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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 할머니는 70년대까지 시골가면 흔히 만날 수 있는 시골 할머니 모습이다.
겹쳐진 주름을 보는 것만으로 세월의 무게가 절로 느껴진다. |
40대 후반 이후의 연세에 증조모부와 생활한 분이 있다면 생년월일을 더듬어 보시라.
나의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증조할머니는 조선시대 태어나신 분이다.
70년대 초 구순(九旬)이 넘은 나이에 돌아가셨으니 1879~1880년에 태어나신 것으로 생각된다.
할아버지께서 1900년 생이니까 대략 스물 전후하여 결혼을 하시고 할아버지 출산 후 젊은 나이에 남편 저 세상 보내고 외동아들 돌보며 평생 과부로 사신 분이다.
전형적인 시골 아낙으로 겨우 먹는 것만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빈곤한 가정을 꾸리고 사셨지만 증조할머니의 생활 태도를 돌이켜 보면 현대에 데려다 놓아도 전혀 꿀림없이 현실에 적응하며 지혜롭게 살아 갈수 있을 것 같다.
증조할머니가조선시대 태어났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는데, 조선시대가 나와 바로 연결되는 역사란 점이 참 신선하게 느껴진다.
어쨌던 증조할머니와의 생활이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1960년대 풍경은 영화 동막골 사람들에 나오는 풍경과 아주 흡사하다. 깊은 산속 마을은 아니었지만 교통편이 없으니 동막골처럼 외부와의 교류없이 친인척과 마을 공동체 위주로 생활하는 순박한 풍경이 그러하다.
증조할머니에 대한 기억 중 가장 강렬한 것은 무엇보다 밤마다 주무시기 전 글을 읽으셧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1960년대 시골 할머니들은 대부분이 문맹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당시 시골 아낙들 중 글을 좋아하는 아낙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재넘어 친척 할머니께서도 반짓고리에 갱지로 엮어 만든 춘향전, 심청전같은 고전 소설 몇권이 들어 있었을 정도니까...
옛날에는 제사를 지내거나 장례식 때 돌아가신 조상을 찬탄하는 내용을 지어서 한지에 붓글씨로 적어 두루마리 형태로 만들어 읽었다. 이걸 제문이라고 한다. 밤마다 증조할머니 친구들 4~5명이 모여 앉으면 할머니께서 소리내어 제문을 읽어주셨고 친구분들은 내용에 취해 "아이고 우짜꼬" "착한것" "복받아야지" 등의 추임새를 글을 읽는 내내 넣으시며 공감하셨다.
리듬을 타면서 애절하게 글을 읽으시던 증조할머니 목소리는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당시 그런 분위기가 학문을 사랑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요즘 경노당에서 고스톱치며 시간 떼우는 노인분들과 비교하면 감성적인 측면에서 할머니들의 수준이 훨씬 앞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웃 마을에서 건너온 제문 속 이웃 이야기를 통해 연민을 느끼고 측은지심으로 슬픔을 공유하던 그 시절 시골 노인들의 감수성이 어찌 대단하지 않겠는가?
증조할머니는 아침마다 말끔하게 세수를 하신 후 90도로 꺽인 허리를 추켜 세우시고 깊은 숨을 길게 내뱉으시며 목청을 가다듬으실 땐 어린 눈으로 봐도 남성 못지않는 당당함과 기개같은 게 느껴졌었다. 평소엔 언제나 너그럽고 인자하셔서 남여 구분없이 어른으로 존경을 받으셨지만 잘잘못을 가릴 땐 장부처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결론을 내리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우리 증조할머니를 떠올려 보면 조선시대 여성이라하여 오늘날의 현실과 따로 떨어진 인물이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꼬부랑 할머니로 허리를 접고 사셨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인간의 품격을 갖추고 사셨던 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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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