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요산 지자요수라 했던가. 개인적으로 논어를 참 좋아한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공자님의 말씀을 진리라 생각하고 따르려 노력한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바다보다는 산에 가는 일이 더 많아졌다. 교수님 모시고 여름과 겨울에 떠나는 고전 강독회도 지리산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仁이 익어간다는 뜻의 내 호 '노근'도 똑똑한 사람보다는 어진 사람을 지향하려는 각오의 표현이라 더욱 그렇다. 물이나 바다를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의식적으로 '인자'에 사로잡혀 "나는 산을 더 좋아해"하고 세뇌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제는 훌쩍 해운대에 다녀왔다. 우리 집에서 버스 2번만 갈아타면 갈 수 있는 거리라 별 무리 없이 기행할 수 있었다. 교단에서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아쉬움 때문인지 더운 날씨에 뭔가 시원하고 탁 트인 바다가 보고 싶었다. 웬지 산 보다는 바다가 보고 싶었다. 며칠 전 본 영화 '노킹 온 헤븐즈 도어'의 ost가 내 가슴의 울림으로 남았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고층빌딩과 번화가들은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면 위와 같은 역전이 일어난다. 인공과 자연의 부자연스럽지만 어색하지 않는 풍경이다.
성질급한 아저씨, 꼬마들은 이미 몸을 풍덩 풍덩 바다에 맡겨버렸다. 안전요원이 수영은 금지입니다 하며 제지한다. 이상하다. 해수욕장에서 수영 금지라니?
너무나도 상쾌한 바람과 탁 트인 풍경이 가슴 한 켠의 답답함을 뻥 뚫어주는 것 같다. 해운대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비릿한 바다내음도 그닥 거슬리게 다가오지 않아 좋았다.
파도에 가까이 다가가...
맨발로 기분좋은 찬 기운을 쐬었다. 파도란 놈이 넘실거리며 내 발을 감싸준다. 모래의 부드러움도 아주 좋은 자극으로 느껴진다.
기분전환하고 돌아오는 길에 시장거리에서 눈썹이 그려진 흰 개를 발견했다. 누군가가 장난으로 그렸을텐데 요새 미친놈들이 많아서 그런지 "저거 동물학대 아닌가?"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무튼 주변 사람들도 꽤나 신기해했고 나도 재밌게 지켜보다가 한 컷 찍었다. 쟤는 우리가 왜 지를 보고 웃는지 모르겠지?
이제 본격적으로 휴가철이 되는데, 봉팔러들은 휴가 계획들 세웠는지? 사람이 많고 복잡한 곳도, 한가롭고 여유있는 곳도 다 좋을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장소가 뭣 그리 중요하겠는가. 함께 있는 순간을 행복으로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우리에게 깃들기를 기원한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