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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팔컴을 알게 되고 글과 음악에 빠져 산 것이 벌써 80일을 넘겼다. 시간이 흩어지는 동안 봄이 갔고 장마 속에 7월이다. 빗물인지 땀인지 모를 습기에 범벅이 되어도, 어느 결에 바람은 삶은 흘러간다고 코끝을 건드린다. 그러면 또 맘은 급해지고... 이런 날도 그리워할 거라며 흐트러진 일상을 추스르게 된다.
아래 소금 관련 글을 읽다가, 문득 다녀온 곳이 생각났어. 양질의 글과 음악만 앉아서 떠먹다가 배터질 것 같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에 숟가락 하나라도 얹는다.
 서산이 고향인 친구와 6월에 그곳엘 다녀왔어. 그달에만 고향 갈 일이 3번이나 생겨 평생 갈 것을 다 갔다 온 것 같다던 그 친구를 끌고 간 길이었어. 못 본 고향의 속살을 볼지도 모른다고 우기면서.
서산 시내에서 대산읍까지 버스를 갈아타고 다시 그곳에서 한낮의 갯바람 마시며 들판을 20여분 걷다보면 염전마을에 도착하게 되지.
우연히 소금장수 강경환이라는 사람의 기사를 봤고, 어떤 사람인지 찾아가서 만나고 싶었거든. 우리의 계획은 두어 시간쯤 염전 돌아보고 곧장 황금산 해변 길 트래킹을 즐기려 했지.
그런데 인생이 계획대로 안 된다고... 우리가 도착한 지 10여분이 지나자 갑자기 날이 흐려지는 거야. 염부는 비구름을 몰고 왔다고 우리 탓을 하고... 괜시리 미안해져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뭐 도와줄 일이라도?' 묻자, '햇빛만 가져오라'는 거야. 대체 무슨 수로ㅠㅠ
 
염전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는 알고 있을 거야. 내가 찾아간 이 사람은 어린 시절 대인지뢰가 터져서 두 손을 잃은 장애가 있어. 그 사고로 중학교 진학도 하지 않고 3년을 집안에만 갇혀 부모님 속만 썩이며 원망 속에서 지냈대. 그리고 고교 진학 할 나이가 되어선 주막에서 일한다는 핑계로 술에 쩔어 살다가 우연히 자신보다 더 심각한 중증장애인이 잘 살아가고 있는 걸 알게 되고, 그때부터 교회도 다니고 지금의 아내도 만나게 되었다는 거야.
제대로 살고자 마음먹은 그는 두 손에 테잎을 칭칭 감아 삽을 들며 농사일을 배웠고, 나중엔 염전 일을 시작하게 되었대. 남보다 불편한 몸으로 두 배 일을 해도 능률은 오르지 않았지만, 하루 2시간씩 자며 아침 5시부터 밤 9시를 넘기거나 어떨땐 밤을 새워가며 소금을 퍼 나르고 소금물을 살펴왔었대. 그 짠내 나는 세월이 눈물겹더라.
 그런데 이 사람은 염전 일에 자신이 붙자, 장애인특별수당과 기초생활수급액까지 읍사무소에 돌려줬대. 자신은 살아갈 수 있으니,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쓰라고 말이지. 뼈저린 세월을 살면서 그가 얻은 건, 잃어버린 손대신 살아갈 힘과 사랑이었다는 거야. 그때부터 소금 판 돈의 일부를 떼어서 남을 돕는데 쓰고, 마음시린 연말엔 독거노인들을 위해 10년 넘게 소금자루를 가져다 놓고 있다는 거야.
"그냥 그 사람들과 있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계산하지 않고 바람처럼 가있는 자리, 그게 자신의 삶이고 운명이었을 거야. 손이 멀쩡했더라면, 그 두 손으로 나쁜 짓만 골라 했을 거라고 하더라. 다 겪고 견뎌왔으니 그런 말을 후련히 뱉을 수 있을 거야.
그도 대단하지만, 난 그 곁에 그을린 채 선 이쁜 아내가 더 감동적이더라. 그녀는 처녀 적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며 몸도 약해서 친정엄마가 '넌 서울 부자한테 시집가서 편히 살 팔자다.'하며 '서울댁'이라 불렀었대. 그런데 염부의 아내로 살줄은 몰랐다는 거지.
 염전 일이 너무 힘들어 지금도 도망가고 싶은 맘이라고 말하지만, 그녀는 잠시도 쉬지 않고 고구마도 쪄내고 완두콩껍질도 까고 남편 대신 소금밭도 살피며, 소금물이 햇빛에 졸여지고 바람에 말려가는 그 긴 기다림 속에서도 낮잠 한 번 안자더라고. 그러면서 또 햇빛 바람 걱정만 할뿐이야.
 "서풍이 불어야 소금이 좋은데..."
염부의 아내로 20여 년간 병든 시부모님 모시며 눈물나는 세월을 어찌 살았는지 그 무게와 고단함을 감히 가늠키는 어렵더라.
 천일염을 만드는 작업은 바닷물을 끌어들여 1,2차 증발지를 거쳐 최종 결정지까지 약 20여일의 시간이 걸려. 염부는 깊고 자유로운 바닷물을 가둬두고 하늘 아래 내어두는 거지. 3도 내외의 바닷물이 27도 넘는 소금알갱이가 될 때까지 햇빛이 내리 쬐고 바람이 불어와 소금물을 서서히 말려갈 동안, 매일 새벽기도를 하고 밤늦은 시간까지 물을 갈아주고 덮어주고 소금을 퍼내어가며 오로지 순정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하는 거지.
하늘이 눈을 멀게 해서 둘을 만나게 했다는 소금장수 부부. 그들이 하루를 사는 법은, 그저 눈을 뜨면 영탑리 바닷가로 달려 나와 밤새 담아 둔 함수를 밭 배미에 끌어들여 채우고, 해를 기다려 바람따라 일을 하는 거였어. 오로지 주어진 하루에 순응하고 하얀 소금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시간. 그래서 부부가 품은 소금의 첫맛은 짭조름하고 뒷맛은 달달해. 고단한 세월을 이겨낸 사람들에게서 맛 본 소금은 깊고 진한 삶이었어.
결국 그날 비까지 떨어져 서둘러 소금을 거두는 부부를 뒤로 하고 저물무렵 갯마을을 벗어나느라 해변길 트래킹도, 분위기있는 횟집에서 소주 한잔도 못 나눴지만 쫄쫄 굶어 헛헛한 속은 소금밭 부부의 모습으로 꽉 채우고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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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