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출근하면 뭐 어때
태풍 무이파도 지나가고 여름도 이제 막바지다.
지루한 장마에 바다가 보고 싶었는지 조카들이 서해 바닷가로
오겠다고 했다...
제일 겁나는 손님이 아이손님이다.
어디로 델꼬 가야 될지 엄청 고민을 했다.
아이손님은 편의성 이런거 보다 멋있음을 추구 하거든 ~~~
캠핑카로 만들어진 시설이 벌천포 해수욕장에 있다고 해서
새벽 같이 예약을 하러 가 봤는데 하루를 마음 편히 보내기는
벅찰것 같아서 안면도 곰섬 시밀레 팬션으로 결정 했다.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조개잡이도 체험 가능하고...
호미 한 자루 주고 나가서 조개 잡아오라고 하면 그것도
나중에는 희미한 추억이 되살아 나는 효과도 있을것 같고~~
부지런히 바지락을 잡고 하면서 하루 해가 저문다....
고기도 굽고, 조개도 굽고, 소주도 굽고~~~
끈적끈적한 밤이 마냥 즐겁다...
내일은 아침에 해가 뜨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이장은 마냥 즐겁다....
보라색모자,분홍티, 반바지, 손 흔들고 여유가 있다...ㅋㅋㅋ
새벽 5시경 마님이 돈벌로 가라꼬 깨운다...
아파트로 가서, 쌰워하고 옷갈아 입고 출근하면 되겠다고 해서
안개 자욱한 밤길을 천천히 달려서 집에 도착 했는데~~~
아파트 현관 --> 전자키 통과 했음.
아파트 중문 --> 열쇄키 통과 안됨
이게 뭐야!!
자동차 키를 열쇄 구멍에다 넣어 본다....
전자키를 열쇄 구멍에다 붙여 봤다가~~~
앞이 캄캄하고 갑자기 다시 어두워진 느낌이다....
아이씨발거~~~ 왜 가운데 문은 잠그고 지랄이야!
어떡할겨! 오랫만에 마님께 대들어 봤다....
지금 안면도에서 열쇄 가지고 온다 해도 안되고
출근을 하지 않을 수도 없고~~~
아침에 어디 갈데도 없고~~~미치겠더라구!!!
회사에서 대충 씻고 작업복으로 갈아 입으면 되겠다 싶어
출근을 시도 했다... 편의점에서 양발 한켤레 사서 신었다.
회사 정문에 왔는데, 정문에서 차를 세운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직원입니다.
-등록된 차량이 아닌데요!
-갑자기 차를 바꿔 타고 오는 바람에~~
-사원카드 있습니까?
- 집안에 가방에 들었는데 집에 문이 잠겨서 !
- 회사 출입카드라도 있으면 좀 보여 주시죠!
- 그것도 가방 속에 들었는데 주절주절~~~
- 어디 근무 하시죠!
- 예! ooo 팀에 근무하는 "이장" 입니다.
- 잠깐 기다리십시요!
팀장님! 이 분이 직원이라고 하는데 어떻할까요!
정문 경비시스템 팀장이 내차로 왔다.
어디 근무 하시죠!
정말 쪽팔려 죽는줄 알았다....
출근은 어렵게 했고, 퇴근 때 주위사람들 몰래 작업복에
슬리퍼 신고 숨어 퇴근 하느라 엄청 고생을 했다....
직장생활 30년에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출근한것도
이장의 이력카드에 기록을 해 두어야 될것 같다.....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