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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부러운 것이 미군부대 다니는 집 애들이었다. 그애들 아부지덜은 육니오 임새 하우스 보이로 들어가 노무자로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들이었다. 토박이들은 지주, 마름, 머슴, 심지어 노비해방이 갑오경장인데 그때까지도 나리마님을 모시고 행랑채에서 사는 아범도 있었고, 몇몇 집들이 소작이거나 자작소농이었다. 어린 내 눈에 그들은 농사를 놀멘놀멘 허투루 짓는 거로 보였다.
농사 짓는 땅이 아닌 산동네는 연평도 백령도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살았다. 이들은 교회에 열심이었다. 갯것들을 배로 들고 와서는 먼저 자리잡은 아는 집에 들러붙어서 돌아가는 뱃날 물때를 기다렸다. 머무는 동안 동네 사람들에게 망둥이, 지치레기 갈치, 잡어 말린 거를 내 놓고 기식하는 거 같았다. 서해가 꽝꽝 얼어붙는 한겨울에는 돈이 되는 아주 작은 콩알만한 강굴을 몇 들통 씩을 이고 들고 보따리로 메고 왔다. 겨울, 섬에 할 일이 없으니 돈 되는 일을 찾아 나선 거였다. 섬사람 내외가 이고 온 굴은 동네 집집마다 한 바가지씩 쌀이랑 바꿔 먹었다.
그네들 사내는 막일하러 더 먼 타지로도 나가기도 하고 아낙네는 시장에 자리를 깔고 바지락을 깠다. 주둥이가 넓고 밑이 좁은 사기 종지에 바지락을 올려 담아 장보러 나온 주부들에게 팔았다. 더 주는 양 숟가락으로 아무리 올려 놓아도 조개살이랑 국물이랑 금새 흘러 내렸다. 비닐 봉지가 나오기 전이었던가 보다. 바지락 까는 손등은 재우 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돈을 거슬러 줄 때 부르트고 까맣게 갈라진 살갗에서는 피검게 굳은 붉은 모자이크가 선연했다. 그걸 본 어린 날부터 바지락이나 조개, 굴 같은 해산물은 무섭고 징그럽게 생각했다. 해서 커 술을 입에 대기까지 조개 굴 해산물을 먹지 않았다. 여적까지도 앙다문 조개 입에 칼을 살짝 대기만 하여도 사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게 했던 그네들의 솜씨와 피터진 손등이 내눈 앞에 있는 양 기억에 새롭다.
토박이들은 지주 댁 양지 바른 마당에서 옷소매 춤에 손을 지르고 멍석 위에 윷을 놓으며 술추렴을 했지만 섬사람들은 술도 담배도 아니했다. 다만 예배당에 가서 처량한 찬송가를 울면서 전투적으로 불렀다. 그네들이 살던 섬에는 원래 바닥빨갱이 천국이었다 한다. 황해도 연백 해주 사람들이 배로 섬으로 피난 가서 서북청년단과 함께 빨갱이 사냥을 하였고 섬사람들은 미군부대 예배당에 깃들어 목숨을 세탁한 거라고 들었다. 거기도 미군이 있었건만 하우스보이는 되지 못했고 예수교 신자 노릇으로 세탁하여 목숨을 부지하였던 것이다.
가끔 미군부대 노무자로 다니는 그 집에 즈그들만의 손님이 오고, 닭을 잡고, 얄딱꾸리한 햄이나 베이컨을 굽는 냄새가 풍겼다. 본시 동네 잔치는 남자들이 돼지를 잡는 것부터 마당이며 골목에 쪼그려 앉은 뭐시기 엄마들이 모여 전을 부치고 산적을 꿰어 굽곤하는 거까지 다 보이게 되어 있었다. 잔치에서는 일하러 온 동네 드난꾼도 주인상에 올라갈 음식 양이 되면 제새끼들 입에 넣어 주고 손에 쥐어 주고 동네 사람들에게 인심쓰는 게 상례였다. 일을 도와준다지만 한가지 음식의 주인이 되어 나름 처분할 요량을 가졌던 거였다. 물론 겉으로 드러내 놓고 용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 새끼 손에 쥐어 줄 때는 앙칼지게 한소리를 했다. '오금탱이를 부러뜨릴 새끼들!' 같은 소리로 민망함을 대신하곤 했었다.
그 집은 잔치를 하여도 대문이며 방문을 걸어 잠그고 냄새만 풍겼다. 그 집 애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아이들마저 단속을 하는 거였다. 하지만 오후 나절이면 아이들이 드롭푸스나 초콜릿을 들고 골목으로 나왔다. 그 신기한 맛을 자랑 안하고는 못배길 터였다. 박래품이라는 걸 대번에 눈치 채었지만 아이들은 쭈삣쭈삣하고 섣불리 다가 서지 않했다. 잔치라는 것이 떡이며 엿이며 강정을 시루, 엿판, 바구니에 들고 나와 손 내미는 아이들에게 내남직 없이 쥐어 주는 것이고, 받는 손에도 당당함이 배어 있는 것인데 그러하지 못하니 탐탁치 않은 것이 남아 있었는 게다.
치사스런 말과 츄잉껌 하나 씩을 받아 든 아이들이 풍선을 만드느라 숨을 들이 쉬어 헛배가 부르고, 짝짝 소리내 씹는 흉내를 내느라 아구가 알알할 때가 되면 모든 게 시들해지고 흩어지게 마련이었다. 이 때 쯤 그집 아이는 당꼬, 잠깐만! 하여 놓고는 냉큼 안으로 뛰어 들어가 어른 들이 먹다 남긴 깡통을 들고 나오기 십상이었다. 한 손에는 깡통 따개로 뾰족뾰족 도려낸 아구리를 잡고 다른 한손에는 유에스 양키 숟깔을 들고 나와 반 쯤 남은 간스메를 퍼 먹는 것이었다.
벌겋고 노랗고 연두색 작은 깍두기 모양의 젤리 같았다. 너도 나도 한 입 먹으려 덤비지만 숟가락은 하늘로 들어 올려 쉬이 앗아 먹지는 못하였다. 깡통을 빼앗으려 해도 날카로운 쇳톱날이 있어 손으로 거머 쥐기는 애시당초 틀린 일이였다. 결국 그집 아이가 암죽을 먹이는 어미가 되고 아이들은 젖먹이처럼 한 숟깔씩 입에 받아 넣는 것으로 끝이났다.
간스메 깡통을 거꾸로 들어도 한 방울 시럽도 떨어지지 않게 되면 날이 어둑어둑했다. 니미럴 헛풍선 질에, 알알알 아구 헛심에, 달작지근한 설탕물 한 술을 비느라 점심 나절부터 헛배를 쥐고 있었던 거였다. 배를 불리워 줄 달달한 무엇이 이젠 없다 싶으면 인심은 사나워졌다. 아금바친 아이들은 그집 아이의 손에 들려 있던 깡통을 빼앗아 깡통차기를 했다.
걸기가 든 아이들이 발끝으로 깡통을 쎄게 내 찼다. 그 집 대문 양 모롱이에 차 맞추기다. 덜그럭 깡깡 깡통 차는 소리가 요란하고 그 집 안에서는 술에 취한 사내의 호통 소리가 났다. 헛배부르고 허망한 배고픔은 술에 취한 사내의 목소리 야단 쯤에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들로 만들었다. 머뭇대던 아이들까지 합세하여 이젠 아예 철제 대문에 깡통을 차기 시작한다.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철제 대문에 찌그러진 양철깡통이 부딪는 소리가 온 동네를 휘몰아치며 울린다. 땅거미가 내리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때가 되었다. 이젠 힘이 없어 더는 못하지 싶을 때에 맞춰 나는 소리가 있었다.
바로 바로...야들아 밥먹어라! 엄마 목소리다. 반갑고 홀가분해진다. 끝내지 못하던 지겨운 걸 마칠 수 있으니. 꽃신은 사오셨나? 헛배 곯던 마음을 아셨는지 밥상에는 달걀후라이가 달무리처럼 떡하니 올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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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삑삑삑~삑삑삑!!! 정답~~~!! 달무리!! 
←오빠 달료~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
또르르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