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에서는 주간에 피아노 소리와 야간에는 TV 스피커 우퍼 소리 비슷한 울림이 자정 넘어서 까지 계속된다.
집사람이 밤 열한시 넘어서 웅웅거림이 계속되자 경비아저씨한테 가서 윗집 시끄럽다고 인터폰하게 했다. 우리집 남편 성깔이 장난 아닌데 지금 아주 심각하다. 몽둥이 들고 뛰어 올라갈지 모른다. 윗집에 인터폰해서 TV 소리 줄이라 얘기 해달라.
그런데 나는 그 시간에 안방에서 애들과 자고 있었다. 일찍 자는 편이어서 스피커 우퍼 울림에 민감하지 않다. 집사람은 나를 바람막이로 만든 것이다. 집사람이 안방 문을 열고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나한테 얘기한다. 나는 잠결에 이 사람이 뭔 소리를 하나 긴가 민가 했다. 그렇게 내게 얘기해 놓고 마누라는 그 야밤에 운동하러 간다고 나가 버렸다.
그러고 얼마 안 있어서 밤 12시가 다 되어갈 쯤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똑똑똑. 한참 있다 또 똑똑똑. 또 한참 있다 똑똑똑. 이사람이 12시가 다 된 시각에 무슨 짓이야. 런닝 바람에 인상을 쓰며 씨바 소리를 내며 현관문을 벌컥 연다. 당황한 윗집 아저씨가 보인다.
"에이 씨바 뭐야"
"시끄럽다 그래서 뭣 때문에 그러시나 확인하러 왔습니다."
"이사람이, 지금이 몇신데 이 난리야?"
"경비실에 얘기했다 해서 아직 안주무시는 줄 알고 왔습니다."
"지금이 밤열두신데 너무 한 것 아뇨?
"TV소리 때문에 시끄럽다 하신 것인지 확인하러 왔다 아닙니까?"
"확인을 꼭 이 야밤에 해야 되요. 아니 밤 열시되면 야간이니 잠자야 된다면서요 ?"
"지금 그 얘기를 왜 하십니까?"
(당신이 그렇게 써붙였자나, 이 인간아! 내가 그랬니?)
"홈씨어터를 갖췄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웅웅 거리니까 안울리게 해줘요"
"예 알겠습니다."
"쾅"
문을 닫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가슴이 벌렁 벌렁한다.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닌데... 이놈의 마누라가 나를 전장에 보내 놓고 혼자 도망갔단 말이쥐...
나중에 마누라편에 경비 아저씨의 얘기를 들어 보니, 인터폰 하자 조금 있다 2층 아저씨가 경비 아저씨를 찾아 왔단다. 그러고 경비 아저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밤 12시가 다 된 시각에 우리집 현관문을 두드린 것이다. 싸이코 같으니라구...
만약 내가 강하게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했을 것 같다. '아니 TV 소리 가지고 너무 한 것 아니냐? 우리 집은 어린 애도 없고, 뛰어 다니는 것도 없는데, 단지 TV 소리 가지고 밤 늦게 인터폰으로 조용히 하라 하는 것은 상식 밖이라 생각한다.' 그랬으면 내가 수세에 몰렸을 것이다. 왜 그날 밤 나는 우퍼 울림을 듣지 못했으니까.
하여튼 마누라는 나중에 들어와 내 얘기를 듣고 아주 흐뭇해 했다. 마누라 왈 2층 아저씨도 한 번 당해봐야 해!
그리고 그 다음날 출근해 있으니 마누라로부터 카톡이 왔다. 둘째 유치원 데려 주러 가는데 2층 아저씨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마누라 한테 굽신?거리며 와서는 자기 집은 홈씨어터가 없으며, 앞으로 TV 위치도 옮기고 조심하겠다 했다 한다. 마누라가 행복해 하는게 눈에 보이는 듯 하다.
그리고 오후에 2층 아줌마가 포도를 사 가지고 우리집을 방문했다 한다.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그러게 서로 양보하면서 살면 될 것을 어찌 그리 못 잡아 먹어서 안달난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괴롭히더니, 당신들도 당해 보면 알거 아니야...
하여튼 마누라가 원하는데로 일단락 된 듯 하다. 이 평화가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될 수 있으면 길게 갔으면 좋겠다.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