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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되는 날, 대공원엘 갔다. 오랜만에 선배와 나선 길이었지만, 느려터진 난 또 다 저물어갈 무렵에야 도착해서는 휘휘 돌다가 아쉬울 즈음 몇 컷을 남긴다. 대공원엔 노래가 흘러나오고 바람은 기분 좋게 불어왔다. 갑갑증 나는 때 잠시라도 나와서 숨통을 열어본다. 그러면 찌들린 일상이든 마음이든 조금은 놓아진다.
그래도 먼 곳이 보고 싶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어지면 미술관 샛길 옥상에 올라선다. 지금이야 의자와 조각상도 비치되어 있어 그럴싸하지만, 몇 년 전까지는 그저 텅 빈 쓸쓸하고 고요한 곳이었다. 내리쬐는 햇빛을 손그늘만으로 다 가리지 못해도 머언 호수와 아파트와 산을 또 그 너머를 바라보던 나만의 자리. 그래서 한 겨울 눈이 펑펑 내린 다음에 올라가면 더욱 그 맛이 강해진다. 온몸을 떨면서 거기 서면 그나마 숨통을 두번쯤 열어 줄 바람과 세계를 느낄 수도 있으니까.
더 이상은 가을이 똑 같은 그림으로
오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어쩌면 지금 현재 머무는 것들과 지나가는 것들이 가장 소중하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됐다.
공원을 들어서면 온갖 풍경들이 있다. 아이 둘을 업고 유모차에 태워 한나절을 보냈을 가족의 오후, 아슬아슬한 킬힐 신은 여인과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가는 두툼한 청년의 흐뭇함, 동물원 구경을 마친 유치원 아이들의 재잘거림, 산허리쯤에서 한바탕 들이 마시고 불그죽죽한 얼굴로 내려오는 중장년의 취중 늦가을, 대공원 호수 둘레를 헉헉 거리며 뛰고 또 뛰는 고독한 마라토너의 땀, 저물어가는 가을을 밟아보겠다고 집을 나선 여고동창생들의 수다, 공원 한 귀퉁이에서 열심히 배치기를 하는 할아버지의 욕망, 호수 근처 돗자리를 깔고 일어날 줄 모르는 연인들의 아쉬움, 벤치에 홀로 앉아 강냉이 부스러기에 소주병을 기울이는 대머리남자가 바라보는 호수.... 등등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과 일탈이 공존하는 11월 가을 대공원의 모습이다. 누구는 숨죽여 울기도 하고, 또 누구는 자지러지게 웃어대도 저물어가는 해도 바람도 가을도 똑 같은 몫으로 왔다 간다. 2012년 11월 가을 당신은 어떤 풍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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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