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랩소디' 그거 보면 인간의 야만성, 건강, 환경 오염, 축산대기업의 로비,아프리카 굶어죽는 아이들 등등 앞으로는 채식 위주로 소비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을 당연히 하게 되더라.
관련성은 적지만 어제 아모스 글 읽고 아주 어릴 적 체험이 기억에 떠오르길래 써본다.
어릴 때 뒷마당서 흑염소 잡는 걸 직접 봤어.
학교 들어가기 훨씬 전이라 살아있는 짐승에게서 고기가 나온다는 건 몰랐고
염소 울음소리가 들리길래 웬 귀여운 게 와 있나 싶어 가봤지.
뒷마당엔 검은 염소 한 마리 줄에 묶여 분주히 왔다갔다 하고
바닥엔 사방천지 염소똥으로 가득했지. 살아있는 동물은 귀여운 개,고양이, 토끼같은 것만 봐와서
그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무서웠지.
뒷날인가 어른들이 왁자지껄하고 뭔가 태우는 냄새가 나서 사람들 틈으로 엿보았는데
용접하는 가스불(?)로 염소털을 태우고 한쪽서는 칼을 갈고 있었어.
처음 보는 장면이라 어른들이 못보게 하려는데도 그냥 어찌 되가는 건가 계속 봤지.
해체하는 장면은 기억이 안 나는데 사기 사발로 어른들이 한 대접씩 핏물을 마시던 게 기억이 나.
선명한 건 옆집 할머니가 누군가 건네준 연한 녹색의 작은 도자기같은 걸 목구멍으로 넘기는 장면~
아마도 쓸개였던 거 같다. 그 작은 장난감술병 모양의 것을 삼키던 모습이, 목울대가 꿈틀하는 것까지 슬로우 모션으로 기억이 난다.
그 많은 피도 낯선 장면이었고 지금에서야 그때 그 장소의 사물이름을 붙일 수가 있으니까 한편으로 보면 언어 이전에 사물에 대한 사고가 먼저인가 싶기도 하네
그 당시는 일련의 도살 장면서 야만성이나 공포심리 같은 건 못 느꼈던 것 같아 그러니까 물끄러미 바라보고 섰었지.
그 후에 밥상에서 어머니가 몸에 좋은 염소 고기라고 하면서 얼른 먹으라고 재촉하는 걸 나는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입에 대지 못했지.
그때 그 고기빛이 날고기처럼 분홍색과 보라색이 섞인 듯 보였고 즐겨 먹던 고기 반찬과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어. 생각해보면 날고기였을 리가 없었을텐데......
또 기억에 남아있는 꿈 하나가 있는데 컴컴한 밤에 숨바꼭질 놀이하는 거.
어머니가 시집올 때 혼수로 해온 옷장이 하나 있었는데
곧잘 거기 들어가 놀곤 했던 옷장을 꿈 속에선 내가 술래가 되어 열어보더란 말이지.
거기서 찾은 건 사람다리 한짝...붙잡고 놀라서 잠을 깼는데
꿈을 깨고 나서도 엄마 품에 안겨 얘기하면서 울고불고 했어.
어머니는 '애기 경기났다'고 단골로 다니던 장님침술사에게 데려가 손가락 마디 침을 맞게 했지.
이 꿈이 그 도살 장면 목격과 시기적으로 선후인지 혹은 관련이 있는 건지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무슨 공포 영화를 봤을 리도 없던 나이였고 그래서 처음으로 곰곰 연관성이 있지 않나 생각을 해보는 거지.
도살 장면을 맞닥뜨렸을 때는 처음 보는 기이한 장면이라 내 속에 학습된 가치관도 없었고, 숨겨진 불안 혹은 공포 심리가 즉각 드러나지 않았다고 보고
밥상에 올라왔을 때에야 고기가 만들어진 과정을 처음 인지를 해서 먹는 것을 기피하게 된 것이고
그 후에 비로소 생겨난 불안이나 공포심이 무서운 꿈을 어린 '나'에게 꾸게 한 것이라고 나름 정리를 해.
이게 바른 해석인지는 모르지만 '고기 랩소디'를 보니 그러지 않았을까 싶어.
그때 체험이 어린 나에겐 미약하지만 '고기 랩소디'같
은 거였구나 하고.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