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원 속에 있는, 당장이라도 욕으로 변신할 것 같은 정체불명의 손이 누구의 손인지 아직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유령의 손'이나 '신의 손'으로 신비화하기에는 화면이 너무 선명하다. 오른 쪽 무언가를 꼬집으려는 듯 나와 있는 손은 마나님의 손이다. 그리고 봄날에 두꺼운 외투를 입고 앞에 앉은 두명의 사내가 나의 아들들이다. 지난 번에 내가 오른 쪽에 있는 아이의 엉덩이를 치고 출근했다고 실토한 바 있다. (사진 설명이 다소 길다. 미안하다. 경상도라...)
지난 주 목요일이었던가요? 대충 이렇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중3 큰 애의 지난 2학년 기말고사 성적이 급락한 관계로 뒤늦게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아웃백으로 장소를 잡고 갔다. 아버지인 내가 아들에게 직접 중3의 인생 문제와 성적 하락 문제를 놓고 아이와 대화를 하겠다고 직접 나선 것이다.
'초보는 용건부터 말하고 프로는 잡담으로 시작한다.'는 말이 있잖은가. 호주산 소고기를 실컷 먹고, 몸이 나른해지는 때에, 나는 종업원에게 볼펜과 종이를 갖고 오라고 부탁하고 뉴튼(턴?)의 사과 이야기부터 꺼냈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으로부터 천체의 운행을 설명하는 이론을 만들어낸 과정을 종이에 그림과 글을 섞어서 설명하고 있었다. 내가 설명하면서도 지금 자꾸 삼천포로 많이 빠져가고 있다는 느낌은 들었다.
작은 애부터 따분해 하더니, 마나님이 결국 인내를 거두고 나직히 말했다. "용건만 얘기하소 마." 나는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추면서 "초보는 용건부터... " 순간이었다.
마나님이 수프 숫가락으로 테이블을 탁 치면서 일어서며 소리쳤다.
"둘째야, 가자!"
그리고 둘째 아들 손을 잡고 정말 나가버렸다.
나는 중3 아들래미의 눈치를 살피며 3분간 자리를 지켰다. 중3 아들이 불쌍한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도 대충 가지..." 읭? 대충??
소설같지 않나?
내가 여친한테 이 이야기를 지난 주 금요일, 그러니까 사건이 일어난지 1일만에 들려줬는데, 아주 재밌다고 해서 여기 써보는데... 영 맛이 안나네... 쩝...
절필해야 할까보다.
|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