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아들이 어려서부터 좀 엉뚱한 소리를 잘했더랬다
너댓살 때 동해 바다엘 갔었는데 그때
같이 놀러간 또래 조카가 셋이 더 있었지
한참 저희들끼리 잘 놀다가 우리 아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옆에 있는 조카 녀석에게 뜬금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거다
"야,ㅌㅇ아, 왜 사람들은 바다를 바다라고 하자고 했을까?
바다를 그냥 하늘이라고 하고 모래를 바람이라고 하고
나무를 물이라고 할 수는 없었을까...?"
그러자 조카도 그말을 들어보더니 대꾸를 한다
"네 말을 듣고보니 그러네. 왜 그랬을까?"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동조하는 눈빛을 보이고...
아들은 신이 나서
"그럼 우리 이렇게 하자. 우리들끼리 말을 정하는거야
이제부터 바다를 모래라고 하고 하늘을 나무라고 하고
물을 갈매기라고 하고 바람을 구름이라고 하고...."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단어를 바꿔서 쓰기로 약속을 하였더랬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어쩌나 귀를 기울였더니...
"야, 저기 좀 봐. 저 나무에 물들이 흘러간다. 멋있지?"
"물들이 모래 위로 날아가네~"
그런데 얼마후 제법 그럴듯하게 말들을 주고 받던 아이들에게
점차 바꿔 쓰는 말들이 많아지면서 바벨탑 시절의 혼란이
전개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니~ 거기 말(부삽) 달라니까~"
"그래, 이게 말이잖아~" 하면서 바가지를 건네주고
"아니라니까. 그건 봉지라고 하기로 했잖아!"
"아냐~ 네가 말로 바꿔놓고..."
자기들이 정해놓고도 나중에 말이 안통하니까 결국
한숨을 쉬면서 포기를 하더군
"야, 안되겠다.그냥 바다는 바다로 하고 물은 물로 하고
구름은 구름이라고 하고 삽은 그냥 삽이라고 하자.
말을 바꾸니까 말이 안통해서 너무 어려워"
언어가 사회적 약속이란 사실을 몸으로 체득한 순간이었지 ^^
[이 게시물은 눈팅냥님에 의해 2011-05-14 02:55:30 바보문예에서 이동 됨]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