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고 일어나면 바뀔 줄 알았다. 뽕회장 첫사랑 글보고 필받아 쓴 글이 에러나고, 포기하려는 순간, 해괴하게도 사진과 세줄 인용한 뽕팔 글만 올라간 거다. 내 본글은 싹둑 잘리고
아무리 뒤적여봐도 못찾겠고, 놀란 가슴에 급피로감이 몰려와 난 자야했다.... 난 이런 상황에 분노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내탓, 내 꾸진 컴탓인줄만 알았거든... 남들은 다 보이는데 나만 못보는 건 아닌가 해서 그저 잔거다. 그리곤 내일이면 감쪽같이 내 글이 원상복구되거나, 리자님이 잃어버린 글을 찾아줄줄 알았거든, 글고 그 새벽에 어디다 하소연해야 하는지.. 몰랐던거다. 근디 와서 줄줄 달린 댓글 읽으며...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는 걸 알았고 봉팔러들의 다정하고 천재적인 댓글에 미친듯이 웃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냉정해지고, 내가 분노해야 할 대상과 왜 분노해야 하는지를 비로소 알게 된거다. 난 늦다... 항상 뒤늦게 깨닫는 스탈이다. 곰곰히 생각할수록, 이상타!...... 내 본글은 사라졌는데 뽕팔회장 글은 왜 올라갔냐고! 난 정말 이해하고 싶다. 주최측 기술적농간이었냐고! 난 승화시킨 것도 아니고, 절제도 겸손도 대인배도 아니었다. 그저 단순무식해서 몰랐을 뿐이다.
두번째 의문점은, 신비롭게 묻혔을 내 본글을 꿈꿔님은 어케 찾았냐고! 귀신이냐고!
우짜든 뽕팔닷컴을 경험한 내게 며칠은 놀라움 연속이다. 건성으로 한두편 글보고 사라지던 심심한 3일쯤 지나고, 4일째던가, 뽕회장의 강퇴조치를 보게 된거다. 좀 무서웠으나 상당히 신선했다. 그제서야 긴장모드로 공지글 등을 찾아 읽으며 빠져들기 시작했다. 다른 게시판들에서 정도를 넘는 친목질에 몸서리치던 터라, 심플한 규정에 박수쳐주고 싶었다. 3,4분에서 3,4시간으로 늘어났고 잠잘시간도 넘기고 일도 뒷전이고...이게 뭐하는 짓인지.
회비 안내면 짤릴까봐 새벽에 후다닥 송금하고 뒷날 로그인하니 어서와, 밤새 무사했지? 라 한다. 엥? 어케 알았지? 지난밤 한 일을 알고 있단 건가? 순진한 난 감시당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문을 연지 얼마 안 된 걸로 아는데 웬 글이 이리도 많이 올라오는지, 하루만에 들어오면 다양하고 심오한 글이 너무 많아서 죽겠다. 다 못읽는다... 좀 천천히 올려라! 나도 좀 살자.
....................... 또 첫사랑 올려본다.
초딩 5학년 시험 보는 날이었다. 시험보다가 지우개가 없어서 뒷자리 놈한테 빌려달라고 했다가, 말 떨어지기 무섭게 등허리를 가격 당했다. 그 놈은 지 시험지에 광적 집착증이 있었다. 내가 커닝하는 줄 알았던 거다. 무식한 놈
시험보는 중이라 오해받기 싫어서 꾹 참았지만, 집에 가서는 억울하고 아파서 엄마 앞에서 엉엉 울어댔다. 등 피부가 벌겋게 벗겨진 상처를 본 엄마는 이성을 잃으셨고, 내 손을 끌고 그 집으로 쫓아갔다. 그렇게 복수를 했다.
그리고 며칠 뒤, 학교수돗가에서 녀석은 누군가의 짓궂은 장난질에 반바지실종사건을 겪었고, 난 또 억울하게 그 자리에서 녀석 엉덩이를 보고 있었다. 벌겋게 독기어린 녀석의 눈빛이 날 죽일 것 같더라. 눈 달고 있던 죄밖에 없는데.......
이상도 하지, 그녀석도 그리고 얼마 안가서 전학가버렸다. 나에겐 등 쓰라림과 엉덩이 추억만 남기고
세월이 지나 동창회를 했다. 그날 십년 만에 녀석을 보았고, 나는 그날 '목포의 눈물'을 불렀다. 집으로 가는 날 따라 온 녀석은 '너 노래 잘부른다. 잘 지냈냐?' 쑥스럽게 인사를 건냈다. 그날 녀석과 집으로 가는 길을 오랫동안 느리게 걸었다. . . . 생각해보니, 뽕팔회장처럼 모든 만남이 내겐 첫사랑같다. 이렇게 하자면 첫사랑이야기만 내내 써느라 세월보낼 거 같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