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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한창 바쁠 때 전화가 왔다. 아마 여섯번 쯤 벨이 울린 후에야 받았을 것이다.
"네, 약국입니다."
"저... 오전에 윤예삐(가명)라고 약 지으러 가지 않았나요?"
응? 예삐? 아, 생각난다.
"네. 왔었어요. 그런데 약을 놔두고 갔더라고요. 나중에 발견해서 냉장 보관 약이 있길래 냉장고에 넣어뒀는데 그 이후에 바쁘게 일하다 보니 깜박 잊고 있었네요. 전화가 올 줄 알았죠."
"약이 거기 있나요? 그럼 전화라도 주시지..."
"죄송합니다. 곧바로 다른 처방이 와서 챙겨주지 못했네요. 그 다음엔 잊어버려서... "
알았다고 찾으러 오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후다닥 조제실로 뛰어 들어가 갈아 놓은 가루약을 나누고 있는데 또 전화가 왔다. 이번엔 네번쯤 울리고 받았나보다. 약 나오길 기다리는 엄마들 눈을 피하며 전화를 받았다.
"약국입니다~."
"저 예삐 엄만데요. 처방전에 연락처 같은 거 안 나와 있던가요?"
우씨, 속으로 욱했다. 하지만 평소에 워낙 좋은 이미지로 있던 분이라 절대 내 목소리에 감정을 섞지 않았다.
"제가 잘 챙겨드렸어야 했는데 못챙겨 드려 죄송한데요, 바쁘게 일하다 보니 잊어버렸어요. 죄송합니다."
"애가 혼자 갔잖아요."
"......"
"예삐가 약값 계산은 했나요?"
우씨, 애가 열 살이면 말귀 다 알아먹을 나이인데 유치원생도 아니고 말야. 그리고 뉘앙스가 기분 나빴다. 받을 돈은 낼름 받아 먹고 나몰라라 했냐는 식으로 들려서. 그래도 목소리 톤을 잘 유지했다.
"네. 계산은 다 했고요. 제가 그 다음 처방 조제를 한 다음에 보니 약이 그냥 있어서 곧바로 냉장고에 넣었고요. 그 담엔 ... "
아까 했던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다른 분들도 가끔 잊고 가시는데 곧 약국으로 전화가 오더라고요. 집에 가서 약이 없으면 당연히 전화올 줄 알았죠. 그런데 일하다 보니 냉장고에 넣어둔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고..."
"알겠어요. 약 찾으러 갈게요."
그리곤 2,30분 후에 약을 찾으러 왔다.
"윤예삐 약 찾으러 왔어요."
평상시엔 생글생글 잘도 웃던 엄마가 표정도 없이 눈도 마주치지 않고 내가 내주는 약을 받아서 휙 뒤돌아 가버렸다.
기분이 아주 안 좋았다.
처음이었다. 자기가 잊어버리고 약 안 가져가 놓곤 나한테 와서 화내는 사람은.
아, 이젠 내가 잘못한 일 아닌 걸로도 이렇게 구박을 받는구나.
아, 대한민국에서 제일 만만한 게 약사가 되어 버렸구나.
그래서 봉팔닷컴 와서 스트레스 풀고 있다. 이제 퇴근해야겠다.
내 일상이 행복해지는 날은 언제일까?
봉팔러들, 즐밤하삼.^^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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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