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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그늘 40 <귀여운 스파이>

글쓴이 : 적단 날짜 : 2011-11-08 (화) 19:47 조회 : 5423 추천 : 14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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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운 스파이 -

4개월 전,

리비는 벽시계가 정각 네 시를 가리키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평상시 보다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진즉에 일을 끝내고 낑낑거리며 열심히 일하는 옆 동료를 구경이나 하면서 앉아있던 중이라 망설임 없이 사무실을 나섰다.

안됐지만 아직 한 시간도 넘게 더 끙끙거려야 될 듯싶은 동료를 기다리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할 생각은 없었다.

이 회사는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모든 일은 각자가 자율적 판단에 의해서 처리하고 나중에 결과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분위기였는데 그것은 그녀에게 맞았다.

그녀가 사무실 보안장치를 누르는 것을 본 헨니가 황급히 하던 일을 정리하고 따라나섰으나 그녀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그 옆의 엘리베이터가 금방 도착했으므로 헨니는 그녀가 건물의 로비 현관문을 나서기 전에 팔을 낚아챌 수는 있었다.

“리비! 바쁜가본데 미안해. 할 얘기가 있어. 중요한 일인데 하루 종일 바빠서 말할 시간이 없었어. 저기 좀 들어가서 커피나 한잔 할까?”

그녀는 길 건너편에 있는 스타벅스를 가리켰다.

“좋아. 네가 산다면,....... 그렇게 바쁘지는 않아. 그냥 사무실이 지루했던 거야.”

스타벅스는 커피전문점이지만 막상 그곳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헨니는 카페라떼를 리비는 시장기가 있어서 초콜릿 케익과 핫 코코아를 주문했다.

그녀를 이곳에 끌고 온 동료가 자신에게 용건이 있음을 잊은 듯 먹는 데 열중하고 있는 리비를 바라보며 헨니가 입을 열었다.

“비만또로에서 경력직 사원 모집을 시작했어. 상당히 많은 수의 직원을 충원하는 모양이야.”

리비는 대뜸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너 설마?........ 네가 이 회사에서 어떤 존재인지나 알아? 무슨 불만이.......?”

헨니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나 말고 너! 너 거기에 지원해. 보스의 지시야.”

리비의 표정에는 놀람과 실망이 뒤섞였다.

“내가 왜? 무슨 잘못을 했는데?”

헨니는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틀렸어. 그러니까 내말 끝날 때까지 듣기만 해. 보스가 한국에 설립할 회사가 비만또로 그룹과 큰 사업을 벌이려고 하는데 네가 그 회사 내부 스파이로 발탁되었어.

네가 선택된 이유는 잘 알거야. 우선 보스가 너를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믿는 때문이고 네가 그 회사에서 받아들여지고 중용될 수 있는 프로필을 가졌기 때문이지. 미국유학을 다녀와서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데다가 회계에 능통하지, 게다가 누구라도 안아주고 싶도록 귀여운 얼굴을 가진 네가 회사로부터 거절당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페이 문제가 될 수 있겠지. 페이 문제에서 자신의 퀄리티에 비해 말도 안 되게 불공정한 제안까지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너를 비만또로가 거절할 수는 없을 거야.”

리비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돌아갔다.

“임무는 ?”

“말 그대로 스파이지. 영화 많이 봤잖아.”

“나 그냥 이대로가 좋은데........,언제까지 해야 되지?”

“그건 보스가 그만두라고 하거나 네가 그만두겠다고 생각할 때 까지.”

“보상은?”

“특별한 보상은 없어. 현재의 네 월급이 계속 지급되고 추가로 특별수당이 그거의 100%, 비만또로에서 받는 월급은 용돈, 65세 까지는 회사에서 쫓겨나지 않는다는 보장, 약속된 건 그게 전부야. 다만 공을 세웠을 때 특별보너스를 뭉텅이로 받을 가능성은 있지.”

“그것도 재미있겠는 걸, 그런데 불법적인 일을 해야 되는 것은 아닐까?”

“도덕적으로는 그렇지. 법적으로 불법인 일은 절대로 시키지 않아. 보스를 잘 알잖아. 서류를 훔치거나 그런 일을 하라는 게 아니야. 내부의 돌아가는 분위기나 주요 인사들의 동정 같은 것들을 알려주면 돼. 일견 하찮아 보이는 것들이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

“그렇지. 나는 보스를 믿어. 사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게 보스의 뜻이라면 옳은 일일 것으로 생각해. 일단 지원서를 내야겠네.”

그녀의 눈은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입사원서를 제출한지 이주일 만에 그녀는 비만또로 그룹 HRD (Human Resources Department)에서 마련한 신입 경력사원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녀가 맡게 될 보직은 그녀로서는 단어자체가 생소하기 그지없는 꼬따바루 프로젝트의 감리 코디네이터 보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