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까지 어머니를 엄마라 부른다. 밑에 글<아버지>에도 썼지만 아버지와는 네살차이가 나신다. 올해 예순둘.. 외가 5남매 중 엄마는 유일한 딸이다. 귀여움 독차지하며 자랐을텐데 10여년전부터 할머니 소리 들으며, 살아온 날보다 살아가야할 날이 더 짧게 남은 네형제의 엄마로 남아계신다. 할머니가 아닌 할아버지의 시집살이, 온갖 농삿일, 자식 뒷바라지.....힘드실법도 한데 내색 한번 안하신다. 당신을 귀찮게(?)하셨던 할아버지 돌아가신 날... 눈물 한방울 안 흘릴만도 했지만...다른 며느리들보다 더 서럽게 울며 저승가실 때 노자돈 하시라며 만원짜리 한장이 아닌 두둑한 흰 봉투를 내어놓으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봉투에는 만원짜리 백장...백만원을 넣으셨단다. 왜 그랬냐고 물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할아버지가 엄마를 미워하는거 같아보였겠지만, 난 다 안다. 네 할아버지가 8명의 며느리 중 날 가장 아꼈고 엄마에게 관심을 주는 방법이 잘못됐을 뿐"이라고... 자기 변명이란거 난 알고 있다. 내가 내린 해석은 -할아버지에 대한 엄마의 유일한 복수-다 눈물도 더 많이 흘리고 더 슬퍼하시고...엄마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였던거다.
우리 엄마는 고기를 못드신다. 당신이 고기를 못드시니 당연히 밥상에도 고기 반찬은 드물게 올라온다. 그 영양인지 나를 비롯한 형제들은 고기를 먹을 줄 모른다는(?) 잔소리를 듣곤 한다. 요즘은 채식주의자도 많지만 내 생각에는 가끔씩 고기도 먹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힘을 쓸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의학적으로 증명은 못한다. 다만 우리 엄마를 지켜본 결과가 그렇다는 거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가끔 시골에 가서 돌아올때쯤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평상에 짐을 한보따리를 준비해놓으신다. 된장, 고추장, 다진마늘, 매실원액, 참기름 등등... 짐된다며 안가져간다고 타박하는 날 애써 모른체하시면서 손수 트렁크에 넣으신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 마눌이 눈물을 흘린다. 너무 슬프다고...좋은거보다 괜히 눈물나게 슬프단다. 효도 해야겠다고 막연하게 다짐을 해본다. 효도가 뭘까... 좋은음식? 용돈? 건강검진? 우리 엄마가 답을 주셨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