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 문인들이 모이는 집"이란 뜻으로 현재는 전통 찻집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옛 한옥을 그대로 사용하는 운치있고 고즈넉한 분위기로 대청마루가 명당으로 꼽히며 호박빙수와 오미자가 일품이라는데 미숫가루차도 옛맛 그대로를 담아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그만이다.
수연산방에서 나와 길을 건너면 만해 한용운 공원이 있고 그 위로 오르면 심우장이 나온다.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선생이 만년을 보낸 고택으로 불교 선종에서 잃어버린 소를 찾음으로써 깨달음에 이른다는 '심우'에서 따왔다. 심우장은 북향인데 이는 조선총독부와 마주하는 걸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마저절위 : 절구공이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고사로 쉬지말고 계속 정진하라는 뜻]
심우장에서 나오면 바로 북정마을로 유혹하는 팻말을 만난다. 그 팻말에 응답하고 오르면 먼저 담벼락에 그려진 성북동 비둘기를 만나고 김광균의 '성북동 비둘기'가 쓰인 자그마한 공원을 만난다. 그 아래 보이는 철거직전의 폐허, 무너지기 일보직전의 집은 한때 단란한 가정의 울타리 노릇을 했을 과거를 뒤로 한 채 공허하게 서 있다. 그 곳에서 조금 더 오르면 북정마을이 나타난다. 온전하지 않은 다리로 마실을 나온 동네 어르신들의 얼굴에서 세월이 뭍어나고 궁금증을 여쭈면 서로 의견교환끝에 최선의 방법을 알려주시는 구여움...
북정미술관을 둘러 본 후 03번을 타고 구 조흥은행 (현 신한은행)에서 내려 길 건너 부동산 골목으로 오르다 갈라진 곳에서 왼쪽으로 가다보면 길상사가 나온다. 따가운 한낮의 볕아래에도 드리워진 그늘 덕분에 큰 무리없이 걸어 들어선 길상사,
길상사하면 '신앙은 갖되 신앙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던 법정스님을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지병이 깊어가던 2009년, 9년 전부터 주지였던 덕조스님에서 수행만 해오시던 동생뻘 덕현스님으로 갈아 앉히시고 이듬해 봄, 스님이 입적하시면서 덕조스님에게 "10년간 불일암에서 오로지 공부에 매진하라"는 유언을 남기셨는데 2011년 2월 덕현스님은 '그림자를 지우며'라는 글을 남기고 주지직을 사퇴하셨다. 그는 "길상화 보살님의 불심과 회주 법정 스님의 고결한 정신이 깃든 도량"을 떠나는 게 가슴 아프다고 하셨다 한다. 길상화는 요정 대원각의 주인이었던 김영한의 법명이며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시인 백석의 평생 연인이었다. 1997년 길상화 보살이 시가 1000억원에 이르는 대원각 땅을 법정스님에게 시주하면서 길상사가 탄생한 것이다.
길상사에서 내려와 수연산방 옆 보리밥집에서 늦은 점심을 하고 나폴레옹 제과점에서 빵을 산 후 귀가하는 길은 모처럼 한가한 오수를 즐긴 기분이었다.
..옵화의 눈과 마음이 호강했으므로....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