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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 잘 보이시는가? 강 건너에서 개짖는 소리가 나서 들이댔더니 박수근의 裸木이 인화되었다.
삼일절 연휴, 아이들과 체육공원에서 농구랑 야구를 했다. 봄바람 부는 하늘에 독수리가 눈동자에 잠길 듯 낮게 떴다. 상승기류를 찾아 나선 모양이다. 잔디밭 낮게까지 내려왔다. 정지 비행을 하는 황조롱이, 제비 떼를 빠르게 가르는 새호리개, 까마득히 높게 뜬 말똥가리는 보았어도 독수리는 처음이었다.
스콥스터보다 큰 게, 다른 말 할 거 없이 그냥 독수리였다. 사진 찍을 엄두를 못 내었다. 눈을 떼면 놓칠까 서였다. 이내 사라졌다. 잊고 놀았다. 그래~ 눈 돌리면 피안인 것을...
두 잔, 석 잔 남짓 걸친 그날 밤에 담배를 피러 강으로 나갔다. 강건너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 왔다. 화들짝 놀라 귀를 쫑긋 세웠다. 짙은 쇳소리가 배어 있었다. 겨우 내 웅크려 얼어 죽을 것만 같던 고니들이 봄밤을 어룽지우는 꿈인가 싶었다. 애숭이 생도가 불다 터쳐 버린 트럼펫 불협화음이었다. 낮에는 서글픈 목관악기 소리로 들리던 것이 컹 피융~ 컹~ 금관악기의 낯선 음색으로 들렸다.
하루 지난 밤에도 한 잔 걸치고 강가로 나섰다. 예의 백구(白鷗)들 울음이 또 들렸다. 밤이지만, 아쉬운 마음에 그냥 아이폰을 들이 댔다. 플래시가 터졌고 어렴풋한 것이 잡혔다. 박완서의 裸木, 박수근의 벌거 벗은 마음인가? 짤방이 그것이다.
돌아오며 정일근의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를 떠올렸다. 집에 와서 한 소절을 옮겨 적는다. 1985년 발표된 것이니 다들 기억이 가뭇 하겠다. 일단, 한 소절 감상하시라.
아직은 未明이다. 강진의 하늘 강진의 벌판 새벽이 당도하길 기다리며 作露茶를 달이는 치운 계절, 학연아 남해바다를 건너 牛頭峰을 넘어오다 우우 소울음 소리로 몰아치는 하늬바람에 문풍지에 숨겨둔 내 귀 하나 부질없이 부질없이 서울의 기별이 그립고, 흑산도로 끌려가신 약전 형님의 안부가 그립다. 저희들끼리 풀리며 쓸리어가는 얼음장 밑 찬 물소리에도 열 손톱들이 젖어 흐느끼고 깊은 어둠의 끝을 헤치다 손톱마저 다 닳아 스러지는 謫所의 밤이여, 강진의 밤은 너무 깊고 어둡구나. 목포, 해남, 광주 더 멀리 나간 마음들이 蓬頭亂髮을 끌고 와 이 악문 참 물소리와 함께 흘러가고 아득하여라, 정말 아득하여라 처음도 끝도 찾을 수 없는 未明의 저편은 나의 눈물인가 무덤인가 등잔불 밝혀도 등뼈 자옥리 깍고 가는 바람소리 머리 풀어 온 강진 벌판이 우는 것 같구나.
지난 해 4월 다산유적지 건너 양수리로 이사를 왔다. 열 손톱 다 닳아 스러질 것같이 봄진달래를 여름 가을 물빛에 비추이고 언 강물이 풀리기를 기다렸다. 물은 풀렸으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불러 보는 야바위 놀음은 못하였다.
봄하늘 꽉 채운 한마리 독수리 날개 그림자가, 강 건너 흰 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고니들이 꿈꾸는 삑사리 쇳소리가, 원컨데 박수근 나목 유화물감 터치로 스쳐 지나 갔는지 물어 본다. 답하라 ~ 꽁쉬엘로 !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