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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시작된 우리의 데이트는 몇 가지 이유로 만나는 장소가 제한됐다.
- 우리는 둘 다 통금 세대였다.
- 날씨가 추웠다.
- 난 출퇴근에 두시간을 소모해야 했다.
- 당시 수행하던 프로젝트의 연말보고서 관련으로 매우 바뻤다.(토요일 정상 근무, 일요일 반일 근무 ...)
그래서 항상 늦은 퇴근길에 그녀 집 근처 '로댕' 이라는 경양식 집에서 만났다.
그녀는 겨울 내내 버간디색 버버리를 목까지 잠그고, 다소 화려한 스카프를 두르고 나왔는데, 난 어쩌면 속엔 추리닝 바람일지도 모른다고 혼자 상상하곤 했었다.
그녀는 대개 커피를 시켜, 설탕을 다소 많이 넣어 마셨다. 난 늦은 저녁으로 오므라이스, 햄벅스테이크, 샌드위치 등 메뉴에 있던 것들을 돌아가며 시켜먹었는데, 맛은 기억 안난다.
그녀는 주로 듣고, 나는 이것 저것 이야기를 했는데, 뭔 말을 그리도 했었는지 지금은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같이 있는 내내 담배를 많이 피웠는데, 그녀는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라이터를 선물해 준 적은 없다)
혹시나 그녀의 아버지와 마추칠지도 모른다는 기대반 걱정반으로 항상 그녀를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는데, 정식으로 인사드리러 방문할 때까지 그런 일은 한 번도 벌이지지 않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녀의 어머니와 동생들은 몰래 '로댕'에 와서 날 보고 갔었다고 한다.
...
더 이상 그녀를 밖에서 만날일이 없어지고, 몇 년 뒤,
그녀와 함께 '로댕'에 간 적이 있다.
매니져, 웨이터 모두 바꼈더라!
그리고 또 몇 년 뒤,
'로댕'은 우리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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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