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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무비 채널에서 Once Upon a Time in America 를 보았다. 영화관에서는 놓치고 늘 어깨 너머로 흘깃하던 거였다. 주인공 Robert De Niro 배역이 누들스(Noodles)이다. 냉면이 급 땡기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 새벽에...
'내일 점심은 냉면을 후르룩 하자' 생각했다. 어디로? 자주 가는 필동면옥은 돌로 눌러 기름 뺀 수육이랑 소주도 좋다. 하지만 냉면 국물에 웬 파송송 썰어 띄우냐? 이건 아니지! 좋아 그러면 을지면옥, 그건 오락가락 육수 맛이 변한다. 장충동 평양면옥은 맛이 들쭉날쭉하다. 방이동 봉피양은 냉면집 분위기가 영 아니다. 돈 번 냉면집이라 건물 욕심을 내서 시스템이 분위기를 베렸다. 마포 을밀대인가는 상속받은 형제들이 육수 비법을 두고 송사 중이란다. 마땅치 않다.
그럼 어디로 간다? 어린이대공원 뒷문 쪽에 있는 서북냉면으로 가나? 교통이 나쁘고 대기표를 받아 줄서야한다? 먼 곳에 있어도 가고 싶은 곳이 있다. 동두천 생연동 평남면옥이 좋기로는 좋다. 개업한지 60년이 넘은곳, 대여섯살 무렵 아버지 손잡고 소요산에 들렀다 갔던 기억의 맛집을 쉰을 넘겨 찾았던 곳이다. 동치미 국물이 들어 간다. 계자 수육에 배를 썰어 버무린 건 그 땐 없지 않았나? 하긴 소싯적, 여섯살 무렵에 소주를 먹었을리 없지 않은가?
에이, 그냥 명동 중앙극장 건너 지금 국세청 자리에 있던 평래옥이 좋겠다. 육수가 달고 평남면옥처럼 동치미 국물을 섞는다. 닭 초무침을 무제한 제공한다. 영락교회 서북청년단 할배들이 모여 소주에 곁들이던 안주인데 예전 평북사투리가 들벅하던 분위기는 사라졌다. 아 그렇다. 이빨 부실한 이들을 작살내는 꿩을 뼈째 갈아 만든 경단이 있었다. 경단은 없어지고 꿩만두가 있다. 즐겨 찾던 영락교회 서북청년단 할배들이 꿩경단 먹다 이빨 나가 못오시나보다. 무절임이 아니라 봄똥 같은 퍼런 잎배추 잔이파리가 띄워져 있다. 공을 많이 들인게 아닌지 싶다. 지금은 100여 미터를 옮겨 초동 백병원 쪽에 있다.
제대로 된 냉면 맛을 알려면 백석의 국수를 보면 된다. 여기는 토끼고기 꿩고기가 고명으로 올라간다. 푸지지 않은가? 고국에 계신 동포께서는 한글로 맛 보시고 해외에 계신 동포께서는 영문을 괄호 안에 넣었으니 보시라.
영문본 이거 정본다운 번역 찾느라 고생했다.(https://daybreakpoetry.wordpress.com/) 원문은 1941년 4월 문장지에 발표한 건 데 채 백년이 되지 않았지만 해설 없이 보기 힘들다. 말이 낯설거든 영문을 보면 이해가 된다. 웃기는 세월이다. 흐~
국수 (Noodles), 백석
눈이
많이 와서 (After a great snow)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Mountain birds descend on the field and call)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A rabbit falls into a snow hole)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It is as if what all welcomes is coming to
the town)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Free children hunt pheasant till dark)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A poor mother leaves for the reed-woven
kimchi storage at night)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싸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While it wraps the town in a
flavorful smell and excites)
이것은
오는 것이다 (And it is coming)
이것은
어늬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옆 은댕이 예데가리밭에서 (From the sunny or shaded
hilly paddy next to a lonely mountain)
하로밤
뽀오얀 흰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One night to the smoky kitchen of
cow-oil fires on dish ears)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Riding on a cooking sift like a mountain
flower snake)
이것은
아득한 녯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From the time long past free and happy)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볕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Passing through
the silky spring rain and the burning summer reeds and passing through the
savory autumn wind)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Passing through the dignified minds of the townsfolk dying and
dying and giving birth and passing through the stale dreams)
지붕에
마당에 우물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로밤 (On one night when big snowflakes
pile on the roof on the yard on the dug well’s wall)
아배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 오는 것이다 (In
front of the father a little son in front of whom is the father who has in
front of him a king’s bowl and in front of the son a baby’s bowl it is filled
brimful in each)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여났다는 먼 녯적 큰마니가 (Like a grandmother who grew up
on the bear’s back long time past)
또
그 짚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녯적 큰 아바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Also
like a grandfather whose sneeze while standing tall on the hillock by the house
Could be heard over the mountain in the town it comes)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Ah,
what is this so welcomed)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What is this so faint and so
soft and so poor and so bland)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Loving the
radish soup ripened by winter nights and loving the numbing dry pepper powder
and loving the fresh mountain pheasant meat)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And loving the cigarette scent and the vinegar scent and the scent
of the boiling soup of a boiled beef filled in the warm low-corner of the
reed-matted room what is this)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의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What
is this so fitting and so friendly with this quiet town and its dignified
people)
이 그지없이 枯淡고담하고 素朴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What is this so endlessly crisp so endlessly clear)
1941년 평북말 해설 (참조, 1987 이동순, 백석시전집, 2011 소래섭, 백석의 맛, 남영신 국어사전)
산엣새: 산에 사는 새
나려 멕이고: 연신 내려와 쏘다니고
은댕이: 마을이름(소래섭
교수), 언저리(이동순 교수)
예데가리밭: 여섯 나절이면 갈 수 있는 (작은) 산골 비탈진 밭, (3)서이 (4)너이 (5)다섯, (6)여섯…대여섯…예닐곱 쓰임새임. 예닐곱나절이면
갈 수 있는 밭.
산멍에: 이무기, 산몽아, <멍에>는 소 등에 얹는 것, <산멍에>는 산을 멍에처럼 올라 탄 큰뱀, 용이
되려는 이무기
분틀: 국수 뽑는 틀
우물둔덩: 우물가에 쌓은 둘레
사리워: 국수를 삶아 둘둘 말아
큰마니: (단군을 낳은 어머니 웅녀같은) 옛적 할머니
집등색이: 짚과 등나무 줄기로 짠 자리, 멧멍석 방석 같은 것
자채기: 재채기
큰아바지: (온 동네를 호령하였던 옛적 단군같은) 할아버지
탄수: 식초
더북한: 수북한
삿방: 삿자리(갈대를 엮어
만든 자리)를 깐 방
아르궅: 아랫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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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