타고 떠나오는 길. 자꾸 까부라지는 몸을 차창에 기대니 마을풍경이 스쳐가더라. 하얀 연기 속 밥냄새가 피어오를 것만 같은 푸르고 나직한 여름 저녁... 고향같은 그런 곳 한없이 평화롭고 고향처럼 아늑한 정경이지만, 이 마을이 품은 개심사에서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주인부부에게 들었다... 난 분노할 기운도 동조할 말주변도 부족하여 귓등으로 흘리고 풍경에만 빠져있었어. 세파에 물든 산사의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서 그랬을 거야.
5년 만에 찾은 절은 뭔가 거슬리고 도드라져 보이는 것들이 있었어.. 내가 너무 민감한가 했고, 세상흐름 속 하나이겠지.. 했는데.... 그 실체가 주는 씁쓸함이 컸다. 변하지 말라 해서 그대로일 텐가.... 그래도 지켜져야 할 것들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세상인심 참 무정하다. 그래도 난 또 일상으로 돌아오면 잊어버릴 거다. 머리 물기 털어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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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