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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곳엔 어디나 서열이 존재해
하다못해 서울역 노숙자들도 나름대로 서열이 있거든
잠깐 샛길로 빠져서 오늘도 식상하고 허무맹랑한 날뽕의 과거 애기를 잠깐할께
먼저도 말했지만 날뽕의 삶은 노마드야 좋게 말하면 낙천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무책임 했었다고 할 수 있지 그런 날뽕 에게도
어김없이 사랑이란 게 찾아 왔었는데 그게 내나이 삼십을 넘겨서 일이야
아! 정말 대단하더라고 생각만 하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세상이 환해지고
지금 생각해도 나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던 건 분명 행운 일거야
물론 그전에도 구두 닦을 때 풋풋하고 어여쁜 이발소 아가씨를 먼발치서
가슴조리며 바라보던 기억을 비롯해서 소소한 짝사랑이 없지는 않았지
하지만 아까 얘기했던 생각만 하면 가슴이 벅차 오르던 사랑은 처음 이었어
그런데 그 난생처음 찾아온 사랑 역시 짝사랑 이었다는 게 참 슬픈 일이었지
미군부대 PX 간부사원 이었던 그녀는 나이도 나보다 조금 많았고 경제력 또한
당시의 나와 비교 대상이 아니었어 크~미모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겠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보잘것없던 날뽕을 그녀는 참 너그럽게 대해줬지
그녀의 차를 타고 강화로 을왕리로 한탄강 속초 통영 등등 그렇게 둘은 나름
죽이맞아 가슴설레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지
그때 그녀와의 데이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택한 방법이 내기바둑 이었는데
내가 그렇게 사악한 놈 인지 나도 그때 처음 느꼈어
바둑을 잘 둔다고 돈을 따먹을 수 있는게 아니거든 오히려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은 사람들이 경계해서 영업이 힘든 법인데 난 타고난 사악한 품성을
발휘해서 많은 하수들을 울렸던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푼돈은 결국 그녀와의 레벨을 맞추기에
턱없이 부족했지
한날은 그녀가 말하더군 날뽕아 너 언제까지 그러고 살래 난 너만 보면 답답해
순간 난 기어이 올게 오고야 말았단 생각이 들더군
내가 생각해도 참 한심한 모습이었으니까
난 그녀에게 말했지 그래 맞아 내가 생각해도 지금의 내 모습은 참 한심해
하지만 난 마음만 먹으면 돈이라면 얼마든지 벌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허튼소리를 했고 또 그건 당시 내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심이었어
진짜 자신 있었거든 하지만 그녀는 그런 내 대답에 말없이 백을 열고 얼마간의
돈을 쥐여주며 자신의 복잡한 실정고백과 함께 이별을 통보했지
나는 그날 밤 짐을 싸서 서울로 그것도 강남 한복판으로 나의 거처를 옮겼지
그리곤 사악한 재주를 최대한 발휘했어
물론 내기바둑 따위론 큰돈을 벌지 못하지 나는 사람을 따먹는 작업을 한 거야
이런 내 과거는 팔할이 날뽕이 착하다면서 자기는 지옥 갈거라 고 하는데 내가
속으로 비웃는 이유이기도 하지
그때 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갖은 사악한 방법은 다 사용했고 그때의 죄는
평생을 갚아도 아니 다시 태어나서 갚아도 갚지 못할 거야
그런데 내가 그렇게 돈을벌게 한 동기를 부여했던 그녀는 어찌 됐을까
드라마 라면 난 당연히 금의환양 하여 그녀와의 가슴 벅찬 해후를 했겠지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했어 난 나의 성공을 그녀에게 보여주긴 했었지
역삼동에 새로 집을 짓고 그녀를 초대했었거든
그녀는 벌어진 입을 다물질 몰랐지
하지만 이제 거꾸로 내가 그녀를 눈에 차지 않게 되었던 거야
그녀를 향한 나의 절절한 사랑이 거짓이 아니었듯이 현실을 살아가는 나의
처지도 거짓은 아니더라고
난 당시 일년 열두달을 룸살롱에서 살았는데 그 중에서 하루 빠지는 현충일은
아예 가계를 전세 내어 향락과 비즈니스를 겸 했어
당시에 내가 운영하던 바둑살롱은 정치인들의 귀양지로도 사용됐는데 대다수의
정치인들이 음지와 양지를 넘나들더라고
팔할의 말마따나 현실의 그사람 꼬라지를 판단하는 덴 3초도 걸리지 않아
하지만 그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는 건 어렵고 불가능에 가깝더라고
난 그때 수시로 변화하는 그들의 서열과 그 서열에 충실한 사람들을 느꼈었지
흔히 타인에게 깊은 인상울주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우린 카리스마가
있다라고 표현하지
그건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에 영향력이 생긴 게 아니고
영향력이 있고 힘이 있기에 카리스마가 보이는걸 거야 이건 중요한 문제지
누구를 어떤 자리에 앉힌다고 없는 능력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거든
기존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데 감투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지
없는 능력을 만들어 내는 게 서열과 신분이 아니라는 거지
더불어 진보는 상대적으로 도덕적이고 서열과 신분의 차이를 극복했거나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 또한 망상 이라고 말하고 싶다
도덕과 자질의 개념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역량에 속한 부분이지
이념에 포함된 사은품이 아니야
결국은 이 말을 하고 싶어서 기나긴 장문을 작성하게 되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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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헝~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