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밤낚시를 갔다.
장소는 양평 지평면 대평리 무료 저수지. 무료 저수지는 술판이 가능하다. 물론 난 몰랐었다. 저녁 6시경에 도착 일행이 오기를 기다리며 채비를 챙기고 대를 놓았다.
물빛을 가르며 수면 위 한 뼘 높이로 나는 새를 보았다. 혹시 파랑새 아닌가? 혼자 생각했다. 희망은 가장 낮은 수면 가까운 자리에서 피어 오르는 모양이라고...
베스 붕어가 피라미를 채러 덤비면 피라미가 수면 위로 튀고 새가 피라미를 잡아 먹는 모양이다. 아무도 그게 파랑새인지 아닌지 모른다.
우야뜬동 내게는 파랑새였다. 옆으로 오십여 발자국 거리 바위에 앉아서 저수지 언저리로 몰리는 피라미를 채는 것 같았다.
밤낚시 그것은 들어 온 대로 어디나 같은 풍경인 듯하다. 차를 대고, 텐트를 치고, 채비를 하고, 덕보 밥을 개고, 술을 먹는 것...우리 안주는 족발이다.
별라별 이야기 끝에 첫미팅 이야기, 첫입술 이야기가 나왔다. 다들 청춘은 아름다웠던가 보다.
첫미팅, 고삼 태양당 도우넛 빵을 놓고 했는데...갈래 머리 아이였던 기억...여고생! 얼마나 예쁜가? 뽀야니 하얀 목덜미!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하얀 목덜미가 나에게 물어봤다. 그리고 난 우물쭈물 했다.
"헤세 좋아 하세요"
"예, 저...저는 올리바아 헤세 엄청 예뻐 좋아요..근데 레오나드로 화이팅이 너무 못생겼어요..."
내 딴에는 한답시고...
"도나쓰를 좋아 하세여? 아님 핫도그를 좋아하세요...우리 반 아이가요, 지는 커서 도나쓰에다 핫도그를 끼워 암수 세트로 팔꺼래요"
하얀 목덜미는 조금 주춤하다 뒤도 보지 않고 빵집을 나가 버렸다. 흐흐흐...나중에 다시 만나기는 했지만, 그걸 가지고 발딱 일어날 건 또 무엇이누?
뭐 이런 기억이 맴돌았지만 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짤방은 새벽 밀잠자리가 수레바퀴 아래서 탈각하는 장면이다. 쥬라기 이전부터 진화를 거듭하여 작은 잠자리가 되었다는 BBC가 전하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한반도에 와서 대걔는 고추잠자리나 된장잠자리 같은 음식이름이 되었는데, 곡식이름을 뒤집어 쓴 밀잠자리, 우리가 흔히 왕잠자리라 부르는 멋진 그것이 있었다.
짤방 잠자리가 매달려 있고 그 밑에 탈각 아픔이 출산 출혈처럼 체액이 떨어져 있다. 羽化한 자리 유충 껍질을 떼 보니 어깨죽지에 열림이 있다. 듣자하니 거기서 둘둘 말린 꼬리가 나와 펴지고 접은 날개가 나온단다.
날개가 아침해 힘을 받아 무채색 스테인드글라스로 반짝이며 하늘로 飛翔한다.
이 장면들을 새벽, 커피를 끓이다, 캠프차, 수레바퀴 아래서, 발견했다. 이게 무언가?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 인생인가? 레오나르도 화이팅처럼 첫 입술을 탐하는, 올리비아 헤세 인생인가?
탈각한 유충 껍질에 삼베 가는 올 같기도 하고 누에고치 실 같기도 한 것이 배냇저고리 동정 여밈처럼 하얗게 남아 있었다. 탯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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