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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이번에도 일반 유권자들의 예상을 벗어난 선택을 했다. 민주당 중심의 '야권대통합'에 합류하는 대신,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손 잡고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한 것. 이들은 이를 '노무현과 전태일의 만남'이라 표현하고 있다.
유 대표는 이에 앞서 지난 2009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릴 당시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참여당에 입당해 세간을 놀래킨 전력이 있다.
과연 유 대표가 지난 시절 함께했던 민주당이 아니라, 참여정부 때 대립각을 세웠던 민주노동당을 통합의 파트너로 선택한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그의 선택은 정말 '노무현의 길'과 다르지 않은 것일까.
정치혁신은 양당제 극복 통한 정당지형 개편으로 출발해야
유 대표가 올해 3월부터 진보대통합의 논의에 합류하기를 희망한 이유는 "정권교체와 정치혁신을 위해서는 참여당과 유 아무개는 먼지처럼 사라져도 좋다"는 말에서 찾을 수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MB정권과 한나라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아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를 위해서는 정당지형의 개편이 필수라는 것이다.
한국 정치는 다른 세력이 끼어들 틈이 없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당제로 고착된 상황이다. 여기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합당 이후 지역주의라는 망령까지 결합해 여러 가지 폐단을 낳고 있다.
유 대표는 이러한 현실의 변화 없이, 단순한 선악의 이분법으로 한나라당을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돼도 노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것이 자명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집권을 하더라도 보수언론에 두들겨 맞으며 개혁다운 개혁 한 번 원하는대로 하지 못한 채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할 순 없다는 소신이, 양당제라는 구도 자체를 흔들어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신념에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노 전 대통령의 고뇌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유 대표이기에, 노무현이 "좌회전 신호 켜고 우회전한다"고 비판하던 진보정당이 예뻐서가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마치 노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에게 "권력의 반을 내줄 수 있다"며 대연정을 제안한 것처럼 말이다.
더불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안철수 현상'에서 볼 수 있듯, 양당제가 고착된 후 언제나 대두됐던 새로운 3세력에 대한 유권자의 소망이 담긴 선택이기도 하다. 실제로 여러 여론조사에서는 출범하기도 전인 진보통합당이 민주당에 버금가는 지지율을 기록하는 결과가 나왔다.
<아시아투데이>의 지난 11일 보도에 의하면,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IVR방식, 표본오차 95%, 신뢰구간 ±3.1%)에서 진보통합당은 15.3%를 기록해 민주당의 18.8%에 불과 3.5%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민들의 기대치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단순한 대통합이 아니라 진보대통합이라야
또 유 대표가 야권대통합에 합류하지 않는 이유로, 당내 의사결정 구조가 민주당과는 도저히 함께할 수 없다는 '진보정당'으로서의 입장을 꼽을 수 있다. 이 부분은 혁신과 통합의 문재인, 이해찬, 문성근 상임대표 등이 놓치고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유 대표는 21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당원토론회도 없이 그냥 몇 분의 당 지도부가 모여서 (통합을) 결정하고 날짜잡고 이렇게 해선 하나의 정당으로 통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사하게 지난 9일 방송된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에서도 20대 대학생과의 질의응답에서 유 대표는 "부유한 왕국의 신민보다 가난하더라도 공화국의 주권자이고 싶다"는 표현으로 심경을 전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수십년을 지속한 '양김시대'의 보스정치에 영향을 받아 하향식 민주주의의 구조를 갖고 있다. 쉽게 말해, 지도부가 시도당 위원장을 임명하고, 임명받은 위원장들이 지역의 대의원을 지명한다. 지명받은 대의원들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의 지도부를 다시 임명하게 된다. 일반적인 민주주의의 개념과는 위배되는 실정으로, 지난 2007년 대통합 민주신당 경선 당시 '차떼기' 논란이 불거진 이유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상향식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당원들의 의사결정을 당 운영의 근본 원리로 채택하는 것은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추구하는 진보정당의 기본정신이다. 단순히 혁신과통합이 제안하는 야권대통합 정당에 들어가 정파등록제를 보장받더라도, 대선 이후 이러한 '기본'에서의 충돌로 찢어지리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의 생각도 비슷하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저는 그냥 통합정당 아니라 통합'진보정당'을 만들겁니다"라며 "대표단 또는 각파 안배된 대의기구가 후보/선출규칙 최종결정권 갖는건 진보정당 아닙니다"고 진보통합 논의에서 진통을 겪었던 새진보통합연대의 경선 후보 수정안 요구를 일축했다.
양당제의 극복을 위해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고, 그를 바탕으로 정치혁신을 이뤄 정권교체에 복무하려는 신념을 가진 유 대표에게 당원 민주주의를 채택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가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진보정당과 손 잡으려 한다는 주장은 그가 지리한 진보통합의 과정에서 "유시민은 진보 아니다"며 얼마나 괄시를 당했는지를 알지 못하는 소리에 불과하다.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조차 '버핏세' 등을 언급하며 총선용 물타기에 들어간 것을 감안할 때, 새로운 진보정당을 하겠다면서 당원 민주주의를 간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 지점을 간단한 문제로 치부하는 한 혁신과통합은 야권의 대통합을 이룰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도 밥 먹여 준다", 이제는 실천할 때
지난 날 현실과 동떨어진 자기들끼리의 이념논쟁은 대중들의 마음을 진보정당에서 멀어지게 만든 가장 큰 이유이다. 이는 유 대표의 '나는 꼼수다' 27회 발언을 인용하면 "대중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걸레인 줄 알지만 경제를 살린다니까 그걸로 상 닦을거야"라는 마음으로 지지하게끔 만든 원인이기도 하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 때 한미FTA 비준 동의안을 직권상정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민주당 강경파와 민주노동당이 '절대 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의회권력을 가진 한나라당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날치기'를 통해 통과시킬 수 있는 상태다.
이는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의 발생을 내포한 한미FTA도 힘을 가진 정당은 국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처리할 수 있음을 뜻한다. 실제로 2004년 3월 12일에는 국회의원 193명의 찬성으로 사상 초유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과 부패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내년에 정권을 잡더라도,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친서민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이 필요하다.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진보정당이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의 결과를 총선에서 얻어야 하고, 민주당과는 공정한 룰로서 연대해야 한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힘 있는 진보정당의 출현이 요구된다.
유 대표의 표현대로 '진보적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국민참여당과, 20여년 간 진보의 한 길을 걸어온 민주노동당은 혼자의 힘으로는 양당제를 타파할 수 없고, 아무리 좋은 뜻으로 노력하더라도 집권하기 어려움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두 세력은 이제 하나로 합쳐 성과없던 이념논쟁에 힘을 빼고, 부족했던 자유주의 노선에 진보의 가치를 더하려 하고 있다.
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경우, 그동안 야권 연대의 과정에서 횡포를 부려온 민주당과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10.26 재보선에서 서울시장은 승리를 거두었지만, 전국 다른 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을 심판하지 못했다. 민주당으로의 '묻지마 단일화'가 통했던 것도 진보정당의 힘이 작았기에 가능했다. 국민의 뜻 앞에 울며 겨자먹기로 공정하지 못했던 단일화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이제는 진보대통합으로 야권의 당당한 한 축을 담당코자 하는 것이다.
이번에 선언한 진보대통합이 성공할 경우, 대한민국에도 드디어 힘 있는 진보정당이 출현하게 된다. 기존에 중도적이었던 시민들과는 거리가 있었던 진보정당이 훨씬 더 부드러운 이미지로 다가가게 될 것이다. 기존에 노동자와 농민의 마음을 보듬는데 소극적이었던 정책들이 이제는 통합진보당의 힘을 바탕으로 적극 추진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이 추구하는 '노무현과 전태일의 만남'이다.
유시민 대표와 이정희 대표의 결단에는 이런 배경들이 숨어있다. 선거를 앞둔 단순한 통합이 아닌 선택이기에 진보 진영에서 거는 기대 또한 매우 크다. 유 대표가 민주당과 혁신과통합의 제안을 뿌리친 것을, 그에게 덧씌워진 여러 오해들 중의 하나 때문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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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