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안학교 교사로 일하는 친구가 있어.
잘 알던 초등생이 학교폭력을 당하다 못 이겨 자살해버리자,
주변의 무관심함에 치를 떨던 친구는 밥하던 손을 털고 겁 없이 앞장섰었지.
그 아이 부모마저 온갖 억측에 피멍이 들어 동네를 떠나버린 상황에서
협박을 일삼던 당시 학교 교장을 상대로 죽을 각오로 맞서 싸웠고,
결국은 그를 끌어내렸지.
무모하리만치 계산 못 하고 열정에 찬 그녀는 그렇게 3년을 시민활동가로 일했어.
지금은 대안학교 교사로서 집과 학교만 쳇바퀴 돌듯 바삐 살아가는데.
요즘 학교폭력으로 인해 자살학생들이 더욱 늘어나고 문제가 확대되자,
당시 활동했던 사람들과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하는 자리에 초대를 받게 된 거지.
이젠 기억 속에서 가물거리는 그 일과도 멀어진 그녀는
전문가들 앞에서 딱히 할 얘기도 없고 긴장되어서 침이 마를 지경이었어.
그때,
시민회관 회의장 문으로 1학년 반 아이가 쫑긋 얼굴을 내밀더래.
아이는 멀리서도 친구와 눈을 마주치며 씽긋씽긋 웃고 손을 흔들고 난리였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욱 긴장감이 높아졌다는 거지. 아이가 보고있는디... 뭐 그런
드디어 그녀가 말 한마디라도 떼어야 할 순간이 가까워졌는데,
멀리 있던 아이가 어느새, 포르르 달려와선 친구의 손에 쪽지를 쥐여준 거야.
‘샘, 편지예요!’....
순간, 얼른 펴봤더니.......................
‘편지’라는 딱 한 단어.
순간 이제까지의 모든 긴장감이 스르르 녹으며 피식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고.
그녀는 돌아온 강자처럼 술술술~
마치 원고를 준비한 듯 주옥같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거지.
짧은 순간, 손 안에 쥐어준 아이의 편지 한 장
심장과 살갗마저 조이며 떨리게 하던 그 순간,
순수한 아이의 진심어린 응원이 폭죽을 터뜨려 줬던 거였어.
가끔은 징그러운 녀석들..... 세상에 아이들이 있어 이쁘다.
| 
.... 
<--술병 내놔라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