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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휴가는 어느 때보다 알차게 보내리라..... 하루는 온종일 책만 보고, 하루는 장면이 헷갈리도록 영화만 보고, 또 하루는 친구 만나 진종일 수다만 떨고, 그리고 낼 걱정 없이 술도 질펀하게 들이 키고, 그리고 2박3일은 지치도록 걸으며 뜨겁게 여행하고 나머지 3일은 얌전히 일해야지... 야무지게 계획을 세웠었다. 그 어떤 것도 뜻대로, 온전히 흘러가고 거저 얻어지는 건 없더라.
길 막바지쯤 나타나는 자드락팬션 덥다덥다 맥을 놓았더니, 책 한 줄도 못 읽고 이틀은 휑하게 지나갔으며 극장나들이는 생각도 못함시로 또 하루가 갔다. 그리곤... 더 이상은 안돼!!! 하는 저녁에, 친구랑 2박3일 날을 잡고 밤을 보냈지. 그런데 새벽나절부터 배가 살살 아파오더니.... 아침엔 딴딴해지는 거야. 부모님마저 신 새벽에 여행을 떠나부렀고.. 난 살살 아픈 배를 안고 쓸쓸히 뒹굴었다.............. 여행 가기로 한 첫날.. 1박을 집에서 아프며 굶으며 훌쭉하게 보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김광석 둘째 날 새벽, 어제완 달리 오른쪽 아랫배가 아파오는 거야. 그래도 친구와 약속을 지키고 싶었고, 죽더라도 가고 싶은 여행 중에 죽으리라는 각오로 배낭 메고 집을 나섰다. “나 맹장염 같어...... 각오하고 있어.” “헉! 불안해서 어떻게 여행 같이 가냐? 얼른 내려! 얼척없네.” 친구의 불안함을 뒤로하고 태안행 버스를 탔다. 어딘들 병원은 있을 테니깐... 아침8시에 만나 1시에 우리의 목적지 태안 만대항에 도착했어. 숨막히는 더위 속에 솔향기길 1코스 시작점 마을에 내렸을 땐, 작열하는 태양이 눈을 못 뜰만큼 내리쬐더라. 작은 포구.. 말라버린 갯벌 항.... 그 쨍하는 바닷가를 바라보자니 순간 핑~ 하는 어지러움에 뫼르소가 떠올랐어........... 아무도 죽이진 않았고 물 한 모금 마실 사이도 없이, 숲이 그리워진 우린 바로 1코스 산길을 올랐어. 첨부터 어이없게 가파르더라. 이건 뭐지?? 왠지 불길한 기분이 들었지만........... 가야하니까 가나부다 싶어서 걸었어........ 무식하게 곳곳에 물을 마실 곳이 있다 해서 기대했건만, 그런 곳은 간데없었고, 산길 걷다가도 지치게 마주치는 게 해변이었어. 첨부터 이 길을 해변길따라 주욱 이어놓은 거라니 그럴 수밖에, 작은 산을 오르고 내리고 오르고 내리고..... 그러기를 수십 번은 했어.  1박2일이어도 배낭은 2박3일어치.... 목 타서 죽을 일 없게 짊어진 물 2병, 그리고 여름여행 필수품이 된 단단한 복숭아 9개가 든 검정비닐봉지까지, 양쪽에 시소처럼 들고 삐죽삐죽 올라가길 한 시간여.. 가만히 있기도 힘든 더위 속을 미치지 않았나 싶게 걸었다. 몇 걸음 못 띄어 숨은 턱까지 받치고 땀이 닦을 새도 없이 줄줄줄 흘러내려 눈을 뜰 수가 없고 걸을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찜통 속 딜레마..... 더 좌절하게 만든 건, 그렇게 먼 길을 제대로 못 쉬고 걸었건만... 이정표를 보니 1킬로미터도 못 간 거였어........... 으아아악!!! 뭐, 이런......... 못가! 발밑 절벽 아래, 약 올리듯 펼쳐진 바다로 빠져버리고 싶더라고.
길을 걸으며 이렇게 불합리한 일이 있나... 싶고 억울해지는 또 첨이었어. 올 만에 때깔 좋은 사진 한번 남겨보자 싶어 신품 사진기까지 모셔갔건만, 꺼내기조차 싫고 힘들어서 짐만 될 뿐이었어. 그래서 우리의 고행을 기록해 줄 사진은 그리 많지 않어. 그래도 걸으면 얻은 건, 만대항에서 꾸지해수욕장까지 10,2킬로미터를 걸으며 본 바다는 걸을수록 깨끗해졌다는 거....... 그리고 이제껏 내가 보고 알았던 서해안바다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깨져버렸다는 거... 기껏해야 고운 모래가 길게 이어진 천리포 대천 만리포 등등과 갯벌 정도였거등.... 발걸음을 떼지 않고는 발견할 수 없는 날 것의 바다가 곳곳에 박혀있더라는 거지. 어떤 곳은 여기가 서해안 맞아?? 싶을 만큼 푸르고 기암절벽에 아름다워서 머물고 체험하고 싶어지는 바다해안이 많더라는 거지. 서해의 새로운 모습.......... 속살을 본 느낌이었어.
어떤 곳은 가족들하고 가면 딱 알맞은 아늑함, 또 어떤 곳은 연인 딱 둘이 가면 호젓하고 다정할 그런 바닷가...... 가다 군데군데 해풍에 스치는 솔향기도 기가 막혔지만, 눈에 보이는 절경에 뛰어들 수 없음이 자꾸 목만 마르더라고... 그림의 떡 바다...!!!
길은 거의 대부분이 오르고 내리고가 반복이라 그리 높지 않은 산길이라도 더운 여름날 배낭을 멘 초보자들에겐 거의 유격훈련 수준이었어. 그러자니 속도도 안 붙고 갈 길은 멀고 시간은 촉박하여......... 고행이었어.
그래도 두 군데 정도가 바닷길과 마을길 그리고 산길과 만나는 사거리를 형성하면서 맞바람이 부는 곳이 있었는데..... 거기서 맞닥뜨린 바람은 세상 가장 시원한 환상적인 맛이었어. 온갖 잡념을 단번에 날리고 내장까지 통쾌하게 헹궈주는 그런 바람...
나보다 더 무식하게 오이와 양상추에 두꺼운 책 2권까지 챙겨온 친구는 한 줄도 읽어내지 못하더니 이날밤 결국 그 책을 베개로 쓰더라. 난 해저물녘 노을을 바라보자면.... 이젠 함께 있는데도 엄마가 그리워져. 고향이 먼데 있는 것처럼 그렇게........ 배도 심하게 고파오고.. 목적지 꾸지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땐 6시간이 훌쩍 지난 후였어.. 모래밭에 털석 주저앉아 퉁퉁 부은 다리를 쉬며 얼마나 허기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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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커피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