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1895년에 태어나신 분이라 우리가 모르는 전문용어로 욕을 하셨다. 오라를 질놈, 포두청에 끌려갈 놈, 육시를 헐놈... 우리에게 하는 욕도 아니요 우리를 깨우려는 것도 아니요 당신의 처지에 대한 자괴요 악다구니였을 것이다.
학교 갈 걱정에 붙잡고 있던 이불깃을 젖혀 놓고 밥상에 앉았다. '오늘 버스비는 주려나?' 점심 도시락은 없어도 학교를 걸어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심플 형아가 말한 버스 차비가 10원이던 시절이다.
참기름에 김 굽는 행복한 냄새를 맡던, 아버지 엄마와 함께 먹었던 아침은 언제였던가? 나는 지금도 누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무엇이냐고 물어 본다면 이불 속 따스한 온기 속에서 맡았던 김 굽던 냄새라고 말할 것이다.
서울로 대학에 다니는 누나들과 명문고 다니는 동리가 알아주는 천재이자 어른들의 자랑이었던 형은 아랑곳하지 않고 집을 나섰다. 그들이라고 차비 없이 버스 타는 재주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형은 할머니가 쥐어준 돈이 있을 게고 누나들은 하교 길에 아버지 사무실로 가 뜯어 놓은 비상금이 있을 터였다.
흰둥이 집이 있는 마당은 추웠다. 훌훌 더운 김이 나는 불은 국수를 덜고 목덜미를 쓰다듬어 주니 꼬리를 흔들며 좋아라 한다. 누나들과 형이 아침을 먹지 않아 라면스프국물을 뒤집어 쓴 국수가 많이 남은 것이다. 아마도 조금 지나면 흰둥이 밥그릇도 뜬물통처럼 얼어 터져 버릴 거였다.
"어떤 년놈이든지 다신 강아지만 들고 오면 봐라. 내 그년 밥상에 개밥그릇을 얹어줄 테니..."
개밥을 챙기지 않자 화가 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뱉은 힐난이고 저주였다. 엄마 밥상에 개밥그릇이 올라가는 것을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개밥 챙기는 것은 내 차지가 내었다. 내가 못 챙길 때는 여동생이 맡아야 했다. 할머니에게 차비를 받아 집을 나섰다. '오늘 겨울 방학이 시작되니 내일 아침부터는 맘 편하겠다' 생각을 하는 데 눈발이 날렸다.
흰둥이는 그 해 여름 첫배 새끼로 여덟 마리를 낳았다. 장마철이었다. 새끼들이 젖을 빠느라고 긁어 댄 젓몸에 상처에 고름이 나고 멍울이 도드라져 있었다. 할머니가 안티프라민을 발라 줬더니 그게 더 아픈 듯 혀로 핧아 버렸다. 꼬물거리는 새끼들은 젖을 떼기 전에 다른 집에 주어 버렸다.
젖몸살에 상처까지 난 흰둥이를 동물병원에 데려 가기로 했다. 동물병원은 언덕을 내려가 공고입구 버스정류장에 있었다. 동네를 벗어나 큰길에 이르자 이놈이 뺑소니를 치며 집쪽으로 도망갔다. 한 번도 마을 아래로 내려 온적이 없고 차를 무서워했다.
몇 번을 도망쳐서 할 수 없이 철물점에 가서 개 목거리를 사다 채웠다. 이젠 병원에 데려갈 수 있겠구나. 헌데 웬 걸, 목걸이를 채우고 끈을 쥐자 자리에 앉아 꼼짝을 하지 않았었다. 결국 없는 돈에 수의사를 불러 가죽가방을 들고 왕진을 왔다. 지난 늦은 장마에 있던 일이었다.
학교에 다녀오니 여동생이 울고 있었다. 친정에 다녀 온 엄마가 안절부절 부쩌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어쩌겠니? 개장사 집이라도 알면 가서 찾아 올 텐데..."
엄마의 말이다.
"...... ......"
여동생은 그냥 울 뿐이었다.
할머니, 엄마, 나, 여동생은 아무도 저녁밥을 먹지 않고 일찍 잤다. 다음날 아침에 김 굽는 참기름 냄새가 풍겨왔다. 쌀밥을 입에 넣는 행복감에서 일어 났다. 온 식구가 모여 앉아 아침을 먹었다. 오늘은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이제는 흰둥이 밥은 주지 않아도 되었다.
친구들하고 스케이트장이 얼마나 얼었는지 보러 다니다 저녁 눈을 맞으면서 집에 왔다. 짐자전거에서 내린 사람이 우리집을 기웃거린다.
"왜 그래요?" "누구세요?" 내가 묻자,
"너네 집 개 안키우니?' 하며 반문이다.
"잠깐만요. 엄마 누가 왔어요. 개 키우느냐고 물어요?"
어제 흰둥이를 사 간 개장수였다. 개장에 넣다가 뛰쳐 도망쳐서 찾으러 왔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웃돈을 얹어서라도 돌려 줄테니 개를 다시 가져오라고 신신당부 했다. 여동생이 갑자기 생각이 난 듯 뛰어 나갔다. 쫓아 갔다. 흰둥이랑 놀러 다니던 뒷동산이었다. 없었다.
돌아 와 있었으면... 눈이 펄펄 날렸다. 하늘을 치어다 보니 검은 눈이 내게로 쏟아졌다. 흰눈 속에 흰둥이가 백번도 천번도 더 내 품에 뛰어 들었다.
그 뒤로 개장수는 몇 번이고 집에 와서 흰둥이가 돌아 왔는지 살펴 보았다. 여동생은 몇 날 몇 일을 거기에 나가 있었다. 아! 그러나, 흰둥이는 집에 돌아 오는 길을 몰랐던 것이다. 한번도 내려가 보지 않은 길을 어찌 돌아 올 수 있는가? 그해 겨울은 따듯했다. 흰둥이가 없는 겨울이...
박봉추 기자를 불쌍히 여긴 1명에게서 카테고리 견인비 300뽕씩 삭감됨.
봉추성~ 이기 어디 연예방이심꽈?
무서버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