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1월에 처음 연애를 했다. 고등학교 때 소개 받은 동갑내기 아가씨였는데 내가 쫓아다녔다. 3월에 서로 다른 대학을 가면서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지금은 못 본지 꽤 되서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대학교 1학년 때 선배의 강압(?)으로 사범대 풍물패에 가입해 북을 배웠다. 지금도 영남 정도는 칠 수 있을 것 같은데... 뭐 아무튼 처음 사귀었던 친구와 헤어져 정신 못차리고 있던 나를 동아리에 천사같은 아가씨가 좋아해주었다. 지금도 가끔 연락하는 친구인데, 동갑이지만 내게는 없는 엄마 같고, 누나 같고...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얘랑 3개월 정도 사귀다 여름 방학에 헤어졌다. 내가 참 한심한게 이런 애가 날 좋아해주는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 많은 편지에 한 통도 답장을 해주지 않았고 김해사는 그 애를 위해 방학 때 놀러가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샤시공장에서 알바하고 그 돈으로 친구들하고 술 마실 시간은 있었어도 그 애랑 데이트는 내 생일에 한 번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별통보에 쿨하게 그러자고 했는데, 못난 나는 개학 후 동아리에서 다시 그 애를 보게 되자 내 맘을 잡지 못하였다. 3개월 사귀고 3년을 못 잊은 전설같은 노근이의 "개양 눈물바다 사건"이다. (진주 경상대학교가 위치한 지명이 개양이다. 그 개양을 날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울었던 사내를 기리기 위해 우리 동기들이 붙여준 이름이 개양 눈물바다 사건이다) 대학 졸업 후 몇 차례 만나 본 그 아이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다시 두근거릴 정도로. 하지만 그런 내색은 잘 하지 못했다. 서로가 첫사랑으로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하게 기억을 하고 있는거다. 나도 그 애를 그렇게, 그 애도 나를 그렇게. 서로 너무 애틋하게 기억을 하고 있는거다. 여전히 그 애의 안부가 궁금하고 가끔 그립기도 하는데, 평생을 그럴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많이 사랑했던 것 같기는 하다.
21살 7월 20일에 입대를 했는데 동아리 아이와 헤어지고 2번 더 연애를 했다. 물론 기간은 짧았다. 풍물하다 알게 된 나보다 어린 친구와 우리 과 후배였는데. 별다른 감흥과 기억이 없다. 그냥 외로워서 만났던 것 같다.
군대 2년 간은 동아리에서 사귀었던 그 애를 그리워하기만 했다. 지오피 근무를 해서 유서를 쓸 일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웃긴게 아버지한테 유서를 쓰지 않았다. 그 애 앞으로 썼다. 미친 놈. ㅋㅋㅋ
제대하고 1년 정도는 학교 적응하고 공부하면서 연애를 못했다. 물론 하고는 싶었는데 저질 말장난 개그, 소위 '예비역 개그'를 남발하던 시기라 별로 인기도 없었고 만날 기회도 적었다. 그러다 웃기게도 사람과 악이 그리워 돌아간 동아리에서 어떤 후배랑 인연이 되었다. 근데 그 애도 금방 도망갔다. 전 남자친구를 못 잊어서 도망간 그 애는 지금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네. 그 전 남친하고도 잘 안 되었다던데. 아무튼 오랜만에 만난 인연 역시 금방 정리되었다. 얘도 걍 그렇게 스쳐간 사람인 듯.
그러다 몇 달 후에 내 생에 가장 고마운 사람을 만났다. 3살 어린 과 후배인데, 이 친구가 고맙게도 내 맘을 받아준거다. 나는 절대로 얘는 내 여자친구가 되지 못하지만 내 맘이 너무 그 애에게 향하니까 미친 척 작업을 계속했는데 인연인지 마지막에 그 애가 마음을 열었다. 실은 선물 작전이 통한 것 같은데 그 애에게 받았던 문자 메시지를 틈틈히 수첩에 적어두었다. 메시지 모양으로 꾸며서 이쁘게. 1,000개가 되면 선물하려 했는데 중간에 그 애가 더 이상 사적으로 보지 말자고 나오는 바람에 팔백 칠십 몇 개에서 포기하고 나도 맘 정리하려고 모았던 수첩을 선물로 전해주었다. 수첩 일곱 권이었던가. 아무튼 그 애가 좋아하던 분홍색 박스에 담아 색종이를 장식해서 수첩을 건네주었고, 나는 비루한 현실을 한탄하며 후배와 술을 먹으러 갔다. 소주를 두 병 쯤 깠는데 그 애와 친한 여자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그 애가 울면서 완전 선배한테 넘어왔다고. 지금이 마지막 찬스라고. 그렇게 나는 그 애의 집 앞으로 달려갔고 우리는 애인사이가 되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3년 가까이 그 아이와 참 행복했다. 소소하고 일상적이지만 쉽게 허락되지 않는 행복들 속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그 아이와 함께하는 미래를 그렸고, 그 아이도 그것은 마찬가지였었다. 그런데 역시 문제는 나였던 것 같다. 노통이 돌아가시고 정치적인 현안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나를 그 아이는 점점 못마땅해 하기 시작했고 처음엔 크게 문제시하지 않았던 종교문제로 갈등이 점점 벌어졌다. 나는 누가 나에게 교회 다니라고 강요하는게 너무 싫었고 졸업 이후 장거리 연애로 이어지며 그렇게 그 애는 나에게 이별을 고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그 때 울며 불며 그 애를 잡았어야 한 것은 아닌가 싶다. 실제로 그렇게 그 애의 20대 초반을 다 가져 버리고 함께 했던 약속들 태반도 지켜주지 못했으니까. 아직도 그립고 문득 문득 아픈 걸 보면 애별리고라는 부처의 팔고 중 하나가 사무치게 와 닿는 나날을 보내고 있으니까. 동아리에서 만났던 그 친구도 그렇지만, 3년의 시간을 함께했던 이 친구는 아마 절대로 잊지 못할 그런 사람으로 내 마음 한 구석에 박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여기서 궁금한거는 남자 봉팔러들에게 묻는 것인데, 진짜 결혼하고도 안 잊혀지는 그런 사람이 하나 씩은 다들 있는건가? 나만 찌질하게 못 잊는 거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실은 그 애는 다 잊었는데 나는 못 잊는 거면 좀 쪽팔리잖아. 그게 도리가 아니기도 한 것 같고.
아무튼 그 애랑 헤어지고 1년이 훌쩍 지났다. 친구들의 권유들로 몇 번 소개팅을 했는데 눈 나쁜 여자들이 호감을 보이더라. "사랑이 다른 사람으로 잊혀지네"라는 하림의 노래도 있듯이 진짜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 번 더 연애를 하긴 했다. 물론 오래 못 만났다. 그 전에 나는 여자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한 적이 없는 남자였는데 그 애랑 헤어지고 난 나는 두 번 다 내가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는 남자로 변해 있었다. 다시 마음을 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더라.
몇 달 전에는 구구절절한 감정을 아프게 담아내는 시적 표현이 가슴에 참 와닿고 아프고 시렸었는데 지금은 담담하게 짧은 연애사를 돌아보며 스스로 반성을 많이 한다. 20살 1월부터 28살 현재까지 8번의 연애를 했는데 2년은 군대라 못했고 제대하고 연애하기까지 1년정도 쉬기도 했고, 한 명과 3년을 사귀었으니 실제로는 2년 정도의 시간 동안 7명을 만났다는 소리 아닌가. 뜬금없는 자랑질이 아니라 나는 분명히 진심을 다하지 않은 연애를 한 적이 있다는 소리일거다. 지금 내가 애별리고의 통증을 느끼는 것은 그 업보로 인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우면 그리워하면서, 인연이 다시 오면 다시 오는 그대로, 그렇게 살아가야겠다. 이거 뭐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모르겠네. 생활방에 연애 이야기 꼭 써보고 싶었는데 수필은 역시 쉬운 게 아니구나. -_- 미안하다. ㅋㅋ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