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글은 본 책에 대한 리뷰라기 보다는 내가 그동안 스티브 잡스, 애플, 그리고 애플 제품에 대해 느낀 점들을 정리해놓은 것이라고 하는게 더 맞을 것 같다.
우선 몇가지 책의 내용 중 인상적인 부분을 그대로 소개하고 나의 리뷰가 이어지겠다.
<제품에 대한 철학> - 진정한 기업가 정신 『 "우리는 쇼카를 보고 '디자인과 라인이 정말 굉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4년이나 5년 뒤에 그 차가 전시실에 공개되거나 티브이 광고에 나오면 이건 영 아니다 싶죠. 그러고는 도대체 어떻게 된건지 의아해합니다. 처음의 환상적인 아이디어가 그 모양으로 추락한 겁니다." "설계자들이 그 대단한 아이디어를 기술자에게 가져오면 그들은 말합니다. '절대 안돼요. 이건 불가능해요.' 그러면 기술자들이 생각하기에 '가능한' 것을 하라는 말이 나오죠."
스티브는 문제가 실행가능성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자동차 회사가 최고의 제품, 진정으로 새롭고 다른 어떤 것을 만드는데 무조건 전력을 기울이지 않은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스티브가 회사로 복귀했던 1997년에 그와 디자인 실장인 조너선 아이브는 아이맥의 원형을 개발했다. "우리가 그걸 들고 엔지니어들에게 갔을 때, 그들은 그게 불가능한 이유를 38가지나 들이댔습니다. 내가 말했죠. '그래도 우린 이대로 만들 겁니다.' 결국 그들은 마지못해 일을 시작했죠" 이 경우 쇼카는 원형 그대로 제작된 셈이다.』
위의 글을 보고 우리는 스티브잡스의 기업가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세상에 기업가는 많이 있다. 나도 기업가를 할 수 있다. 만약 어떤 아이디어가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보통은 일단 기업가가 된다면 이후에는 이윤창출 자체가 목적이 되지 세상에 가치있는 어떤 것을 제공한다는 기업가 정신은 퇴색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일단 살아남아야 하므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초지일관 기업가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은 드문 것이며 그 중에서도 스티브 잡스는 이쪽 분야에서는 천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통찰력> - 정확한 예측(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스티브잡스는 소비자 단체의 의견에 따라 제품을 설계할 수는 없다고 믿는다. 그는 헨리 포드의 말을 즐겨 인용했다. '만약 내가 고객들에게 뭘 원하는지 물었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을 달라고 했을 것이다.' 』
스티브 잡스가 천재라고 한 데에는 사실 이 측면이 더 크다고 할 것이다. 상품기획에서 위 사실을 몰라서 못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가 그런 객관적인 조사(소위 고객조사)에 많이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도대체 누구 생각이 맞는지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은 미래를 보는 통찰력과 그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에게 설득할 수 있는 설득력을 다 갖춘 스티브 잡스에게 이 영광이 돌아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리더의 통찰력이 틀렸다면 제일 빨리 망하는 길이 될 것이지만)
하지만 나는 한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이 있다고 본다. 나는 세상이 어찌 됐든 간에 결국은 특정 모습이 될 것이라는 결정론적인 시각을 거부한다. 그래픽 기반의 운영체제와 마우스 입력방식 그리고 최근의 터치 방식의 태블릿 등은 잡스가 통찰력을 가지고 엄청난 열정으로 밀어부쳐 전 세계인이 이용하게 된 것인데 만약 그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시차가 있었을지언정 다른 사람에 의해 같은 경로를 밟았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다른 경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지금 이러한 것들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경험에 의한 것이지 어떤 선험적인 것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결국 이러한 컴퓨터 문화는 어차피 예정된 코스라기보다 잡스 및 선각자들의 노력으로 정립된 것이 더 크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교훈은 상품이든 뭐든 계획을 할 때 그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는데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시장조사 같은 것도 필요할 수도 있고 개발자나 경영진의 통찰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결정이 되었을 때 개발자 혹은 기업의 전 구성원이 그것을 비전으로 한마음 한 뜻으로 그 계획을 현실로 옮기는 것이다. 오히려 리더가 뛰어난 아이디어를 내놓았지만 구성원들이 그것을 현실로 미흡하게 내놓는 것보다 조금 미흡한 아이디어라도 제대로 호흡을 맞춰 현실화하는 것이 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결국 정확한 예측(통찰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리더의 기업가정신을 구성원 모두가 받아들이고 협력하여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회의의 가치를 바라보는 관점> 『어떤 기업의 경영자들은 자기들은 결코 회의를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애플은 모임을 아주 좋아하고 그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뭔가 번쩍 하는 것을 느꼈다. 회사에서 최근에 효율성을 엄청 강조하면서 회의시간도 최대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하고 최의시간은 최대한 짧게 관리하는 것에 대한 메시지가 많았고 나도 최근까지 그런 변화를 기대했었다. 사실 회사에서 회의에 참석해보면 그런 문제를 대부분 느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런 고민들은 조금 과거의 것이다. 사실 2000년대가 시작되면서 가장 앞서가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조금 다른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정말 창의적인 것은 누군가 천재가 홀로 고독하게 고민하다가 갑자기 나오는 것보다 다양한 분야(여기서 다양한 분야라 함은 꼭 완전히 다른 분야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같은 분야라 할지라도 더 세부 분야에서는 배경이나 관심, 혹은 능력이 서로 다르다는 의미)의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 하다가 나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일하는 모델이 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존에는 이미 정해진 방침에 최대한 빨리 동화되기 위해 짧은 회의를 하고 촉박한 개발일정을 맞추기 위해 긴 업무시간이 필요했지만 이젠 이런 업무모델을 가지고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지식노동자들의 업무란게 궁극적으로는 수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각 지식들이 통합되는 것이라고 할 때 커뮤니케이션이 주가 되고 나머지가 보조가 되는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론 - 지식의 통합> 위의 메시지들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제는 누가 지식노동자들의 지식을 효과적으로 통합하느냐에 기업 및 조직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잡스의 통찰력을 보고 경탄해하지만 나는 그것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여긴다. 통찰력은 조직 내부의 말단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기존에 일하면서 제일 크게 느끼는 문제는 누가 아이디어를 냈든 대부분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전달 과정에서 묻힌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각 개인과 부서간에 지식이 제대로 통합되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 유리되어 전진하다가 나중에는 분명히 벽에 부닥쳐 수많은 재작업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 원작업보다 재작업이 훨씬 많을 것이다. 이러니 항상 일정을 못 맞추고 그러다보니 맨날 야근하고 그러는 것 아닐까?
만약 좋은 아이디어가 묻히지 않고 각 부서간 유기적으로 지식이 통합되어간다면 대표주자가 누가 됐든 그 조직은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보론> - 애플을 이기려면 나는 이 글을 원래 아이패드에서 작성하려고 하였으나 조금 작성하다가 포기하고 지금 데스크탑에서 작성 중이다. 잡스가 얘기했듯이 아이패드는 철저히 컨텐츠 소비용이다. 다시 말해 컨텐츠 생산에 대한 고려는 거의 없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나는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사서 직접 써보고는 실감했다. 블로그 글 하나 쓰기가 너무 힘든 기기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아이패드를 산 이유는 두가지였다. 첫번째는 막내가 아직 다섯살이라 아이와 같이 교육과 엔터테인먼트 툴들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함이다. 아이패드의 터치인터페이스 덕분이다.(막내는 아직 마우스도 제대로 이용못함) 두번째는 세컨드 피시용으로 산 것이다. 노트북을 살 수도 있었으나 그러려면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다 사야했으므로 두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선택한 것인데 지금은 약간 후회한다. 세컨드 피시로서의 능력은 꽝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이패드를 사자마자 블루투스 키보드도 샀으나 별 의미가 없어졌다. 방금 티스토리 블로그에 블루투스 키보드로 입력해보았으나 내 타자속도를 아이패드가 못 따라가 오자가 계속 나와 포기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티스토리 글을 입력하려면 플래시 구동이 되어야 하는데 일반 브라우저에서는 안 되고 퍼핀 브라우저를 1달러 주고 구매해야 그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그 브라우저가 너무 느려 사람의 타이핑 속도를 못 따라가는 정도다. 운영체제에서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아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 말고도 컨텐츠 생산에 너무 불편하거나 아예 불가능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웹사이트 간에 일부 글을 퍼와 붙여넣기를 하는 것도 한참을 시도하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그냥 데스크탑에서 하게 되었다. 결국 한달 정도 써본 후에 내린 결론은 컨텐츠 생산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요즘은 애들과 주로 게임하는데 쓴다. 아무래도 넷북이라도 하나 더 장만해야 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아님 크롬북이나..)
만약 내가 안드로이드 태블릿 진영의 리더라면 여기서 무슨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사실 아이패드는 훌륭한 상품이다. 보통 가정에서 교육이나 오락용으로 아이들과 함께 쓰기에는 최고의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이더라도 일부 컨텐츠를 생산하곤 한다. 그리고 그런 용도로 아이패드는 낙제점이다.
바로 여기에 포인트가 있다. 물론 두개를 사면 해결은 된다. 크롬북과 아이패드를 다 사면 된다. 하지만 만약 한대만 사서 다 해결하고 싶다면?? 바로 여기에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촛점은 이것이다. 컨텐츠 생산 및 소비 둘 다를 획기적으로 쉽게 할 수 있다. 소비만 하는 절름발이 태블릿이 아니다라고..
또 하나의 아이패드 아류를 만들고서는 우리 건 아이패드보다 이게 더 좋고 이건 아이패드에는 아예 없고.. 이런 식으로 남이 만들어놓은 시장에 끼어드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아이패드의 카운터파트로 자신을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이패드는 무시하고 독자적인 컨셉을 만들자. 태블릿 시장은 이제 시작이다. 정답은 없다. 다음 버전의 우리집 태블릿은 안드로이드 기기를 살 수 있도록 그 분들의 분발을 바란다.(아이패드만 얘기했지만 다른 제품도 다 마찬가지다. 하면 된다.) 끝.
수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각 지식들이 통합되는 것이라고 할 때 커뮤니케이션이 주가 되고
나머지가 보조가 되는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공감 만빵이다.^^
이-지원도 생각나네.
최초 기안자부터 최종 전달자, 마지막 대통령까지 경로가 훤히 보이게 설계했다는 청와대 ERP!!
유시민대표가 짱 먹으면 인수위부터 아예 '국민 인수위'로 해서 거버넌스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면
좋을듯...
관료집단에서 제일 문제가 전달 경로가 계속 차단된다는 거지.
직접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심리적 반발과 기득권 보호가 정보의 비대칭을 만들고
참여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거거등.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